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온천여행] 유후인의 전설이 담긴 로쿠쇼쿠 (六所宮) 우나기히메신사 (宇奈岐日女神社) / Yufuin Unakihime Shrine






스티미언 여러분 안녕하세요. 눈비행기 기장 스노우 입니다. 지금부터 일본 온천 여행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여행은 2016년 3월 1일부터 3월 6일까지 5박 6일간의 일본 여행들을 시리즈로 정리해서 올리려고 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본편입니다. 오야도 우라쿠 료칸에 체크인을 한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유후인 마을을 탐방하러 나왔습니다. 오늘은 작년에 가보지 못했던 유후인의 나머지 부분들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로쿠쇼쿠 (육소궁, 六所宮) 신사와 부쓰산지 (불산사, 佛山寺)를 지나서 긴린코 호수를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녁은 긴린코 호수 근처에 있는 장어덮밥 맛집 심에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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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야도 우라쿠 료칸을 나와서 오른쪽으로 약 15분 정도 거리에 첫 번째 목적지인 로쿠쇼쿠가 있습니다. 이 로쿠쇼쿠의 또 다른 이름은 우나기히메 신사 (우내기일여신사, 宇奈岐日女神社) 입니다. 한자를 무시하고 발음 그대로 해석하면 장어공주 신사가 됩니다. 한자를 좀 아시는 분들은 우나기 (鰻, うなぎ) 가 아니기 때문에 장어공주 신사라고 번역하는 분들은 잘못 해석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우나기히메 신사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니 여러 유래 중 하나가 실제로 장어공주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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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을 나와서 조금만 걸어도 이렇게 일본 농촌의 풍경이 보입니다. 작년 가을에는 이곳이 황금 들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오늘은 유후다케가 시원하게 잘 보이네요. 구름에 가려서 그림자가 생겼다가 다시 지나가면 환해지는 게 몽환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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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기히메 신사로 가는 도중 갈림길에는 이렇게 무료로 족욕을 할 수 있는 족탕 (Footbath) 이 보입니다. 여기서는 실제로 족욕을 하는 분들은 본 적이 없는데 유후인 역 앞에 있는 족탕에는 많은 사람들이 족욕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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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온천물에 발을 담그면 피로가 싹 풀릴 것 같네요. 저는 료칸에서 이미 온천욕을 즐기고 왔기 때문에 사진만 찍고 다시 우나기히메 신사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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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쭉 가면 긴린코 호수가 나옵니다. 내일 새벽에는 이 길을 이용해서 긴린코 호수에 갈 예정입니다. 작년에는 이 길을 이용해서 새벽에 산책을 했었지요. 우나기히메 신사는 가던 길로 쭉 직진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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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5분에서 20분 정도 걸었을까요? 드디어 첫 번째 목적지인 우나기히메 신사에 도착했습니다. 유노츠보 거리가 있는 곳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거리는데 이곳은 사람이 한 명도 없더군요. 너무 한적한데 마침 구름에 해가 가려서 어둡기까지 해서 스산한 분위기도 느껴졌습니다. 신사가 정말 오래되었는지 돌로 만든 도리이나 비석에 이끼가 가득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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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기히메 신사는 현재 로쿠쇼쿠 (육소궁 六所宮)로 불리고 있습니다. 로쿠쇼쿠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는 아래의 6개의 신을 모시고 있습니다.

