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물질적 또는 관념적 현상세계는 우리 자신의 마음이 변현한 '가'의 현상이다. 결국 식을 떠난 독립된 실체로서의 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유식무경'은, 경으로 전변하는 그 심층의 아뢰야식의 활동을 자각함으로써 '현상초월적 주체의식' 또는 '개체 안의 개체초월적인 보편적 일심'을 얻고자하는 노력, 즉 견성하여 성불하고자 하는 노력이라 말할 수 있다.
<유식무경, 유식 불교에서의 인식과 존재> 한자경
감각을 통해 경험하는 개체적 물질이나 사유를 통해 경험하는 보편적 관념은 어쩌면 감각과 사유를 통해서 존재하게 된 것이므로 감각과 사유와 무관하게 존재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실재한다기보다 그렇게 보도록 만든 마음의 산물인데 마음을 따져보면, 근원은 무의식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집단 무의식의 원형에서 비롯된 것이니 그 원형을 바라보는 태도를 관조함으로써, 즉 내적 인격인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의식화함으로써 전체정신의 중심인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려 노력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개성화 즉, individuation을 이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보면 한선생님의 글은 정확하게 융의 이야기와 들어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융이 일원론적인 관점에서 물질이나 관념의 실재를 부정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 '그래도 신은 여기에 있다'고 한 것만을 보고 종교와 같은 외적 초월주의를 주장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