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L사 R&D센터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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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기 평택시에 있는 LG전자의 연구개발(R&D) 센터 견학을 다녀와 기사를 썼다. IT 기자면서 '기알못' '폰알못'인지라, 거기서 본 것들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기술 유출 우려로 보안이 철저해 회사 측에서 보여주는 곳만 볼 수 있었다. 이번엔 검나 비싼 올레드TV 관련 시설만 견학 대상이었다. 사실 화질이야 극강인 거 다 알고 있었으니 별로 신기하진 않았는데 음질 관련 시설들이 재밌었다.

제일 먼저 들어간 곳은 무향실(無響室)이었다. 말 그대로 울림이 없는 방. 방은 안쪽 6개 면이 모두 고성능 흡음재로 둘러싸여 있다. 사다리꼴 기둥 모양의 스펀지 소재가 삐쭉삐쭉 빽빽하게 돋은 모양이다. 바닥에도 같은 흡음재가 깔려 있고, 그 위 1m 지점에 철망으로 된 바닥을 한 겹 깔아, 사람이 올라서거나 제품을 놓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건물과 방 사이에도 1m의 공간을 뒀다. 건물의 울림이 방에 전달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LG전자 HE 연구소_04(무향실).jpg
사진 : LG전자 제공


방에 들어가니 귀가 먹먹하다. 사람이 평소 듣는 소리는 본래의 소리 20~30%와 반사되거나 굴절돼 들어오는 소리 70~80%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근데 이 방은 소리의 반사와 굴절을 막아 20~30%의 직진하는 소리만 들을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두께 약 1m짜리 문을 닫으니 완전히 외부 소리와 단절됨은 물론 모든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들렸다. 약간 물 속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먹먹한 느낌이 더 강해졌다.

LG전자 음질관리팀은 여기서 TV 스피커가 내는 본연의 소리를 체크한다. 테스트용 소리를 재생해서 앞에 놓인 마이크로 측정, 각 주파수대에서 소리가 균일하게 나오는지를 검사하는 것. 테스트용 소리는 인간의 가청주파수대 전역을 훑어 올라가는 4~20초짜리 소리들이다. 실제로 들어보면 낮은 음부터 "부우우욱↗"하고 고음까지 올라간다. 밖에 나와서 모니터를 보니 각 음역대에 걸친 곡선 모양의 그래프가 그려져 있다 고음역대에서 약간 곡선이 흐트러져 있었다. 관계자는 "이 정도면 상당히 준수한 편"이라면서 "같은 스피커라도 TV 케이스의 스피커 출력부 모양에 따라 소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청음실에 들어갔다. 무향실이 소리의 모든 울림을 없앤 방이었으면, 청음실은 소리의 반사, 굴절 등 모든 울림을 최적화한 방이다. 무향실에서 스피커가 내는 순수한 소리를 들었다면, 청음실에서는 스피커가 내는 최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방 설비에만 2억이 들었다니, 오디오 마니아라면 갖고 싶을만한 방이다.

여기서 관계자는 올레드TV의 기본 스피커로 구현할 수 있는 음향을 체험하게 해 줬다. 들어갔는데 가운데 자리에 앉는 게 가장 좋다기에 얼른 가운데에 앉았다. 관계자가 '돌비 애트모스'(돌비 연구소가 개발한 서라운드 음향 기술)가 적용된 영상을 켜자 영상 속 공간이 소리로 느껴졌다. 저 멀리서 떨어지는 폭포 소리와 가까이서 들리는 물소리가 확연히 구분됐다. 관계자가 TV에서 돌비 애트모스 기능을 끄자, 소리가 갑자기 우리집 TV처럼 편평하게 들렸다. 아내에게 톡을 보냈다. "올레드TV 사줘." 아내는 "뜬금없다"고 답했다.

화질 관리하는 곳도 신박하긴 했다. 올레드TV는 소자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어느 각도에서 봐도 높은 수준의 밝기와 색재현율을 자랑한다고 하는데 이 기술을 관리하기 위해서 TV를 기계에 매달아 놓고 여러 각도로 돌리면서 휘도와 색재현율을 측정한다. 무향실이 소리 반사를 다 막았다면 이곳은 모든 빛을 막았다. 빛이 새어나올 수 있는 모든 구멍을 암막커튼으로 막았고 평소엔 스마트폰도 들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다만 견학 때는 방 조명을 켰다.

LG전자 HE연구소_02(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jpg
사진 : LG전자 제공


이번에 느낀 점은 역시 LG전자는 여전히 장사를 잘 못한다는 것. 솔직히 기술 자체는 S사보다 좀 앞서는 것 같은데 S사에 비해 포장을 더럽게 못한다. 일례로 TV같은 경우, S사의 QLED TV는 나쁘게 말하면 이름부터 속임수다. 근데 올레드TV보다 가격은 싸고 화질은 낮다고 포장해서 잘 팔고 있다. 퀀텀닷을 사용한 LED TV 개념은 따로 있고 아직 완전하게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 S사 제품은 LED가 아니라 LCD다. 근데 브랜드명을 QLED라고 붙였다. 소비자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된 TV로 오인할 수 있다. 대용량 건조기도 완전 히트펌프 방식이 아니고 반쪽 히트펌프 방식인데 그걸 '하이브리드'라고 포장해서 LG전자보다 한발 빨리 출시했다. ㅋㅋ 장사 기술이 기가막히다.

LG전자 올레드TV에 적용된 음향 세팅 기술은 아버지가 쓰시던 하이엔드 앰프와 같은 식이었다. 마이크가 내장된 리모콘을 들고 가장 TV를 많이 보는 위치에서 세팅 버튼을 누르면 TV가 알아서 그 자리에서 듣기에 최적화된 음향으로 세팅해 주는 것. 근데 이런 것도 소비자는 모른다. 광고를 제대로 안 해서. 물론 광고를 제대로 해도 비싸서 나는 못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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