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인사] 지혜를 나르는 작은 날개, 헤르메스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드디어 기나긴 인증과정을 끝내고 새내기 스티미언이 된 헤르메스(@hermes-k)입니다. 이렇게 가입인사를 쓰려니 문득 PC통신에 입문하던 대학생 때가 생각나네요. (네~ 그렇습니다.  저 40댑니다.^^) 이후 텔넷, 월드와이드웹의 시대를 지나 SNS를 처음 시작할 때도 이렇게 설레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이만한 강도(?)의 설렘은 전화 모뎀을 통해 01410 하이텔에 처음 접속했을 때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ㅎㅎ

이토록 강한 설렘의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스팀잇이 제가 오랫동안 마음 속으로 그리던 바로 그 커뮤니티가 아닐까 하는 기대 때문이죠. 헤르메스라는 닉네임도 PC 통신 때부터 써오던 것이었는데요. 아시다시피 헤르메스는 신들의 메신저, 세상 이곳저곳을 화살처럼 날아다니며 지식과 정보,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신이죠. 반목과 갈등과 투쟁이 아닌, 소통과 장난과 웃음의 신. 그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신이기도 하구요.

저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전공만큼이나 철학을 좋아했고 졸업 후에는 기자로 잠시 일했습니다. 그러다 기사로 여기저기를 '칼질'하는 기자의 전투화보다는 지식을 이곳저곳으로 나르는 '번역가'의 날개달린 샌들이 발에 맞는 듯하여 직장을 나와 한 동안 십여 권의 인문학 관련 책들을 번역 출간했죠. 그 사이 오로지 제가 원하는 책을 번역하고 싶은 욕심에 몇 년간 출판사를 운영하기도 했구요.

그러나 '지식 전달을 위한 사업'이 '사업을 위한 지식 전달'로 점점 변해가는,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현실이 점점 저를 압박해 오더군요. 아시다시피 인문학 책들은 돈벌이와는 거리가 멀기에, 상업적인 타협을 끊임없이 강요받는 상황이었죠. 그러던 10여년 전, 우연한 기회에 어느 대안학교의 교사 일을 겸하게 되면서 또 한 번 삶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책이라는 '상품'이 아니라 가르침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앎을 전하는 쪽으로...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7년 전부터는 출판사업을 완전히 접고, 마음 맞는 선생님들과 작은 독립학교(대안학교라는 용어가 친숙하지만 저는 독립학교, 인디스쿨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를 열어 아이들과 알콩달콩 살아가며 영어, 철학, 법, 정치 관련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1회 졸업생들이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 있으니 세월 참 빠르죠?

이상 간단한 제 소개 말씀이었구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은 제가 스팀잇에 입문하게 된 이유를 얼마간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학교라는 속 깊지만 작은 공동체와는 다른 소통 방식으로 제가 알고 있는 것, 깨달은 것, 느낀 것들을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바람 때문이죠. 가입신청을 하고 인증과정에 필요한 며칠 동안, 스티미언으로서의 제가 하고픈 활동을 몇가지 갈래로 정리해 보았는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헤르메스의 교단일기 Hermes Diary

조그만 학교에서 아이들과 속닥속닥 알콩달콩 생활하면서 얻는 깨달음, 크고 작은 즐거움들이 갈무리되어 있는 1000~2000자 내외의 글들로 여러분과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써왔던, 그리고 앞으로 쓰게 될, 제게 소중한 경험들이 녹아든 글들을 매개로 중고등학교 혹은 대학교에 다니는 젊은 스티미언들 그리고 그만한 연령대의 자녀로 두고 있는 학부모 스티미언들이 함께 소통하며 입시, 학교생활, 진로준비, 자녀양육과 관련된 고민을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2. 오직 대한민국 사람들만을 위한 영어 English only for Koreans