国常立尊
国狭槌尊
彦火火出見尊
彦波瀲武鸕鷀草葺不合尊
神倭磐余彦尊
神渟名川耳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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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기히메 신사 입구에는 이렇게 오미쿠지를 살 수 있는 곳도 보입니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빌면서 오미쿠지를 열어보고는 대흉이나 흉이 나오면 이렇게 입구에 매달아 놓은 것 같네요. 저는 작년에 구시다 신사에서 대길이 나왔는데 그냥 신사에 묶어두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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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시 우나기히메 신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우나기히메 신사는 유후인 마을이 처음 생겼을 때의 전설을 간직한 곳입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이 유후인은 큰 호수에 잠겨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호수 근처의 유후다케에 살고 있었는데 산에서 농사를 짓기 어려워서 힘들게 살아갔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후다케의 아름다운 여신인 우나기히메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호수의 물을 없애고 비옥한 토지를 만들어줬다고 합니다. 그 뒤로 사람들은 유후인의 비옥한 토지에서 농사를 짓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갔다고 합니다. 그 뒤로 이 신사를 지어서 우나기히메의 고마움을 기렸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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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한 신사인데 그날따라 분위기가 너무 스산해서 약간 무섭더군요.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잘 보이지도 않고... 신사에 이끼는 잔뜩 있어서 얼마나 무섭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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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로 따지면 해태 같은 동상도 보였는데 이것도 역시 이끼에 잔뜩 덮여 있더군요. 오죽 분위기가 이랬으면 제가 옆에 있는 친구에게 농담 삼아서 유후인의 전설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면서 즉석에서 지은 이야기를 했답니다.

"유후인의 전설이 아름다워 보이지? 사실은 그 전설은 거짓말이야. 마을 사람들이 진실을 숨기기 위해서 그런 아름다운 전설을 만든 거지. 사실 우나기히메 여신은 물이 있어야 살 수 있어. 이름이 장어 여신이잖아? 마을 사람들이 호수를 없애려고 우나기히메 여신을 이곳에 봉인을 해놓은 거야. 우나기히메 여신이 힘을 잃으니까 호수의 물이 줄어들어서 지금의 긴린코 호수만 남은 거지."

친구는 그냥 웃고 넘겼는데 왠지 그런 소설을 써보고 싶어 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신사니까 조용하고 정숙한 마음은 잊지 않고 경내를 산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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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저 멀리 본당이 보입니다. 우나기히메의 이름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니 우나기라고도 읽고 우나구(うなぐ)라고도 읽는다고 합니다. 우나구는 곡옥 등의 목걸이를 의미하며 이런 장신구를 걸친 여신을 모신 신사라는 설도 있고 정말로 장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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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기히메 신사 경내에는 이렇게 태풍으로 쓰러진 수령 600년의 나무 그루터기가 지금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600년이나 된 나무라서 그런지 정말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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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의 탄생 설화에 대해서 고고학적으로 첨언을 하자면 실제로 유후인이 예전에 호수였다는 증거는 없다고 합니다. 과거에 호수였다면 있어야 할 규조토도 발견되지 않았고 지금의 유후인 초등학교 주차장에서는 야요이 시대의 토기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때까지도 이곳에 호수가 없었다는 증거죠. 게다가 유후인 근처의 볼링장 지하 20미터 지점에서는 2만 3천 년 전의 나무 화석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고고학적, 지질학적으로는 호수 전설의 진실은 저 너머에 있게 됩니다. 그래도 유후인이 아름다운 전설로 기억된다면 그걸로도 족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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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나기히메 신사의 본당입니다. 이곳은 국화무늬를 상징으로 가지고 있네요. 국화와 국화 잎을 도안으로 만든 정말 여러 가지 방식의 문양들이 있는데 저런 형태로 만든 무늬를 十六八重菊 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국화 무늬는 황실의 상징으로 유명하죠.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국화무늬(菊紋)를 즐겨서 이용했다고 하네요. 그만큼 국화라는 무늬가 가지는 신성함이 있기 때문에 메이지(明治) 유신 시대에는 태정관의 명령으로 몇 개의 신사를 제외한 모든 신사에서 국화무늬를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도 내려진 적이 있습니다. 위와 관련된 내용은 일본 「가문유래 家紋由来」 총람에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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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기히메 신사를 나오니 이렇게 마차와 말이 보입니다. 이 마차를 타면 유후인을 한 바퀴 관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나중에 한번 타보고 싶은데 오늘은 유후인을 산책해보고 싶기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 이제는 부쓰산지로 갈 차례입니다.


Disclaimer (at your own risk). 호텔, 항공, 여행과 관련된 정보들은 하루만에 변경이 되거나 개악이 될 수 있어요. 이 내용은 제 티스토리 블로그에 있던 내용을 재가공, 편집한 내용이라 최신, 완벽, 정확, 유효성을 보장하지 않으니 미리 잘 알아보시고 진행하시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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