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청춘의 독서]booksteem 최인훈과 유시민

한국 근대정신사 최고의 봉우리 중 하나인 전후 최대 작가 최인훈 씨가 지난달 작고하셨습니다. 전후 두 체제의 모순과 더러운 이면을 알고 있는 지식인이라면 [회색인]이었던 그의 이방적 입장이 최선의 도피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권에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과 같이요.

유시민은 이제 유명인이지만, 아직도 잘 모르는 분이 있으려나 싶어서 좀 소개합니다.
전 이분 책을 자주 읽었는데 10년전 쯤 상사가 제가 읽는 [국가란...] 표지를 보고
“유시민? 얘가 뭘 안다고?”하신 기억이 있네요. 어른들이 많이 싫어하셨죠 ^^
유시민은 요즘 민주당대표로 뜨는 이해찬씨 와도 인연이 깊은 분이죠 ㅎ


유시민의 [청춘의독서]에서도 그의 대표작 광장을 소개한 적 있습니다. 그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해 볼까합니다.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최인훈, 『광장』

최인훈의『광장』은 60년 4·19 혁명과 이듬해 5·16 쿠데타 사이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4·19로 세상이 바뀌었지만 아직 한국전쟁으로 인한 반공 이데올로기가 팽팽하던 시절이었다. 주인공 이명준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철학과 학생이다. 월북한 코뮤니스트 아버지로 인해 어느날 경찰서에 붙잡혀 가 수모를 당한다. 얼마후 월북한다. 혁명정신을 잃어버린 사회주의 공화국에 크게 실망한 명준은 북에서도 적응하지 못한다. 남과 북, 두 체제 사이에서 갈등하다 전후에 제3국을 선택한다는 정치적으로 충격적인 소설의 설정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컸다.

◼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

유시민이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그에게 감명을 대목은 ‘한국 사회 광장의 추악함이었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정치? 오늘날 정치란 미군부대 식당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받아서, 깡통을 골라 양철을 만들고, 목재를 가려서 마루를 깔고 나머지로 목축을 하는 것과 뭐가 달라요. ... 서양 정치사회는 하수도 시설이 잘 돼 있단 말이에요. ... 정치도 똥오줌은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하수도와 청소차가 없어요. 한국 정치의 광장에는 똥오줌에 쓰레기만 더미로 쌓였어요. 모두의 것이어야 할 꽃을 꺾어다 저희 집 꽃병에 꽂구, 분수 꼭지를 뽑아다 저희 집 변소에 차려 놓구, 페이브먼트를 파 날라다가는 저희 집 부엌 바닥을 깔구. 한국의 정치가들이 정치의 광장에 나올 땐 자루와 도끼와 삽을 들고, 눈에는 마스크를 가리고 도둑질하러 나오는 것이지요.. .... 추악한 밤의 광장, 탐요고가 배신, 살인의 광장. 그게 한국 정치의 광장.

경제의 광장엔 도둑물건이 넘치고. 모조리 도둑질한 물건, 앙탈하는 말라빠진 손목을 도끼로 쳐 데어버리고 빼앗아온 감자 한 자루가 거기 있습니다. . 피 묻은 배추가 거기 있습니다. 정액으로 더럽혀지고 찢긴, 강간당한 여자의 몸뚱이에서 벗겨온 드레스가 거기 걸려 있습니다. 56

유신시대였다. 대의원들이 체육관에 모여 단일부호 현직 대통령을 만장일치로 뽑고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1/3을 임명하고, 정부가 외국에서 꾸어온 돈과 세금으로 권력과 결탁한 정치인이 기업인들에게 제멋대로 나누어주던 시절이었다.
이명훈은 어느날 경찰서에 붙들려가 고문을 받는다.

매질을 거듭한다. 어깨, 허리, 엉덩이에 가해지는 육체의 모욕 속에서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는다. 아, 이거구나, 혁명가들도 이런 식으로 당하는 모양이지, 그런 다짐조차 어렴풋이 떠오른다. 몸의 길은, 으뜸 잘 보이는 삶의 길이다. 아버지도?
처음, 아버지를 몸으로 느낀다.