영어 때문에 고민하는 중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들을 돕고 싶습니다. 현재 시중에 팔리고 있는 영어책 특히 문법책들은 대부분 수십년 전의 밀리언셀러인 <성문종합영어>>의 아류들입니다. 게다가 <성문>은 당시 일본에서 발간된 문법책을 저자가 우리말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죠. 결국 우리는 반세기 전에 나온, 그것도 일본식 한자로 가득한 시대착오적인 교재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어 배우기가 힘든 것은 여러분 탓만이 아닐지 모릅니다. 지난 수십년간 축적된 문법학자들의 연구 결과들을 반영하여 무식하게 외우지 않고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영문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단어에 대한 부담 때문에 포기하지 않도록 중딩들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예문을 활용할 것이고 고급진^^ 재미를 위해 인문학적 내용도 곁들이겠습니다. 그래서 제목도 <오직 대한민국 사람들을 위한 영어>로 정했습니다. 줄여서 '오대영'입니다.^^

3. 블록체인 영단어 Blockchain Your Word Power

영어 어휘력을 최대한 빨리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전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영단어들은 어근, 접두사, 접미사 세 가지 블록이 조립되어 있는데요. 이러한 블록들을 자유자재로 엮어가며 어휘력을 순식간에 확장시키는 원리를 나누겠습니다. 

단어의 기원과 역사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곁들여서 단어 익히기가 의외로^^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도 보여드리려구요. 오해하시진 마시길... '블록체인과 관련된 영단어'가 아니라 '블록체인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단어'입니다.^^

4. 번역가 헤르메스 I'm Your Translator

영어로 된 글이 있는데 읽을 수 없을 때, 자동 번역으로는 도저히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 때의 답답함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고 분량이나 내용에 무리가 없다면 게시글로 번역을 해드릴 수도 있고 댓글로 해설을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수능, TOEIC, TOEFL, TEPS 문제를 풀다가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나오거나 좋은 영문 기사를 우리말로 함께 나누고 싶을 때, 질문이나 요청을 주시면 시간이 닿는 데로 능력껏 돕겠습니다. 물론 저도 좋은 영문 글이 보일 때마다 우리말로 옮겨서 함께 나누겠습니다.

5. 헤르메스의 작은 생각 Hermes Essay

전공과 강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크고작은 이슈들에 대해 성찰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깨달음을 함께 나누는 기회를 만들어 보았으면 합니다. 소재는 어떤 철학자일 수도 있고, 정치적 개념일 수도 있고, 사회적 이슈일 수도 있겠습니다. 지식을 자랑하고 소비하는 공간이 아닌 지혜를 함께 나누는 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6. 기타 Miscellany

소소하고 잡다한, 보기에 따라서는 자기 만족적(?)일 수도 있는 가벼운 게시물도 자주 나누겠습니다. 좋아하는 록이나 재즈, 클래식 음악에 대한 소개와 감상, 14년째 하고 있는 사회인 야구에 대한 이야기, 후원회원으로 있는 국제난민기구(UNHCR)에 대한 이야기, 목공, 여행, 수제 맥주에 대한 이야기, 인디밴드들에 관한 이야기 등등. 아 그리고 가끔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서 올릴지도 모릅니다. 이건 그냥 저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용도인데요. 재작년에 취미로 하던 밴드가 멈춘 이후(ㅠㅠ)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이해해주시고 어설프더라도 많이 격려해 주세요.^^

이상입니다. 어느덧 시간이 새벽 4시. 내일 출근을 위해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네요. 가입인사를 끝내려는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설레는데요. 돌이켜보면 저는 지금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투기의 도구일 뿐'이라는 선입견이 지배하던 단계에서, '전부 그런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탐색의 단계를 거쳐 지금은 '우리가 활용하기에 따라서 각자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단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꿈은 제가 가진 생각과 지금껏 얻게 된 지식과 깨달음을 더 많은 사람들과 넓고 깊게 나누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당장은 스팀잇 공동체의 컨텐츠가 좀더 다양해지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경제적 보상? 의미가 적지 않겠지만, 제가 꿈꾸어온 '지혜의 나눔'을 계속할 수 있는 바탕, 혹은 동기 부여라는 의미 이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팀잇 공동체를 찾아온 지금의 선택, 지금의 설렘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앞으로 많은 대화, 질문과 대답, 요청과 화답으로 좋은 인연이 끝없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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