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사랑이 뭔지 알아? - 영화 [아는 여자(Someone Special , 2004)] 리뷰

안녕하세요! 스파이럴입니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블로그가 있어서 우선 거기에 썼던 글부터 옮기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영화 [아는 여자(Someone Special , 2004)] 를 데려왔습니다.
벌써 10년도 훨씬 더 된 영화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라서 첫 리뷰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이제 리뷰 시작입니다~

"너 사랑이 뭔지 알아?"

영화 '아는 여자' 는 이 질문으로 시작되어 이 질문으로 끝이 난다.
또 누구나 떠들어대는 그렇고 그런 사랑이야기냐고?
그랬다면 내가 이 글 쓰려고 키보드를 쳐다보기나 했을까.

영화는 '한 때' 잘 나가던 투수 동치성이 애인에게 차이며 시작된다. 부질없는 상상도 잠시,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아니었던 그녀가 가버리고 꼭 혼자 있을 때만 터지는 애꿎은 코피만 흘러내린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이게 이러면 안 되는 거라며 내년을 볼 수 없다 한다.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되어버린 치성은 내년이 없어진 사람들이 다들 그러하듯 술을 마시고 취해버린다.
눈을 떠보니 여관 침대다. 낯익은 바텐더가 보인다. 내가 주사가 없단다. 잠도 곱게 잔단다. 어떻게 데려왔냐니까 접어서 봉투에 담아 왔다는 , 참 이상한 여자다.

다음 날 야구 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사연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어젯밤 내 이야기니까. 이 여자 지금 뭐하자는거지?

/

그 여자. 치성이 이웃으로 이사오던 날부터 그를 좋아하기 시작한지 어느새 10여년, 발자국까지 세어가며 한 남자만을 바라봐온 끈질긴 여자. 그렇게 바라보기만 해 오던 어느 날 그 남자가 갑자기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더니 쓰러져버린다.
그를 여관으로 옮겼다. 침대에 눕히고 멍하니 지켜본다. 참 곱게도 잔다. 나도 그 옆에 한 번 누워보지만 떨리는 마음에 금방 일어나 나와버렸다. 괜히 눈물이 나고 그런다.

라디오에 우리 사연을 보냈다. 다섯 군데 보냈는데 다섯 군데 다 됐다. 그 남자한테 멱살잡히긴 했지만 어쨌든 경품으로 핸드폰 받아서 선물도 해주고 영화표랑 식사권 받아서 나름 데이트도 했다.
나같이 그냥 아는 여자 많냐니까 내가 처음이란다. 이번엔 괜히 웃음이 나고 그런다.

//

누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아는 여자' 라고. 그렇게 대답하면 무슨 야한 영화 아니냐고들 그런다. 각설하고,

영화는 한결같다. 힘없는 눈동자에 무심한 말투와 행동으로 일관하는 치성과 그런 그를 끈질기게 좋아하고 지켜보는 이연. 그리고 시종일관 등장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 한결같은 치성은 심지어 은행강도들에게까지 가슴을 쳐가며 사랑이 뭔지 아냐고 물어댄다. 영화를 보다보면 나까지 덩달아 그 질문에 매이게 된다.

사실 영화는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대신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질문에 대해 저마다의 생각을 내놓는다. 야구 코치, 형사, 은행강도, 도둑까지..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말한다. 생각해보면 다들 비슷하다. 도둑의 말을 빌리자면, '사랑하면 사랑하는거지 뭐 있나' 하는. 그 질문 하나를 항상 깔아둔 채로 영화는 흘러흘러 결국 무덤덤하게만 보이던 치성도 그렇게 사랑을 다시 알아간다.

어찌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소재와 질문을 가지고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나아가는 느낌이 좋고 순간순간 녹아있는 유머들이 재미있다. 사실 영화가 거의 끝날 무렵에서야 여자주인공 이름을 알게 되는데, 그 전까지 내가 이름도 모르고 보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그 정도로 부담없이 재미있게 빠져들어 볼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다. 장진 감독의 역작.

이런 장르에서, 아니 장르를 불문하고 이런 감성을 주는 한국 영화를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