“엄살부리지 말고 인나라우. 너 따위 빨갱이새끼 한 마리쯤 귀신도 모르게 죽여 버릴 수 있어. 너 어디 맛 좀 보라우.” p 137

이명준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아버지가 북한방송에 나온다는 이유로 개처럼 얻어 맞는다. 형사의 협박은 유시민이 그 책을 읽었던 시절에도 유효했다. 유시민은 이명준에 정서적 연대감을 느꼈다고 적었다.

이런 새끼들 속이란 더 알쏭달송한 거야. 내 사찰계 근무 경험으로, 극렬한 빨갱이들 가운데는 이 새끼 같은 것들이 꽤 많아. 보기는 버러지도 무서워 할 것 같지. 이런 일이 있었어…….”
그자는 명준을 젖혀 놓고 동료 쪽으로 돌아앉아서 겪은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명준은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도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자기 전성시대라면서, 일제 때 특고 형사 시절에 좌익을 다루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특고가 마치 한국 경찰의 전신이나 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 명준은 자기가 마치 일본 경찰의 특고 형사실에 와 있는 듯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 일제는 반공이다, 우리도 반공이다. 그러므로 둘은 같다라는 삼단논법. 그는 옛날은 좋았다고 한다. 그건 일본 시대를 말하는 소리다.

◼ 소문뿐인 혁명

월북한 공산주의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죄 없는 청년을 모욕하고 폭행하고 위협 한 남의 불합리한 현실,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법률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다는 절망감,모멸감, 공포감이 그를 북으로 내 몰았다. 이명준은 월북한다. 그러나 월북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혁명정신을 잃어버린 사회주의 공화국에 크게 실망한다.

잿빛 공화국이었다. 이 만주의 저녁노을처럼 핏빛으로 타면서, 나라의 팔자를 고치는 들뜸 속에 살고있는 공화국이 아니었다.... 혁명의 공화국에 사는 열기띤 시민의 얼국이 아니었다. ..어느 모임에서나 당사(黨史)가 외워졌다. '일찍이 위대한 레닌 동무는 제X차 당 대회 에서 말하기를 ······',
눈앞에 일어나는 일의 본을 볼셰비키 黨史 속에서 찾아내고, 그에 대한 처방 역시 그 속에서 찾아냈다. 목사가 성경구절을 들춰 내듯이, 黨史가 코뮤니스트들이 부르는 교양이었다. 어느 모임에서나 판에 박은 말과 앞뒤가 있을 뿐이었다. 신명이 아니고 신명난 흉내였다. 혁명이 아니고 혁명의 흉내였다. 흥이 아니고 흥이 난 흉내였다. 믿음이 아니고 믿음의 소문 뿐이었다. p 141

일류 코뮤니스트의 집에서 ... 구역질나는 부르주아 집안의 나날이었다. ... 혁명을 판다는 죄, 이상과 현실을 바꾸면서 짐짓 살아가는 죄. 그걸 모를리 없는 아버지가 계면쩍어 하는 몸가짐일 것이다. ... 이게 무슨 인민공화국이고 소비에트입니까? ... 저는 살고 싶었던 것입니다. 보람 있게 청춘을 불태우고 싶었습니다. 115

서양 가서 소위 민주주의를 배웠다는 놈들이 돌아와서는, 자기 몇 대조가 참판을 지냈다는 자랑이나 하면서 인민을 걷어차고 ...일본 놈들 밑에서 벼슬을 지내고 아버지 같은 애국자를 잡아 죽이던 놈들이 무슨 국장, 무슨 청장자리에 앉아 인민을 호령하고 있었습니다. ... 수많은 고결한 심장의 소유자들이 이런 공화국을 만들자고 중세기 순교자들 보다 더 거룩한 죽음을 한건 아니잖습니까? 그들의 피에 대한 배반입니다. 누군가가 위대한 선구자들의 피를 착취하고 있습니다. 117

개인적 욕망이 터부로 되어 있는 고장, 북조선 사회에 무겁게 덮인 공기는 바로 이 터부의 구름이 시키는 노릇이었다.
인민이 주인이라고 멍에를 씌우고, 주인이 제 일하는 데 몸을 아끼느냐고 채찍질하면, 팔자가 기박하다 못해 주인까지 돼 버린 소들은, 영문을 알 수 없는 걸음을 떼어 놓는다.

