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의 또 다른 승자, ‘싱가포르’

싱가포르, 20여 년 전에 기자가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인간이 노력하면 불모지도 이렇게 괜찮은 도시로 바꿀 수 있구나’하는 감동을 준 나라이다. 그리고 10여 년 전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더욱 발전하고 있는 모습에 놀란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리고 다시 남북분단 후 70년 만의 ‘세기의 담판’이라고 불렸던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결정돼, 기자는 다시 지난 10일 싱가포르를 찾았다.

예전에는 센토사섬 지역 일대가 유명한 관광코스였지만, 지금은 바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방문했다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중심으로 해서 더 휘황찬란하게 변화하고 있는 풍경에 잔잔한 감동마저 일어났다.

전 세계에서 약 3천 명에 가까운 기자들이 이번 정상회담 취재를 신청하자 싱가포르 당국은 매년 자동차 경주로 유명한 F1 경기장 내 3층짜리 건물 전체를 아예 국제프레스센터(MCI)로 사용했다. 2천 석이 넘어 취재 기간에도 빈자리가 있을 만큼 규모도 방대했다.

또 기존 스크린과 함께 곳곳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취재에 아무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한 모습도 역력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기자가 먹고 남을 음식과 음료를 제공했다.

사실 단순히 따져봐도, 3천 명에 가까운 기자들이 숙박비 등 체류비로 쓰고 가는 돈을 합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기에 이는 전혀 밑지는 장사가 아니었던 셈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10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드는 2천만 싱가포르 달러(161억 원)를 기꺼이 자신들이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묶은 세인트레지스호텔 관계자는 만 이틀을 거의 영업을 못해도 불평 하나 내놓지 않았고, 얼굴에 웃음만 띠었다.

그런데 이렇게 돈으로 환산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싱가포르는 이번에 가져갔다. 바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높인 것이다. 기자가 만나서 영어로 인사를 나눈 다른 나라 기자들만 해도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엄청났다.

짧게는 만 이틀 동안 전 세계 언론은 북미 정상회담에 초점을 맞췄지만, 동시에 개최지인 싱가포르의 유명 호텔과 관광명소가 언론에 그대로 전파를 타고 보도됐다. 수많은 시청자와 독자들이 지켜보는 메인 시간대에 중요 내용으로 싱가포르라는 국가가 자동으로 홍보된 셈이다.

사실 누가 뭐라 해도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은 우리나라이다. 하지만 싱가포르 역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고, 회담 장소까지 제공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여건 조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싱가포르가 정상회담 개최지로 결정된 후 거의 한 달여 동안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면서 얻은 홍보 효과도 상당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다시 국빈방문 할 것을 약속했고, 김 위원장은 “여러 분야에서 (싱가포르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밝혀 대미를 장식했다.

기자는 취재를 끝내고 싱가포르를 떠나는 14일 다시 정상회담에 개최됐던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과 트럼프 대통령이 묶었던 샹그릴라 호텔, 김정은 위원장이 묶었던 세인트레지스 호텔 주변을 둘러봤다. 많았던 검문소도 없어지고 다시 일상을 되찾은 분위기였다.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한테 ‘이번 정상회담으로 불편하지 않았냐’고 여러 번 물어봐도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멋진 정상회담인데, 그 정도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자부심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기자가 이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자원 하나 없던 불모지에서 이제는 어느 정도 경제개발에 성공한 싱가포르가 국제적인 ‘화해의 무대’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서 또 다른 성장 동력을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원래 하나의 민족이었고 분단의 아픔을 넘어 통일을 추구하려는 남북한 못지않게 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자신의 나라에서 개최한 싱가포르 국민들의 열정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번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또 다른 승자는 싱가포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4박 5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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