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필코 몽골 얘기를 끝내리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 여섯번째 이야기입니다.
저는 원래 기동성을 이유로 캐리어보다는 배낭을 선호하는 쪽인데,
몽골 여행 만큼은 캐리어 압승입니다.
어차피 차량이동이 절대적으로 많고 게르에서 짐을 찾고 풀고 다시 정리할 때에도
역시 캐리어가 편합니다.
차량에 짐을 실을때도 각이 잡혀서 쌓기 쉬운 캐리어가 낫구요.
캐리어 + 차량 내에서 갖고 있을 작은 보조가방 하나 정도면 됩니다.
몽골 여행은 어렵고 힘들다기 보다는 불편한 여행입니다.
불편한 점을 말해보라고 하면 사실 엄청 많죠-ㅅ-;;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화장실입니다...
초원 한 복판에 있는 울타리가 생경하면서도 예뻐보여서 찍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모두가 저기를 화장실로 이용하고 있었더랬습니다..
화장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 재래식 화장실에 어떤 곳은 '여기에 앉으면 쟤가 엉덩이에 묻겠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 곳도 있구요-ㅅ-;;
더 중요한 건 문 달려 있는 화장실이 극히 드뭅니다.
몽골의 오픈마인드...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서 싸구려 야전삽을 하나 사갔는데
저는 한번도 안썼습니다.
네, 저는 문명인이라 항상 화장실을 이용했구요..
여자 멤버들이 많이 쓰더군요..
위 울타리처럼 뭔가 은폐 엄폐할 수 있는 곳은 바닥에서 휴지가 자라나는
기적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ㅅ-....
그나마 일을 잘 보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여자분들은 낯선 환경에 아예 일을 보지 못하는 분들도 꽤 되셔서..
건투를 빕니다 -ㅅ-
그 다음은 샤워겠죠.
게스트 하우스에 있는 동안은 좀 불편하기는 해도 샤워를 하는데
나는 매일 씻어야 한다!! 하는 분은 여행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도 샤워 참 좋아라 하는데 하루 건너뛰어도 별 이상 없기는 합니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들으니 국립공원 내에는 화장실, 샤워실을 만들 수 없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하네요.
5박 동안 2번 했습니다. 한 번은 뭔가 엄청 럭셔리해보이는 캠프 내 샤워장이었고, 한 번은 지방도시 시내의 공중목욕탕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불만인데,
항공권이 너무 비쌉니다.
왠만한 동남아보다 가까운 거리인데
50만원대에 끊으면 꽤 저렴하게 끊은 편이고,
그 이하로 표를 구하는 건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나담 축제나 성수기에는 80-100까지도 올라가는 것 같더군요.
나담 축제 같은 경우 한국에 있는 몽골인도 우리 추석 귀향하듯이 몰려가기 때문에 비행기 구하기가 더 어려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너무 비싸서 대한항공이 뭔가 은밀한 독점계약 같은 걸 맺은게 아닐까 의혹제기가 된 적도 있지요.
차량 이동시간이 너무 긴 것도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기상 -> 간단히 아침식사 -> 포인트 이동 -> 점심 -> 포인트 이동 -> 숙소로 이동 -> 저녁 - 잠.
포인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대체로 이와 같은 일정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하루에 차량이동 시간만 일고여덟 시간이다보니
숙면 시간이 늘어납니다...
경치도 여행 첫 날이나 좋지 반복되는 창밖을 보다가 지쳐 잠드는 것도 다반사구요.
저는 여행하면서 낮잠 자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안 자기는 했습니다.
대신 책을 가져갔는데, 이동 구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포장 도로에서는 독서가 불가능합니다.
진짜 눈도 아프고 목도 아픈 걸 참아가며 2권을 읽었는데...
그런 악조건 상황에서 어려운 책을 읽었더만 기억이 안납니다...
혹시나 책을 가져가실 거면, 아주 쉽고 글자가 큰 책으로 가져가세요.
그나마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은 5명 중에 저 밖에 없었습니다-ㅅ-..
뭐 그 외에 고기고기한 식단도 안맞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저희 팀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가이드가 신경을 많이 써줘서
얼마 안되지만 샐러드나 방울토마토 같은 과일들을 챙겨줬습니다.