광장에는 꼭두각시 뿐 사람은 없었다. 사람인 줄 알고 말을 건네려고 가까이 가면, 깎아 놓은 장승이었다.

젊은 유시민은 이 글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볼쉐비키혁명과 프랑스 시민혁명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지적인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인민 정권에서는 인민의 망치와 낫이 피로 물들여지며 세워진 것이 아니었다. ‘전세계 약소 민족의 해방자이며 영원한 벗’인 붉은 군대가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바스티유의 노여움과 기쁨도 없고, 동궁(冬宮) 습격이 아슬아슬함도 없다. 길로틴에서 흐르던 피를 본 조선 인민은 없으며, 동상과 조각을 망치로 부수며, 대리석 계단으로 몰려 올라가서, 황제의 안방에 불을 지르던 횃불을 들어 본 조선 인민은 없다. 그들은 혁명의 풍문만 들었을 뿐이다. p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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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사파, 1980년대의 이명준

북한 방송에서 들었던 문제논문 [주체사상에 대하여]를 읽었다. 붙잡혀 갈 일이었지만 나는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이 아닌 호기심에 읽었다. 그저 지배 이데올로기를 합리화하는 해설서일 뿐이었다. 나는 의아했다. 노동자들이 이 ‘논문’을 받아들고 도데체 왜 울었던 것일까 무슨 울만한 감동이 있다는 말인가? 이런 논문이 나왔다고 우는 사회가 정상일 수 있을까? 유시민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이미 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1980년대의 한 무리 청년들이 집단적으로 관념적 월북을 시도했다. 주사파학생들이다. 이명준처럼 강요된 월북이었다. 광주학살을 저지른 정치군인들의 인권유린과 부정부패, 압도적 물리력에 대한 증오감과 좌절감이었다. 그들은 더 이상 ‘광장’을 읽지 않고 ‘주체사상’을읽었다. 그들은 교도소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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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 없는 삶을 거부하다

6.25에 참전하서 남북 모두에 절망한 주인공은 스스로를 파괴하려한다.
나는 이번 싸움을 겪어서 다시 태어나고 싶어. 아니 비로소 나고 싶다는 말이야. 이런 전쟁을 겪고도 말끔한 손으로 돌아가소 싶지 않다는 거야. 내 손을 피로 물들이겠어. ...

싸움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자는 바보뿐이야. 성경의 게으른 종처럼 전리품을 긁어 모아야지. 내 손으로 뺏아야 돼. ... 싸움이란 그런거야. 옛 은인의 아들, 맘맞는 농담을 지걸이던 짝패. 그리고... 나는 그걸 짓밟겠다는 거야. 그 썩어진 모랄의 집메 불을 지르겠단 말이거든. 그래서 범죄인이 되겠어. 또는 인민의 영웅이 되겠어. 마찬가지 말이야. 어쩔수 없이 나를 얽어매는 죄를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거야.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부르주아 원죄 따위 넋두리가 아니야. 내손으로 밝히 해낸 나의 죄. 그래서 태어나겠다는 걸세. 내 탄생을 도와주게. 그리고 자네 부인이. 지금쯤, 이층 내 방에서 기다리기고 있을거야. 그녀도 나의 탄생을 도와야 해. 148

