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총리를 보내드리며...

며칠전 김종필 전 총리가 서거했다. 김종필이란 이름은 우리 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다. 좋든 싫든 말이다. 아마 앞으로 1000년이후의 역사책에도 김종필이란 이름은 빠지지 않을 것이다.

어떤 한 인간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다. 작년이맘때 쯤인가에 김종필 전총리를 만난 이후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했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그래서 평가는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사람도 좋은 일, 착한 일만 하고 살아갈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불완전한 인간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입장도 다양하다.

김종필 총리가 서거하자 황교익이라는 사람이 트윗으로 악의에 가득한 독설을 내놓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씁쓸했다. 속칭 맛칼럼리스트라는 사람이 밥맛떨어지는 소리를 하면 어떻게 제대로 음식 맛을 볼 수 있을까. 이미 그는 맛칼럼리스트라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정치적 인물로 등장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러기에 공지영과 김부선에 관한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을 것이다.

김종필이란 사람은 누구 마음에 들어서 정치에 입문해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는 황교익이라는 천박한 인사가 어떤 세력의 주목을 받기 위해 쉽게 아무렇게나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천박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친문이니 하는 친위세력 비슷한 것을 못본체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김종필은 혁명가였다. 그는 평생 두번의 혁명을 했다. 한번은 5.16이었다. 5.16당시 양복바지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손에는 소총을 들고 군대를 지휘했다고 한다. 흡사 남미의 혁명가와 같은 모습이었다고 회상하는 사람도 있었다. 혁명을 한 사람은 그 이후 관리자로 전환하는데 실패를 많이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체 게바라다. 그는 혁명가였으나 관리자로 전환하는데 실패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종필은 매우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사람인 듯 하다. 혹자는 5.16이 무슨 혁명이나 구데타다라고 말을 한다. 구데타냐 혁명이냐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다. 어쨓든 그는 5.16을 기획했고 그 이후 산업화의 주역으로 국가를 경영했다. 그의 혁명은 성공적이었다. 아프리카보다 가난했던 대한민국을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부자나라로 만들어 놓는 기틀을 놓았다.

두번째는 역설적으로 민주화를 위한 혁명을 했다. 한번은 5.16 이었다면 두번째는 DJP 혁명이었다. 그는 신군부 이후의 적통을 유지한 한나라당을 깨기 위해 김대중과 DJP연합을 만들어 진정한 문민정부를 만들었다. 한국의 고질적인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내각책임제를 주장했으나 그것이 어려워지자 DJ와 결별을 했다. 그 이후 노무현,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를 거치면서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국가발전의 장애물이 되었다는 생각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 그나마 잘한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평가가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고 보면 그의 내각책임제는 시대를 앞서는 역사적 통찰인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김대중을 위해 일했던 정치인과 김종필의 공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도 김종필이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김대중과 손을 잡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김종필이 DJP 혁명의 기획자라는 이야기도 했다. 마치 김종필이 5.16의 기획자였던 것 처럼 말이다.

문재인을 위해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황교익을 보면서 우스운 것이 있다. 세상은 원인과 결과의 연속이다. JP가 아니었다면 DJ가 권력을 잡을 수 없었다. DJ가 아니었다면 노무현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노무현이 아니었다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JP 문상을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그릇은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JP가 험한 말을 했다고 하나 일국의 대통령까지 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가슴에 담아 놓을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 만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종필의 죽음에 대해 애도하는 이야기 한마디만 했으면 문재인의 그릇이 김종필을 덮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보지 못하나 보다. 아마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한다면 그런 포용력 없는 주변인사들의 주변머리 때문일지도 모른다.

난 그를 작년에 만난적이 있었다. 이미 앉아 있기도 힘들었지만 여전히 유머를 즐겼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 했지만 자신의 손으로 컵을 입에 대기도 어려워했다. 그것을 보고 인생이라는 것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다. 2시간이 넘도록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자신의 동생이 6.25때 포병장교로 있다가 부상을 입고 대구로 찾아온 것을 병원에 보내 입원을 시켰으나 결국은 죽고 말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향 선산에 동생을 묻었고 자신도 동생옆으로 갈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청구동 자택마당에 서있는 일단의 노인들을 보았다. 어림보아 80은 지난 듯한 분들 서너명이 서 있었다. 행색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마치 시골에서 올라온 분들 같았다. 가게에서 산듯한 쥬스가 손에 들려 있었다. 김종필 전총리를 휴머니스트라고 한다. 이미 병석에 누워있는 사람을 이렇게 찾아오게 한 것이 무슨 힘일까를 생각해보았다. 그는 아무리 지체낮은 사람도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아 오는 것이 아닐까?

돌아가신분에게 악담을 하는 것은 자신이 못난 사람이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이다. 그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평가가 장례를 지내는 기간일 필요는 없다. 시간은 많다. 그리고 내 개인의 평가와 역사적 평가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역사적 평가와 자신의 옹졸함을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장례를 하는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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