농산물의 경우 전량 수입이다 보니 가격이 꽤 비싸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주 간혹 누린내 때문에 양고기 못 드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은 아쉽지만 몽골은 어렵습니다.
몽골에서 먹는 양고기 자체가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냄새가 조금 더 납니다.
한국에서 먹으면 보통 중국식 꼬치집에서 먹는데, 쯔란 같은 강한 향신료로 고기 냄새를 잡을 수 있죠. 하지만 몽골은 밥반찬으로 나오는데다가 고기 냄새를 잡을만큼 강한 향신료가 없습니다. 보통 식당 가면 간장 비슷한 정체불명의 소스나, 케첩이 있는데 그게 좀 도움을 주기는 합니다만, 쯔란에 찍어 먹는 양꼬치를 못드시면 이 역시도...
그리고 제가 몽골에서 먹어본 고기가 양, 염소, 낙타였는데 냄새 강도는 개인 차가 있겠지만 양<염소<<<<낙타 입니다... 점심 메뉴 낙타 고기라도 걸리면 그 끼니는 굶는 거에요-ㅅ-ㅋㅋㅋㅋ 밥만 먹으면 되지 않느냐? 같은 접시에 플레이팅 되는 몽골 식당 특성상 밥에도 고기향이 듬뿍 뱁니다... 본인만의 삼시세끼를 5박 6일간 챙기면 되지 않겠냐 말씀하시면 뭐..
이 역시 건투를 빕니다 -ㅅ-
찾아보면 더 많겠지만, 생활에 관계된 주요 불편함은 이 정도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은 준비물입니다만...
제 글 하나만 달랑 읽고 모든 준비물을 준비하는 분은 당연히 한 분도 안 계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ㅅ-
주요 여행 준비물은 여러 여행기를 참고하시되 저는 '요거 빠뜨리면 큰일남, 요거는 가져가면 괜찮음' 이 정도만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평소에 뭘 바르는 걸 그닥 즐기지 않아서 스킨, 로션도 안바르고 다닙니다.
겨울에도 입술이 부르트건 말건 그냥 안바르고 다니는데
몽골에서의 립밤은 정말 필수입니다.
건조한 사막을 지나면 매일매일 입술이 터져나갑니다...-ㅅ-
그리고 좀 유용했던게 오프라인 맵 어플을 미리 다운받아 가시면 재밌습니다.
저희 일행 같은 경우에는 중간에 시내 구경도 했었는데 5명이 모두 길치라는 기적!
지도 어플 없었으면 미아가 될 뻔 했습니다.
하루 묵을 때마다 체크포인트도 찍어가면서 우리가 얼마나 왔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재밌구요.
혹시나 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구글 별지도 어플은 필수 중에 필수라고 봅니다.
별을 좀 보던 분들도 한국에서 보던 듬성듬성 보이던 별이 쏟아지게 보이면 별자리 잠깐 헤맬 때가 있는데 저 같은 초보야 말할 것도 없지요.
증강 현실 어플로 GPS를 켜면 폰의 움직임에 따라 별자리 이름, 별 이름을 알려줍니다.
그 외에 우리의 사랑 물티슈.. 저는 4-500 장 정도 쓴 것 같습니다... 다른 멤버들은 더 썼구요. 사실 환경을 생각하면 자제해야 하는데 도저히 안쓸 수가 없습니다.
보조배터리 같은 경우는 사람마다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일단 사막으로 출발한 이후에는 충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는 35,000mA 정도 아주 넉넉하게 챙겨갔습니다만... 20,000 정도만 쓰고 왔네요. 이 부분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지만, 늘 남는 건 괜찮죠. 모자란게 문제지...
다만.. 가장 배터리를 많이 먹는 Wifi모듈, LTE모듈, GPS 모듈을 모두 끄고 다닌다면 생각보다 폰 배터리가 엄청 오래 버텨줍니다. 저는 사진에 GPS 정보를 태깅하기 위해서 GPS 를 많이 켰던 편이고 카메라도 따로 들고 다녀서 남들보다 좀 많이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카메라는 챙겨가야 하는가?