그는 사람을 만나야 했다. 그러다 운이 좋아 은혜를 만났다. 명준이 스스로 사람임을 믿을 수 있는 것은 그녀를 안을 때 뿐이었다.
오른손으로, 은혜의 군복 앞 단추를 끌렀다. 다음에는, 가죽띠를 끌렀다. 마디가 굵은 버클이 무디게 절그럭거린다. 이 고운 몸에, 이 무슨 흉한 쇠붙이란 말인가. 이 몸을 볼쇼이 테아트르의 대리석 기둥이 받치는 놀이마당에서, 전차가 피를 토하는 이 스산한 마당까지 불러 온 자는 누군가. 이 예술가의 가냘픈 몸의 도움까지 받아 가면서 해내야 할 사람 잡이에 내몰기 위해서? 안 된다. 너희들이 만일 인민의 이름을 팔면서 우리를 속이려 든다면, 우리도 걸맞은 분풀이를 해줄 테다. 사람을 얕잡아보지 마라. 너희가 한 푼을 속이면, 어김없이 한 푼을 속히 우리라. 전차와 대포를 지키라고 너희들이 데려다 놓은 자리에서, 우리는 원시의 광장을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단추와 가죽 허리띠를 끌러 낸 풀빛 루비슈가 웃저고리를 벗긴다. 그녀의 드러난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p 153
명준은 사령부에서 떠도는 소문을 들었다. 총공격이 가깝게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알렸을 때, 은혜는, 방긋 웃었다. “죽기 전에 부지런히 만나요, 네?”
그날 밤 명준은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렸으나, 끝내,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까맣게 하늘을 덮고 나타난 유엔 공군의 폭격기는, 고맙게도 모여 준 공산군 화기와 병력을 갈겨 댔다. 낙동강에 물이 아니라 피가 흘렀다는 싸움은 이날의 그것이었다. 은혜는 부지런히 만나자던 다짐을 아주 어기고 말았다. 전사한 것이다.

어디에 도 갈수 없었던 그는 포로수용소에서 '중립국'을 선택하고 결국 스스로를 죽인다.

유시민. [청춘의 독서]

유시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은 으레 “……인생이 그런 거예요.” 혹은 “권력이 그런 거예요.”라는 말을 잘 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생각들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춘의 독서』의 매력도 거기에 있다. 유시민은 서울대학교 입학 후 농촌법학회라는 서클에서 가입하게 되는데 신입생 환영회에서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변하는 것이다’ 라고 주장해 선배들을 당혹시켰다고 한다. 바로 랑케의 이론이다. 그런 그가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인식을 바꾼다. 그리고 실천한다. 이제 학생 유시민에게‘국가와 애국심’이란 권력자의 폭력의 도구에 불과했다. 그는 그의 책 [국가란 무엇인가] 서문에 톨스토이의 글을 싣는다.
“애국심은 권력자가 군대를 장악하고 동원하는 데 쓰는 파괴적 감정이다.”

이후 유시민은 3학년 때 서울대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이 된다. 이때 서울대 총학생회 회장은 심재철이었다.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 세력이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후 1980년 봄이 되면서 민주화 운동은 더욱 가속화 되고 5월 15일 서울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다.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수만 명의 학생들이 계엄 해제 및 신군부 퇴진을 요구했다. 밤 8시까지 계속된 시위에서 시위 지도부는 계속 시위를 할 것인지 해산할 것인지를 두고 격렬한 토론을 벌였고 심재철은 철수를, 이해찬과 유시민은 철수 반대를 주장했다. 결국 심재철의 의견에 따라 운집한 학생 시위대는 해산하게 되는데, 이것을 '서울역 회군'이라고 한다.
(훗날 심재철 학생회장은 새누리당으로)

이후에도 교내 학생 운동에 활발히 참여하다가 군사 정권에 의해 투옥되었다. 당시 민주화 운동가들을 감옥에 보내는 대신, 최전방으로 입대시켜 고생을 좀 하게 하는 이른바 녹화사업에 의해 1980년 강제 징집되어 화천군에서 복무한 후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입대해서도 군사 정권에 의해 관심사병으로 지정되어 몇 번이고 전출과 전입을 반복하고 사상 검증이랍시고 끌고 가서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서울대 복학 후 유시민을 세상과 만나게 만든 서울대 프락치 사건 (학생운동권의 민간인 고문 사건)에서 그 유명한 항소이유서를 써서 화제가 되었다. '서울대 프락치사건'이 역사적으로 굳어진 사건명이지만, 프락치로 몰린 전기동씨가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요청 등으로 일부 언론에서는 '서울대 민간인 감금폭행 고문조작'사건으로 변경해 부르기도 한다. 24살에 항소이유서를 쓴 이후 그의 글쓰기가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교는 1992년에 졸업하였고, 이후 독일로 건너가 마인츠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이해찬 당시 평화민주당 의원의 의원실 자원봉사자. 이때는 공식 보좌관이 아니라 보좌관 급여를 나눠 섰다고 한다.

