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 셀봇 그리고 영구 박제
Steemit에서 영원이 식지 않을 것 같은 뜨거운 감자들이 몇개 있다
셀봇, 보팅봇 그리고 영구박제
오늘 쓰려는 글은 일단 쓰고 1주일이 지나면
그것이 아무리 개인적인 정보라도,
평생 이불킥을 해야할 흑역사라도,
심지어 이제는 다른 사람의 사랑이 되어버린 전여친과 함께한 기록들도...
지울래야 지울수가 없는 스팀잇의 영구박제 시스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글이다.
하다못해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는 시대에 영구박제가 왠 말인가...
음원을 유통할 때에도 영구박제는 고민거리이다.
사실 노래를 만들면서도 비슷한 고민들을 하게 된다.
편지는 찢어버리면 되고 사진은 태워버리면 되는데
노래는 고스란히 남기 때문인데,
특히 일단 음원(스트리밍)사이트에 유통되기 시작한 앨범을
Web상에서 완전히 삭제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유통사에 요청해서 서비스 중단을 요청할 수 있지만 불법이든 합법이든 다양한 사이트에 다양하게 복제되어 흔적이 남게되고, 공연 영상을 올린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저 죄송한데 제가 포함된 영상좀 내려주시겠어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런 의미에서 DSound를 통해서 음원을 올리는 것은 더욱 위험천만하다.
기존 음원유통사이트에는 서비스 중단이라도 요청할 수 있지만 DSound에는 일단 올린 음원에 대하여 삭제버튼이 없으니... 때문에 처음 DSound라는 시스템을 보고 Soundcloud의 대항마가 될 수 있겠구나 하며 품었던 희망을 지금은 어느 정도 내려놓았다.
그대, 잘 살고 있는 사람 속을 왜 뒤집는가?
아이러니한 것은 절절한 노래의 대부분은 행복할 때 보다 힘들고, 싸우고, 결국 헤어지고 난 뒤의 감성들이 조합되어 한발 늦게 시간차를 두고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사랑했던 순간에 대한 노래도, 이별노래도 대부분은 결별 이후에 완성되고,
노래가 유통되는 시점에는 그 사람도 나도 다른 사람의 사랑이 되어있는 아이러니...
그나마 노래에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으니,
사실 당사자가 아니면 딱히 누가 신경쓰지 않을
노래말이 가지는 애매모호함과 쉽게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뉘앙스에 안도해야 할까?
그래도 혹여나 이어폰이나 스피커를 타고 들리는 노래가 누군가의 아픈기억을 건드린다면 그것 또한 몹쓸 짓이지만 그렇게 해서 거르고 거르다보면... 부를 노래가 없다.
지나간 노래를 공유하려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구박제를 염두해 두어야 하는 이 플랫폼에 지나간 사랑 노래를 올릴 수 있을까?
아직 스팀잇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누군가가 혹여 우연히 검색을 통해 이 글을 찾게 된다면...
그런 일을 방지하려면, 그냥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 이게 뭐라고 나는 계속 500단어 남짓한 글을 적고 있는지...(그래도 혹시 모르니 노래 제목이나 아티스트명으로 검색되는 일은 없게 해야지)
이 노래를 만들던 시절에는 함께하던 친구가 나의 노랫말을 검토 해주었다.
(특히나 맞춤법 실수와 비문이 많던 나였기에)
"내가 이렇게까지 못되게 굴진 않았잖아? 너무 디스하는거 아니야?
"이런 것 까지 가사로 쓰는건 좀 부끄러운데..."
"이거 정말 앨범으로 만들꺼야?"
등등
지금은 아마도 다른 누군가와 잘살고 있을 그 친구는
(우리의 헤어짐이 확정되고) 마지막으로 검토해준 노랫말에 아래와 같이 Comment를 주었다.
"이 가사는 여기서 한글자도 고치지 마!"
한.심.한.질.문.들.
유달리 행복할 것 없는 하루를 보내다 문득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따위의 한심했던 질문들
불치병인 줄 알았던 그대는 감기만도 못한 추억이 되고
계절이 바뀔 때면 마음에 걸려 잠시 앓기도 하고
난 너를 그리워 하는 걸까 그저 기억하고 있는 걸까
단지 나 외로운 걸까 아님 술에 취한 걸까
술 마실 때 전화해야 할 사람 없고 술 취해 전화할 사람 없는게
후~ 참 편하기는 하네 그런 것 같기는 하네
난 너를 그리워 하는 걸까 그저 기억하고 있는 걸까
단지 나 외로운 걸까 아님 술에 취한 걸까
잘 정리된 감정과 달리 무료한 기억의 Rewind
너를 노래하고 있지만 따뜻한 감성을 잃어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