저는 지난해 6월 친구 @hwan100님의 소개로 스티밋을 알게 돼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한 종합일간지 기자입니다.
최근 어떤 글과 그 글에 달린 댓글, 그 글을 보고 적은 글과 거기에 달린 댓글들을 봤습니다. 많은 뉴비분들이 스티밋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고 이곳에 와서 크든 작든 실망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몇일 만에 몇십만원을 벌었다'고 하는 기사를 읽고 스티밋에 들어오신 분도 계시고, '기레기'라는 소리가 또 들리네요. 관련된 모든 글과 댓글들을 읽진 않았지만, 제가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이야기부터 좀 두서없이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많은 분들이 읽고 스티밋에 큰 기대를 갖게 한 그 기사를 쓴 기자처럼 처음 몇 일만에 얼마를 벌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자보다 스티밋을 더 오래 한 사람으로서 기사 내용에 동의합니다.
저도 지난해 6월 스티밋 유입 붐을 타고 들어왔습니다. 제 첫 글은 보상이 2달러 찍혔네요. 정말 무슨 페이스북하는 것처럼 사진 하나 올리고 되지도 않는 영어로 세 줄, 밑에 한글로 세 줄 올렸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스팀 가격도 괜찮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고, 호시절이었던 것 같으니 '나도 처음엔 이랬다'는 식으로 글을 적을 수는 없겠네요. 이제껏 1달러가 안 되는 보상을 받은 글은 없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200달러가 넘게 찍힌 글이 세개 있는데 그 중 둘은 저에게 다운보팅을 하셨던 두 분의 고래가 보상 차원에서 준 보팅 때문입니다. 제 글보상으로 계산하지 않으며, 수익금은 KR에 환원했습니다. 블로그 첫 글부터 대강 훑어보니 100달러 넘은 글이 서너개 보입니다. 어떤 것은 뜻밖이었고 어떤 것은 정말 영혼을 갈아넣은 글입니다.
지갑을 보니 순수한 제 스파가 3511개네요. 스달도 115개가 있고, 계정가치는 1만 5000달러가 넘습니다. 스티밋에 따로 투자한 돈 없이 오롯이 글보상만으로 만든 겁니다. 무지막지한 양의 스파를 임대 받고 있어서 고래 껍데기도 쓰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기자입네하면서 8개월 내내 직업 팔아먹으며 스티밋 했습니다. 인정합니다. 기자라서 다른 사람들이 쓰지 못하는 컨텐츠를 쓸 수 있었고, 좀 더 편하게 읽히는 글을 써야 하는 직업인지라 명문은 아니라도 비교적 가독성 있게 썼을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할 일이 없어도 매일 기사 계획을 써 내야 하는 발제의 압박에 시달리다 보니 스티밋에서 하루 한 꼭지씩 거르지 않고 쓰는 것이 남들보다 어렵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티밋으로 여기까지 오는 데에 직업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자라고 하고 쓰면 보상이 좋다'는 일부 의견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런 주장은 충분한 기간 활동을 하며 많은 사례를 확보하고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갖고 말씀하셨으면 좋겠네요.
하루하루 일기를 쓰듯 주5일 거르지 않고 포스팅을 했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도저히 포스팅을 할 여유가 없으면 보상 디클라인을 걸고 짧은 뻘글이라도 올렸습니다. 스팀 가격이 바닥을 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시장이 갈팡질팡해서 KR태그로 글이 잘 안올라오고 보팅도 없을 때가 있었습니다. 분란이 일어나 분위기가 좋지 않아도 묵묵히 소처럼 포스팅을 했습니다. 거의 모든 댓글에 응답했고, 특히 남의 글에 관심을 갖고 반응했습니다. 나름대로 '공력'을 들였다고 생각하는 글에 보상이 기대보다 적어 실망했지만, '이만큼씩 한달 쌓이면 얼마고 일년 쌓이면 얼마다'라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몇 분이 제 글을 추천해 줬고, 고래 몇 분이 리스팀과 보팅을 해 주셨습니다. 용기를 얻어, 언젠간 써 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던 네팔 대지진 출장기를 연재했습니다. 팔로워가 빠르게 늘어났고 보상도 늘어났습니다. @clayop님이 막대한 스파를 임대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적은 보상에 관한 뉴비들의 아쉬움은 항상 있습니다. 작년에도 뉴비들 중심으로 컨텐츠 창작자 보상의 많고 적음을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스팀에 돈을 투자하지 않고 글만 써서 보상을 받아가는 창작자들을 향한 일부 고래의 불만이 발단이었습니다. 지금처럼 고래들이 뉴비들의 글을 하나라도 더 찾아 보팅하려고 하고, 많은 봇을 만들어 도와주려 하는 분위기완 달랐습니다. 투자자가 컨텐츠 제작자에게 자금 투입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도가 지나치다 못해 이들을 적군으로 간주하고 서로 반목하게 됐습니다. 저는 한 때 정말 큰 도움을 받았던 고래 한 분에게 크게 실망하고 며칠 포스팅을 못하다가 결국 그분과 절연을 했습니다. 그게 첫 '결근'이었습니다.
글을 적으며 보니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임마 우리 땐 이랬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던 꼰대 어르신이 떠오르네요. 그렇게 비춰질 수 있지만 제가 몇달 먼저 경험한 바로는 열심히 쓴 글은 대체로 어느정도 보상을 받으며, 특히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소통하는 사람들이 좋은 보상을 받습니다.
스티밋 밖에서 파워블로거였다던가, 인기 작가였다고 해도 여기서는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관계를 말이지요. 기자도 마찬가집니다. 요즘 기자가 뭐 귀한 직업인가요? '내가 누군데 여기서 이런 보상을 받고 있나' 하는 생각은 좀 더 충분한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보여준 뒤에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블로그나 유튜브, 기성 출판물에서보다 여기서 훨씬 중요한 게 관계입니다. 이 곳이 소셜네트워크라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저도 여러 사람의 뉴비를 모셔 왔습니다. 각자 글솜씨도 있고 컨텐츠도 많이 가진 분들이라 모두가 잘 적응해서 좋은 보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각양각색이더군요. 제 생각엔 김훈(제가 좋아하는 분이라서) 작가가 온다고 해도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고 본인 글만 올린다면 큰 보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역시 처음 예상대로 흐리멍텅한 글이 됐네요. 생각은 많은데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봐 말은 아껴야겠고, 그래도 할 말은 좀 해야겠는데 선비나 꼰대처럼 보이긴 싫고 하다 보니 주절주절 말은 많았는데 무슨 말이 핵심인지 제가 봐도 모르겠습니다. '기사에서 스티밋 며칠 만에 얼마를 벌었다는데 내가 해보니 안 되잖아, 역시 기레기'라는 식의 말들은 정말 불편하네요. 바깥 세상도 스티밋 정도만 되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나 그렇진 않은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