16대 보궐로 당선되어 여의도에 입성했을 때부터 빽바지 사건으로정치생활 내내 싸가지 없는 좌파의 상징이었지만,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다. 기초노령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장애수당, '장애인차별금지법'등 소외계층 소득보장 노력을 기울였다.

국민연금 개혁을 실행하기 위해 국회에서 직접 발로 뛸 정도로 열정적으로 추진했으나 당시 한나라당의 극심한 반대로 보험료율을 15.9%로 인상하는 대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2028년까지 40%로 점진적으로 인하시키는 것으로 타협했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정치의식은 그의 책 [국가란 무엇인가]에 많이 소개된다. 그는 국가를 충성해야할 절대적 존재로 여기는 것은 우려한다. 오히려‘잘 다스려야할 괴물’처럼 여긴다.국가는 학술적용어로 괴물(리바이어던)맞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도 마찬가지다.

![](
ISBN: 9788901101569

국가가 악을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덕이 개인의 이성인 반면 국가를 지배하는 것은 집단적 감정이기 때문이다. 집단에는 양심이 없다. 니버는 세계대전을 보고 개인과 국가가 상이한 원리에 따라 행동함을 밝혀냈다.
마르크스의 사회혁명론은 틀렸다. 사회혁명은 발달된 산업사회가 아니라 농업국가에서 일어났다. 국가가 폭력만으로 인민을 지배하는 것도 결코 아니었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가 폭력은 인민에 ‘대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행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p 144]
복지국가론은 철학차원의 이론이 아니다. 선,정의를 실천하는 제도의 종합으로 봐야 옳다.

정치는 동기보다도 결과가 중요한 활동이다. 정치는 결과로 책임져야한다. 막스 베버가 강조하는 것은 책임윤리이다. 목적윤리 신념윤리는 믿음대로 행동하고 결과를 신에게 맡기지만, 책임윤리는 우리 행동의 예견할 수 있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의 정치할 때 문제는 동기가 중요하고 결과에 책임지려는 의식이 부족한 점이다. .. 가장 극단적 사례는 한국전쟁이다. 김일성은 신념 윤리가처럼 행동함으로써 500만명을 희생시켰다. 김일성과 박헌영은 한반도에 사회주의 통일국가를 세운다는 신념,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믿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결과로 평가받아야할 정치적 행위였다. (앞의 책 p 261)

유시민은 이후 선거에서는 줄줄이 낙선했다. 정계를 떠나 다시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한마디로 한국 근현대사를 치열하게 몸으로 살아낸 사람이다. 그의 인생을 돌아보면 그의 말이 공감이 된다. 그런 격동의 시기 마다 그는 길을 잃었고, 그의 말대로 ‘아픈다리 달래며 동행했던 사람들도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그의 지도는 ‘책’이다.

[청춘의 독서]는 젊은 시절에 읽은 책을 몸으로‘겪어낸’사람에게서 듣는 책 이야기다. 그는 서울역 데모현장과, 고문실에, 전방 군대에, 국회에, 한국 현대사의 거의 모든 곳에 있었다. 그 때마다 책이 함께했다. 현실에서 느끼는 의문에 대해, 책 속에 답을 찾았다. 그는 책을 겪으면서 그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치를 경험하기 전과 이후 혹은 경험과 상상 사이에 놓인 생각의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그 생각의 차이들이 고전의 다른 얼굴들을 보여주고, 이제껏 들어가 보지 못했던 고전의 다른 입구를 열어 보이기도 한다. 그 사이 혹은 차이를 만든 시간에 대한 배움도 찾을 수 있다.

리영희 선생이 쓴 글과 같이 유시민 또한 ‘인식과 행동을 일치시킨 지식인’이라 평하면 그는 매우 흡족해 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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