이 부분은 개인이 알아서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사진 찍는 자체로 즐거움을 느끼는 사진 덕후들이야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니 상관이 없습니다만, 평소에 사진 안찍던 분들은 짐만 될 수도 있습니다.
말씀 드리자면 일상 스냅만 찍을 분들은 필수 준비물은 아니라고 봅니다. 요즘은 폰카가 워낙 좋아져서 사진도 잘 나오고, 저도 결과물만 보면 이게 제 카메라로 찍은건지 다른 사람 폰카로 찍은건지 헷갈리기 부지기수입니다.
다만, 별사진에 욕심이 있는 분들, 한번쯤은 내 손으로 밤하늘을 담고자 하는 분들은 카메라 + 삼각대 + 리모컨을 챙겨가시면 좋습니다. 아마 다음 포스트에는 간단한 별사진 촬영을 실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침낭이 있습니다.
저는 9월에 갔는데, 사막의 밤은 9월에도 꽤 춥습니다.
일행중에 한명은 여름 침낭을 챙겨와서 밤에도 모든 외투를 다 껴입고 잤는데도 추위에 벌벌 떨며 매일 잠못 이루는 밤을 보냈더랬습니다...
7월-8월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9월 여행자는 꼭 겨울 침낭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달랑 8일 여행으로 그 나라에 대하여 평가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례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글 읽으시는 분들도 다수가 저와 같은 관광객으로 단기간 다녀오실 분들이니 크게 문제는 안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는 과연 몽골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매력적인 여행지로 남아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쓰레기 처리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점점 사람들이 몰려듦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나은 쓰레기 재활용 시스템이 갖춰지면 참 좋겠는데... 게르를 빌려주고 보수를 받는 유목민 사장님들은 저희 같은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온갖 일회용품들을 다 치워주십니다. 아직 유해물질이나 환경오염 등에 대한 지식은 없으시겠죠. 설령 있다 하더라도 처리할 방법이 없구요.
제가 그 장면을 안봤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처리 방법은 매립, 또는 소각입니다.
앞으로 뭔가 관광객과 유목민, 그리고 아름다운 몽골의 자연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여행시기의 중요성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별 + 사진이라는 극악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 별보는게 몽골여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열흘씩 휴가내기가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추석 직전 여행을 택했습니다. 추석 대보름....달이 참 크고 밝더군요.
수도권에 살면 불빛이 워낙 밝기 때문에 인식을 잘 못하지만, 보름달은 상상 이상으로 밝습니다. 더군다나 몽골처럼 주위에 빌딩 같은 건물이 없는 지형에서는 심지어 지평선을 넘어가도 계속 어스름한 밝은 빛이 보입니다. 그믐달을 낀 시즌에 가면 그래도 볼만한 하늘이 4-5일 정도는 나올 것입니다. 아... 왜 저는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꼭 그믐달 시즌을 택하시길 바랍니다.
달 위상 어플도 넘쳐나고, 구글에 '달 위상'이라고 치면 우수수수 검색결과가 나올 겁니다.
너무 길게 끌어 어쨌건 오늘만큼은 몽골 얘기를 끝내보자라는 목표로 이렇게 어영부영 끝을 맺습니다.
남은 사진 창고 대방출하면서 마무리 하려고 하는데 괜찮은 사진은 이미 다 소진한 터라...
어지러운 글 길게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Venus, Ricoh GXR P10
한국에서도 잘보이는 금성이지만 그냥 예뻐서 한 컷...
Sunset at Ger, Ricoh GXR A12
게르 숙소에서의 일몰입니다.
Ger, Ricoh GXR A12
Baga Gazriin Chuluu, Ricoh GXR A12, Panoramic composite by Google Photo
The Cassiopeia in Mongolia, Ricoh GXR A12
Yolin Am, Ricoh GXR A12
Yaks in Yolin Am, Ricoh GXR A12
Yolin Am,. Ricoh GXR A12, Panoramic Composite by Goolge Photo
Mouse?, Ricoh GXR P10
Tsagaan suvraga, Ricoh GXR A12
Sunset, Ricoh GXR A12
Orion, Ricoh GXR A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