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둘째 아들을 집에서 내 보냈습니다.

오늘 둘째 아들을 집에서 내 보냈습니다.
한 일주일 집에 들어오지 말고 알아서 살라고 하고 내보냈습니다.
돈한푼 쥐어주지 않았습니다.
스팀에 포스팅하고 거기서 나오는 글보상으로 살다가 오라고 했습니다.
제게는 아들 둘과 딸아이 하나가 있습니다.
세 녀석 모두 주변사람들이 부러워 할만큼 똘똘하고
저와는 다르게 외모도 그럭저럭 먹어줍니다.

그런데도 부모의 욕심인지 조금만 더 잘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둘째 아이는 여러 고민 끝에 지방 국립대를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습니다.
조건부 장학생이었습니다.
학점 3.75인가를 맞추는 조건입니다.
녀석은 즈그 형보다 더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즈그형보다 조금은 덜 성실하게 대학생활을 했고
학점은 목표점을 맞추지 못했답니다.
자랑스런 4년 장학생이라는 이름과 맞바꾼 지방대로의 진학은 겨우 1학기만에 물거품처럼 사라졌습니다.

방학을 했고
아이가 대학생 답게 자신의 삶에 진지한 고민을 해주길 기다렸습니다.
녀석은 그러지 않았고
굼벵이 생활을 했습니다.
이것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리 부부는 결론지었습니다.

아이을 위해
그리고 미래에 아이로인해 우리가 고민하지 않기 위해
아이를 세상 구경을 시키기로 마음을 먹었고
폭탄 선언을 했습니다.

"우리는 너를 집에서 내보내기로 했다"

아이는 청천벽력이었을 것이고 하루 뒤인 오늘 아침 일찍 짐을 싸들고
노트북 하나를 메고 집을 나섰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아이가 마지막까지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이가 돌아오는 날까지
이 공간에 아이에게 편지를 쓸려고 합니다.

아들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입니다.

큰 녀석을 군대에 보내고 가끔 편지를 썼었는데 작은녀석에게는 조금 일찍 편지를 써야할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 잘다녀오라고 아내는 아들을 안아주었지만
저는 못 본척 그냥 보냈습니다.
겨우 "잘 다녀와라. 가끔연락하고.." 이말만 멀찌기서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둘째 녀석에게도 저희 가족 모두에게도 중요한 날입니다.
둘째 녀석이 좀 더 성장해서 돌아올수도 아니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를

조금은 두려운 날입니다.

훌쩍 다 커버린 녀석인데도 아무것도 쥐어주지 않고 내보내서인지
조금은 마음이 먹먹합니다.

사랑하는 아들
그리고 많은 순간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멋진 아들아
아버지는 너를 지지한단다.
네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그리고 그 삶이 더 자유로운 삶일수록
너는 지금 더 많은 댓가를 지불해야 한단다.
댓가를 지불하지 않은 자유로움은
늘 빚이되어
훗날 너의 삶을 옥죄게 된단다.
아들아!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라.
그러기 위해 기꺼이 젊어서 댓가를 지불하거라.
지금 댓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자가 불어
훗날 더 많은 댓가를 지불해야하는 것이 인생이란다.
젊어서 그리고 지금 그 댓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너는 너의 삶을 사는게 아니라
다른이의 삶을 살게 된단다.

1주일 잘 지내고 건강히 돌아오거라.

사랑하는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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