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학파 이론 I] 카를 맹거의 주관주의 가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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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의 가치는 재화 속에 내재되어있는 속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서 필요한 노동의 양으로 결정되는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가치는 각각 개인들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매기는 중요성에 의해서 결정된다."
-카를 맹거(Carl Menger)

안녕하세요. @rothbardianism 입니다. 오늘부로 여러분들께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철학/역사학을 비롯한 오스트리아 학파의 이론을 여러분들께 소개할까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께 소개할 이론은 바로 오스트리아 학파의 아버지라고 볼 수 있는 카를 맹거 선생님의 주관주의 가치론(Subjective Theory of Value)입니다.

사실 주관주의 가치론에 대해서 설명하기 이전에 카를 맹거가 활동했던 시대적 배경을 먼저 이야기 해야할 거 같은데요.

당시에 경제학은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던 때라, 모든 가치는 그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서 필요한 노동의 양(Quantity of Labor)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이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졌을 시기였습니다.

뭐, 맹거도 처음엔 그것이 정설이었다 보니, 그렇게 받아들이는듯 했습니다만, 오스트리아 수상실에서 공보관으로 일하게 되면서 경제 변동 및 가격 변동 에 대한 조사를 했고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쭉 조사를 해보니 실제 가격의 변동전통적인 가격 변동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맹거는 고민을 하다가 경제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방법론은 개인의 행동과 선호를 분석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주관주의 가치론의 시초가 되겠습니다.

이러한 진리를 깨달은 맹거는 자신감이 생겨 당시에 오스트리아 경제학계의 주류로 여겨졌던 역사학파와 맞짱을 선포하게 되는데요. 맹거는 <사회과학 방법과 정치경제학>과 <독일 경제학에 있어서의 역사주의의 잘못> 이라는 책을 발간하여 역사주의의 대빵인 구스타프 슈몰러(Gustav von Schmoller)에게 보내게 됩니다. 맹거의 도전을 시작으로 맹거와 역사학파의 이론적 전쟁은 시작되고, 이를 방법론 논쟁이라고 합니다.

맹거는 방법론 논쟁에서 승리하게 되고, 빈 대학에서 자기 자신만의 세력을 형성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주관주의 가치론을 기반으로 경제학적 현상들을 설명하는 오스트리아 학파가 됩니다.

아니 그니까 주관주의 가치론이 뭐냐고....

자, 지루한 역사 공부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여러분이 궁금해 하시는 주관주의 가치론(Subjective Theory of Value)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아, 그니까 개개인의 중요성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은 알겠는데. 좀 더 간단하게 설명할 사람이 필요하니 제가 있는거겠죠? 그럼 여러분들이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제 옛날 얘기를 잠깐 해볼까 합니다.

제가 중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풋풋했던 시절이 있었죠?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에야 제주도하면 '효리네 민박' 이야기들 하시겠지만, 당시엔 제주도하면 한라산이었죠. 저도 당시에 한라산 정상을 올라가기 위해서 학우들과 열심히 등산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한라산 정상에 도착하고 나니, 목이 너무 마르더군요. 하지만 어리석은 학우들과 저는 차마 물을 가져올 생각은 못했던 겁니다(바보들..). 그런데 참 세상 좋아졌어요. 한라산 정상에서도 물을 팔더라는 겁니다. 학우들과 저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기라도 한듯 물 파는 아저씨한테 달려가서 물 세 병을 달라고 했습니다.

자, 그런데 이 아저씨. 참 문제입니다. 자기 아들뻘 자식들에게 기존 물의 가격보다 3~4배 가격을 받으시더군요. 그 때 당시에 편의점에서 500원 하던 물이. 아니 한라산 정상에 올라가니까 2000원을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그래서 화가 난 저는 "아저씨 이 물 편의점가서 사면 500원짜리 아니에요? 너무하시네.." 라고 반문을 했죠. 그러자 아저씨가 "그런데 여기엔 편의점이 없잖아." 라고 하시더군요. 참 너무하죠? 그렇게 화가나서 퉁퉁 거리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산악회 회원분들은 기꺼이 2000원을 주고 물을 구매하시더군요.

결국 그렇게 퉁퉁거리던 저도 너무 목이 마른 나머지 2000원에 생수를, 5000원에 라면을 사서 먹어버렸습니다(엄마 미안해).

왜 이런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재화에 매기는 가치는 상황에 따라, 장소에 따라 바뀌기 때문입니다.

한라산 정상에 올라간 사람들이 매기는 생수와 라면의 가치는, 편의점과 상점이 즈리즐비 한 곳에 있는 사람들이 매기는 생수와 라면의 가치보다 더 큽니다. 왜냐하면 일단 한라산 정상에 있는 생수와 라면의 공급량은 편의점과 상점이 즈리즐비 한 곳 보다 현저하게 적을 수 밖에 없는 반면, 생수와 라면에 대한 수요는 한라산 정상에서 더 많기 때문이죠(한라산 정상을 올라가기 위해 열심히 땀 흘렸고, 칼로리 소모도 많았으니까요).

그 못된 아저씨가 2000원에 생수를 팔아도 그렇게 뻔뻔(?)할 수 있는 이유는 어차피 제가 구매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가 충분히 생수를 구매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가 그 수많은 생수와 라면을 들고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온 이유는, 한라산 정상에선 몇 배 비싼 가격에 생수와 라면을 팔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계셨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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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생산비용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생산비용을 결정한다는 말이죠.

우리가 한라산 정상에서도 시원한 물을 마시고 따땃한 라면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한라산 정상에선 평상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생수와 라면을 팔 수 있다.'라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생수아저씨는 나쁜, 못된 아저씨가 아니라 목 마를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그 많은 양의 물과 라면을 가져와주신, 고마운 아저씨였던 것이죠. 오스트리아 학파에선 저 못된 아저씨를 '기업가(Entrepreneur)' 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많은 양의 물과 라면을 제공하자는 생각은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고 합니다.

이제 누군가가 주관주의 가치론에 대해서 물어보면, 당시에 자식뻘인 저에게 물과 라면을 몇 배 비싼 가격에 팔아버린 아저씨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 땐 그 아저씨가 미워 보였지만, 지금은 저의 훌륭한 소재(?)가 되어주셔서 참 감사한 마음이죠.

여러분도 이젠 주관주의 가치론에 대해서 이해 하셨나요? 조금 재미있고 쉽게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고자 했는데 쉽게 들렸는지 잘 모르겠네요. 다음엔 뵘바베르크의 시간선호와 이자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재미있게&유익하게 읽어주셨다면 upvote해주시고,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셔요~ ㅎㅎ

내일 삼일절인데 즐거운 시간 보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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