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당연히 to be continued] 아, 저 방학 좀... 숙제 그만...

오늘까지 마감해야 할 원고가 있는데... 다시 숙제하러 온 @roundyround 입니다.

카페 마감 시간이 되어서 카페 앞에 있는 타파스 바에 왔습니다. 집이 코앞인데 그 시간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빨리 올리고 싶은 글이라서요. 샹그리아 홀짝이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제가 미니스트릿 예산을 짰습니다.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 초반에 계획한 바가 있었습니다. 임대받은 스파를 이용해 한 달 동안 열심히 셀봇을 해서 행사비를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임대는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양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처음 시작하는 일부터 사람들이 그토록 진절머리를 내는 셀봇이라는 방법을 선택하기에는 끝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국 그 방법은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예산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졌는데, 사실 저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요. 그대로 손 놓고 몇 주를 보냈습니다. 그 중간에 마법사님이 한열님에게 예산을 어느 정도 맡아주실 수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한열님은 회사 상황을 봐야 하지만 어느 정도는 커버할 수 있을 거라고 대답하셨어요. 저는 거기서 또, 그럼 그걸로 되겠구나, 했습니다. 마법사님이 예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셨을 때, 그제야 저는 제가 손 놓고 있었던 가장 중요한 문제를 깨닫게 된 것이죠. 잠깐 혼란스러웠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방법을 찾자, 정신을 차렸습니다.

중요한 건 돈이 누구에게서 나왔느냐가 아닙니다. 여기서 누가, 얼마나 냈느냐는 더욱더 중요한 일이 아니죠.
중요한 것은 그 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 그 방법을 누가 찾는가, 이고, 그건 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아니 그 전에, 그 '고민'을 가장 집요하게, 치열하게 했어야 하는 사람은 제가 맞습니다. 저는 돈 나올 구멍도 모르면서 이거도 하고 싶고, 저거도 하고 싶어 하면서 기획만 했습니다. 두 분은 예산을 마련할 방안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저를 보며 많이 불안하셨을 겁니다.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리신 겁니다. 그게 우리의 방식입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지만 말이죠.

저는 모든 과정에서 선택을 했고, 제 의사와 다르게 진행된 부분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마법사님에게 아니 무슨 소리 하시냐고, 한열님에게 빨리 돈 가져오시라고, 저는 분명 그렇게 말할 수 있었어요. 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네요, 하고 일단 행사를 연기하는 방법도 있었고요. 그럼 시간을 벌고, 그제서야 예산에 대한 논의를 하고, 함께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장마는 차라리 좋은 명분이었습니다. 저는 끝까지 그 유혹을 떨치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두 분께 그렇게 말하지 않은 것은, 제가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것에 대해서 그제야 책임감을 느꼈고, 이건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행사가 열리는 일주일 전까지, 예산의 문제를 누군가가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공동의 책임 아닙니다. 제 책임이 맞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마법사님이 예산 문제를 제게 묻기 전까지 저는 단 한 번도 '우리 예산 어떻게 하지?' 스스로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 책임이라는 겁니다.

일단 한열님과 제가 어떻게든 마련해서 마지막 회의 때 얼마나 모이나 한번 보자, 하루 할 만큼만 모이면 하루만, 이틀 할 만큼 모이면 이틀 다, 이것이 우리의 결론이었습니다. 사실 분납이니, 차용이니, 하는 것은 장치에 불과합니다. 본질적인 것은 그것에 있지 않습니다. 이상하고, 불편하고, 불합리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저 역시 혼란스러웠으니까요.

저는 행사 전까지 필요한 예산 전부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나누어낼까, 생각 안 한 거 아닙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주 본질적인 무언가를 깨달았고, 그렇기 때문에 한열님과 함께 그 돈을 모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고민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제게 친구는 '그 돈 내가 일단 줄게. 일단 미니스트릿 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었습니다. 적자를 걱정할 것이었다면 애초에 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그 적자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다시 제 일입니다. 저는 일단 굿즈 온라인 판매를 통해서 일부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머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당장 해결해야 할 남아있는 인건비와 제 친구가 준 돈 일부를 두 분이 분담하시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러시라고 했습니다. 두 분은 그 자리에서 바로 스달을 사셨고요, 그런데 회의가 있었던 딱 그 날, 고팍스에서 스팀 스달 입출금 오류 공지를 띄운 겁니다. 그리고 두 분의 스달은 며칠째 고팍스에 묶여있습니다.

저는 적자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겁니다. 제가 기꺼이 맡은 책임을 쉽게 저버리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더 갖겠다고 욕심을 부릴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제게 권한이 돌아올 테니까요. 그만큼 제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것에 가까이 갈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모든 순간마다 선택을 했습니다. 선택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그 선택을 응원해주세요. 응원까지는 마음이 동하지 않으신다면 그냥 지켜봐주세요.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주세요. 부담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떠밀려서 한 일 아닙니다. 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하고 싶은 일들이 좀 많습니다. 여기에 모두 펼쳐보인 적은 없지만요. 전에 쓴 글에서, 이 프로젝트가 잘 안 되더라도, 그 과정에 얻어진 모든 것들이 이미 의미 있을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여전히 유효하고,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은 더 커졌습니다.

어머 어머, 얘 독박 썼네! 어떻게 해! 하지 마시고,

올~ 깡다구 있네! 올~ 멋져! 엄지 척! 하시면 됩니다.

그럼 저는 아~ 뭘요~ 하면서 속으로는 엄청 기뻐서 씨익 웃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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