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이번 여행 동안 가지고 다닌 가방
안녕하세요. 앞으로 제가 쓸 글은 해외 여행기를 빙자한 내 안으로 여행기입니다. 제 안으로 여행기이니 제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도 여행기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밝혀지겠지요. 사실 이미 다 정리한 여행기인데 너무 개인적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적어서 두서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설명을 보충하고 사진을 붙여서 제 글을 더 잘 해명하고 싶습니다.
여행기를 쓰자 마음먹으니 한편으론 무슨 여행기를 쓰나 싶었습니다. 디지털 매체 덕분에 기록과 보관이 쉬운 시대입니다. 그러니 글을 쓸 게 아니라 여행 내내 사방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들고 여정의 모든 걸 보여주는 편이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굳이 제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기록하지 않아도 이미 구글 스트릿을 통하면 어지간한 곳은 직접 볼 수 있지요.
방금 말했듯이 기계가 사방을 기록한다 치면 제 눈은 제가 선택한 아주 좁은 곳밖에 보지 못합니다. 사방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전 시선을 어디에 얼마큼 둬야 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제 시선이 머문 순서와 시간은 절 반영합니다. 저랑 관련 있는 것에 시선이 먼저 가고 더 오래 머물겠지요. 그리고 제 시선 간 곳은 저를 설명하는 데 아주 유용합니다. 배고픈 상황에서 빵과 고기를 봤는데 빵에 시선이 더 먼저 가고 오래 머물면 전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겠지요? 여행 속에서 이런 저만의 독특한 시선을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해 보고 싶습니다.
내 안으로의 여행을 정리했지만 저를 설명하거나 저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확실한 근거를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다시 정리한 뒤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불완전하고 미약한 토대 정도 얻으면 다행이지요. 사실 여행을 다녀오기 전과 다녀온 뒤가 변한 것도 없습니다. 출발할 때부터 그런 기대는 없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과 돈 몇 푼으로 자아를 찾거나 미래가 변한다면 세상 사람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겠지요? 하루에 조금씩이지만 매일 꾸준히 나를 돌아본다는 점과 규모가 있는 한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업은 저에게 의미 있습니다.
혼자 써서 혼자 보면 될 걸 포스팅하는 것은 제가 스스로 할 수 없는 나약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남이 볼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좀 더 고민하며 설명하게 되고 하루라도 빼먹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어요. 모르는 거 투성이지만 단정적인 어미를 사용한 건 나중에 제가 틀린 말을 한 걸 알았을 때 모호한 표현에서 변명을 찾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니 순전히 절 위해 적고 포스팅하는 글이네요. 그러니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그 사람은 한 젊은이의 인생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렇다고 읽을 가치 없는 글은 아닙니다.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비교할 대상을 아는 건 좋은 일입니다. 삶에 대한 고민은 중요하니 비교 대상을 하나라도 더 얻는 건 더 가치 있는 일이죠. 물론 같은 고민을 답습하길 기대하고 쓰는 글은 아니에요. 이렇게 고민한 사람도 있다는 걸 전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친해도 속은 잘 알 수 없는데 되려 누가 읽을지 모르니 더 진솔하게 말하게 되네요. 글을 쓰면서 거짓말은 하지 않을 거니 서른 먹은 한 사람의 고민을 숨김없이 알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내용 중에 지적하고 싶은 거나 의문스러운 거 혹은 무슨 할 말이 있으면 개의치 말고 댓글을 적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정해야 할 지적 사항이 나온다면 지적해주신 분에게 이 글의 수입을 일정 부분 나누겠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오·탈자의 경우는 수입의 10% 어색한 표현은 20% 내용 전개에 관한 오류는 40%의 비율로 나눌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