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레이스 + BOOK 100] to 라라님 (feat. 80일간의 세계 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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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yround와 나의 첫 해외여행은 33일간의 유럽 일주였다. 내비게이션이나 구글지도 같은 건 있지도 않은 때라 손으로 적어 구깃구깃해진 종이를 쫙쫙 펴서 게스트하우스를 찾곤 했다. 카페, 혹은 블로그에서 얻은 그 정보는 우리를 늘 헤매고 만들었고, 11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다리에 쥐가 날 때쯤 우리는 늘 블로거들에게 쌍욕을 해댔다. 가장 많이 준비했고, 가장 많이 돌아다녔고, 가장 많이 헤맸던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우리는 대부분의 여행을 함께 했다.

"가라앉은 스팀시티를 찾으러 떠나셔야 해요.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오셔야 합니다.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 네! 그러죠."

너는 스팀시티의 집을 찾으러 떠났다. 홀로 길 위에 섰다. 그것도 지구 한 바퀴를 돌기 위해

필리어스 포그는 대체로 괴짜 혹은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고, 내기에 응한 리폼 클럽 회원들은 정상적인 정신 상태가 아닌 포그 씨를 상대로 그런 내기를 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았다.

포그를 보며 정신병자, 혹은 정신이상자 집단이라는 이야기를 듣던 너를 떠올리고 스팀시티를 떠올렸다. 분명 포그를 괴짜 혹은 미치광이 취급한 사람들은 지루하게 짝이 없는 하품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궤도에 벗어났다 싶으면 상상할 방도가 없기에 안개 그 너머를 무조건 비난해버리는, 상상력이 가난한 사람들..

‘미친 짓’도 ‘늘 하던 짓’도 아닌 ‘혁신적인 짓’이며 ‘새로운 짓’을 하러 길을 떠난 너는 포그처럼 담대하고, 침착하고 재기 있게 너의 여행을 잘 꾸려나가림을 누구보다 잘 안다. 넌 내가 살면서 본 중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고, 용기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행동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이니까.

"동쪽은 미래로 가는 여행이고 서쪽은 과거로 가는 여행이에요.
서쪽으로 배를 타고 떠나 사랑을 찾아야 해요. 새로운 H를 찾아야 해요."

남미에서 합류하려던 나의 일정은 마법사님의 마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너는 동으로 나는 서로 지구를 뺑 돌아 우리는 암스테르담에서 만날 것이다. 늘 옆에 있던 네가 없어 허전하겠지만, 길 위에서 만날 너와 손을 붙잡고 밤새 이야기를 쏟아낼 날을 기다리며 나 역시 길 위에서 홀로 설 것이다.

"가족이자 친구인 사람을 두시겠어요? 저를 아내로 맞이하시겠어요?"

"사랑합니다! 네. 사실입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성스러운 것을 걸고서 맹세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는 당신 것입니다!"

아니 늘 수동적으로 보였던 아우다 부인의 적극적인 프로포즈와 늘 의연하고 조용한 포그씨의 이런 열렬한 사랑고백이라니! 그래 결국 사랑이다. 여행의 끝은 사랑이다. 사랑?을 찾아 떠나는 이번 여행에서 난 이 보다 더 뜨거운 고백을 해야만 겠다.


성북동 ‘오월애’에서 함께 웃고 술을 마셨던 모든 사람들은 길 위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피터님은 스페인에서, 판관님은 러시아에서, 한열님은 도쿄에서든 어디서든. 그리고 또 네가 찾아 낸 스팀시티의 집에서 모두 다시 모일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때에는 다시 카페두레 샌드위치를 만들고 나누어 먹고, 웰컴드링크와 커티샥 하이볼을 나누어 마시며 너무 웃겨서 눈물없이 볼 수 없는 판관님과 소수점님의 환상의 쿵짝을 볼 것이다. 그걸 바라보며 안경을 백번쯤 벗으며 웃는 스낵님도 거기 있을 거고. 발그레한 표정으로 수줍게 앉아있는 택슨님도 거기 있을 거다. 조용히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마법사님도 당연히 거기 있을 거다.

우리는 모두 손을 마주 잡고 하하호호 웃고, 또 웃고, 길 위의 얘기를 하고 행복을 나누겠지.

마지막으로, 지구의 궤도를 뚜벅뚜벅 걷는 너의 여정에 마법 같은 일만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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