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의 작은생각] 나는 왜 스티미언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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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새벽 가입한 헤르메스입니다. 새벽엔 지혜를 나르는 작은 날개라는 가입 글로 인사드렸었죠? 이번에는 정치학 전공자로서 스팀잇 공동체에 대해 생각을 정리한 글을 올려드립니다. 가입 신청 후 승인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며칠 동안 쓴 글입니다. 본문에서도 밝혔지만 여러분과 함께 제 생각이 부족한 것, 잘못 알고 있는 부분, 달리 생각하시는 대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리고 아시죠? 저 같은 뉴비에게는 여러분의 조언이 큰 힘이 됩니다! ㅎㅎ!

나는 왜 스티미언이 되었나?


여왕님께서 출타하신 주말, 호기심 만발하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집중 탐구하던 중 '스팀잇(steemit)'이 마음속으로 쏙 들어왔다. 스팀잇은 컨텐츠를 생산한 대가로 코인을 제공받는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컨텐츠에 대한 참여자들의 평가 투표(업보팅upvoting/다운보팅downvoting)를 통해 경제적 자산(스팀steem/스팀달러steemdollar)과 커뮤니티 내의 정치권력(스팀파워steempower)을 얻는 구조다. 직업상, 성향상 지식 나눔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 딱맞는 컨셉트인 셈.

비트코인의 무작위적인 숫자 맞추기와 달리 스팀잇은 채굴과정에서 창출되는 지적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직관적으로도 거부감이 적고 통념상의 경제 원리에도 부합한다.(기술적으로는 일정한 주기로 자동 생성되는 코인이 컨텐츠 창출 등 공동체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차등 분배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만 경제적 함의는 같을 듯.)

거기에 기여에 따른 보상을 경제적 자산인 스팀달러와 컨텐츠를 평가하는 정치적(?) 권력인 스팀파워로 나누어 제공하는 것도 영리하다. 스팀달러는 컨텐츠 생산의 경제적 유인 동기로 삼고, 스팀파워는 질 낮은 컨텐츠를 걸러내는 등 커뮤니티의 질서와 건전성을 유지하는 정치적 참여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블록체인 내의 노드를 책임지는 운영자 집단(증인witness)을 참여자들이 투표로 선출하도록 되어있고 공동체 참여를 통해 얻는 암호화폐의 가치가 여러 장치를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동적으로 올라가도록 설정되어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이 또한 개발자가 정치학적 안목과 경제원리에 대한 식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1스팀달러의 가치=1달러 이상으로 교환비율이 최소 보장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선출된 20인의 증인witness('스팀잇 공동체의 준비제도 이사회' 쯤으로 이해하면 될 듯)이 스팀잇 내부 화폐인 스팀과 스팀달러의 교환비율을 조절함으로써 가능하다는데, 경매 시스템과 비슷한 걸로 추정되나 정확한 원리는 아직 공부중^^;;. 어쨌든 스팀화폐의 대외가치가 안정될 수 있는 기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클 듯하다.

이 밖에도 세심하게 고안된 앨거리듬 상의 여러 장치들이 흥미를 돋운다. 보상을 스팀달러 50% 스팀파워 50%으로 나누어 받거나 스팀파워로만 100% 받을 수는 있지만 스팀달러만 100% 받을 수는 없고,스팀달러는 스팀파워로 쉽게 전환되지만 역으로 전환하는데는 비교적 장시간(현재는 13주)이 걸리도록 짠 것은 말 그대로 전율할 정도였다.

이는 이중적 의도로 읽히는데, 우선 컨텐츠 창출에 대한 일차적 보상에 스팀파워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함으로써 정치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의무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코인을 대내화폐인 스팀, 대외화폐이자 안정자산인 스팀달러, 커뮤니티 내의 질서를 유지하는 정치적 자산인 스팀파워로 자산을 나누어 교환 주기를 다양화함으로써 코인 가격의 급격한 등락에 따르는 리스크를 헤지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인 블록에 수록된 정보의 삭제 불가능성은 스팀잇 같은 컨텐츠 공유 플랫폼에서는 책임있는 컨텐츠 생산을 유도, 강제하는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수로 개인정보를 노출하거나 자신의 평판에 먹칠을 하거나 저작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올렸다간 (일주일 후부턴 수정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치명적 결과를 낳을수도 있겠지만...

또 한 가지 예측되는 공동체 내의 정치적 리스크은 스팀파워를 집중적으로 키운 참여자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참여자의 글쓰기 나아가 영향력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보팅 기능을 남용할 때 견제 수단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스팀잇 공동체의 의사 표출 구조는 원칙적으로 국가와 같은 1인 1표제가 아니라 주식회사처럼 표의 가치가 보유 자산의 양(=스팀파워)에 비례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 투표는 플러스-마이너스 양방향이다. 요컨대 업보팅을 받으면 보상이 늘어나지만 다운보팅을 받으면 줄어들고 그 증감의 폭은 각자가 보유한 스팀파워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스팀파워는 컨텐츠 창출에 대한 정치적 보상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컨텐츠의 질을 평가할 권한과 의무를 동시에 부여하는 영리한 장치이지만, 이러한 권력이 특정 소수에게 집중될 때 견제할 장치가 없다면 장기적으로는 커뮤니티가 적자생존의 장이 되면서 몰락을 면치 못할 것이다. 강제적 결사체인 국가와 달리 자발적 결사체인 스팀잇은 언제든 떠나면 그만이니까...

이 문제를 해결할 앨거리듬 상의 장치가 있는지, 혹은 있을지 아니면 공동체의 건전성 유지(=스팀 코인의 가치 유지)에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참여자 다수의 전략적 행위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지는 판단 유보.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직접적 참여로서만 체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다 옮길 수는 없고 단 기간에 후루룩 읽어낸 것들이라 아직 내가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도 확실치는 않다. 혹시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뜬구름 잡는 대목이 있다면^^ 과감히 지적해 주시기를...

가입신청은 엊그제 마쳤고 인증 절차에는는 며칠이 걸린다고 한다. 투기는커녕 주식 투자에도 별 관심이 없는 성격이지만 생산적인 지식 공유의 실험이라는 차원에서는 썩 재미있는 경험이 될 듯싶다. 기대한 대로라면 참여자들과 지식을 나누는 즐거움과 소소한 보상을 얻을테고, 공동체가 공중 분해되는 최악의 경우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지식은 내 머리에, 내가 만든 컨텐츠는 블록체인 어디메쯤 그리고 내 컴퓨터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에 발 딛으면서 굳이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고 싶진 않다. 나는 아직 인간의 자발적 참여가 가진 힘과 집합적 선의의 힘을 믿으니까.


이상입니다. 마크다운 편집기능 익히는 것도 만만찮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댓글로 여러분과 생각을 함께 나누기를 기대합니다. 다음 번엔 더 재미있는 주제로 찾아뵐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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