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기 -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긴 여행의 시작

안녕하세요.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온 Terry입니다.

요즘 #kr-travel#kr-travelclub 태그의 글에 산티아고 순례길 키워드가 인기가 많은것 같아요. 저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32일간 느꼈던 점을 정리한 여행기를 올려보고자 합니다. 순례길은 정말 많은걸 얻게 해준것 같아요. 내려놓으러 갔는데 정말 더 많은걸 얻어온 좋은 기억이 나네요.

800km 의 출발점, 생장(Saint jean pied de port)

이 글의 제목중 일부는 무라마키 하루키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해” 의 오마쥬격임을 먼저 밝힙니다

긴여행의 시작 - 에피톤 프로젝트

가벼운 회색 운동화 한켤례
요한 것들만 담은 가방과
적지가 적히지 않은 티켓
때 묻은 카메라, 낡은 지도

이제부터 긴 여행의 시작
근거리는 마음 손에 쥐고
진 것들 없나 잘 챙겨보기
나 긴 여행길 될지 모르니

까미노를 걷기위해 생장으로 가야하는 날. 바르셀로나에서 여권까지 도난당한 탓에 마드리드를 잠깐 들려 임시여권을 발급받은뒤, 마드리드에서 바욘까지 가는 Flixbus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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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탄 플릭스 버스, 시설은 좋았는데 아직 유럽의 버스는 허리가 너무 아파 죽겠다. 1차적으론 슬리핑버스가 없어서 그렇고, 2차적으론 뭔가 허리부분이 아시아와는 조금 다르게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인도 시팅버스를 탔을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아시아인 체구의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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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버스라 버스안에서 신나게 자고 있으니, 버스기사가 휴게소라고 내리라고 해서 “난 내리지 않고 계속 잠이나 더 잘래요” 했더니 하는 말.

“버스도 쉬어야해! 어서 내려.”

나는 한동안 벙찐채 내려야만 했다. 어쩌면 버스에게 인격을 부여한 것인지, 아니면 편히 쉬지못할 기사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야할지 모르겠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버스에 인격을 부여할 수 있는 이 사람들의 여유에 감탄하기도 하고.

휴게소를 지나 바욘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생장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위해 바욘 기차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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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욘 기차역은 생각보다 컸고,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거리의 가로등은 여행자들을 배려해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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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왔으니, 바게뜨 백하나 장착하고, 같이 시작하기로 한 H를 기다렸다가 만나 생장으로 간다. 바게뜨는 유럽에선 일상적으로 어쩔수 없이 먹어야 한다. 나는 빵이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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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에 도착하면 이런 마크를 볼수있다. 생장에 등록하는 필그림 사무소로 가는 길을 표시해둔 마크. 이마크만 곧이 곧대로 따라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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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그림 사무소를 향해 가다 뒤돌아 보면, 피레네 산맥이 보인다. 나는 내일 저 산맥을 넘어야 한다. 드디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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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그림 사무소에서 순례자로 등록을 하고, 2유로의 기부금을 내면 받을수 있는 순례자 여권, 드디어 순례자로서의 삶이 시작됬다. 오랜만에 트레킹을 하려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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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었던 55번지 알베르게, 생장에는 공립도 여러개, 사설 알베르게도 여러개있으나 우리는 공립을 이용하기로 했다. 티베트지역가서도 티베트사람들을 위해 티베트인들이 운영하는 숙소를 가급적 이용하듯이, 사설알베르게는 가급적 추천하지 않고 그닥 머물고 싶지는 않았다.

알베르게(Albergue) : 기존 호스텔과는 다르게 순례자 전용으로 운영되는 숙소이고 연박이 불가능(1박만 가능). 순례자여권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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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티아고까지 보내주는 짐서비스를 맡긴다. 큰배낭은 매고, 당분간 쓰지않을 모든것들을 전부 보내고, 단촐한 배낭 하나만 남겼다.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 791km. 이 트레킹이 끝나면 어떤느낌을 또 받으려나.

생장에 일찍 도착해서 필요한 우비정도를 사려고 했으나 앞으로 일기예보에 일주일간 비소식이 없어 팜플로냐까지 가서 사기로 했다. 우선 생장에서 사는 우비가격은 19유로나 해서 도저히 살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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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 마을을 구경해보는데 예전에 프랑스여행할때와는 많이 느낌이 다른 마을이었다. 중세시대의 성이 죄다 살아있는 느낌이랄까. 세계대전의 피해가 적은 스페인과 가까운 쪽이라서 그런건지, 나름 잘 보존되어 있었다. 약간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느낌도 조금 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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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피레네 산맥을 넘어 론세스바예스까지 가야하는데, 론세스바예스까지 제대로 된 식당이 없어 바게뜨로 샌드위치를 두조각 만들어 한조각은 저녁으로, 한조각은 내일 점심도시락 개념으로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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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번지 알베르게 뒤편으로 올라가면 볼수 있는 뷰. 드디어 내일, 저 산맥을 넘는다. 나폴레옹의 군대가 넘었고, 한니발의 군대가 넘었다던 저 피레네 산맥. 사실은 이때만큼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나는 안나푸르나도 넘었던 사람이니까, 거뜬히 넘을수 있을거라 자만했다.

이 순례가 끝나면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를

많이 배울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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