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 스팀잇 Capitalism, Steemit

스팀잇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스팀잇 초기부터 있어 왔고, 이용해보면 누구나 체감적으로 느끼는 문제 의식이다. 새로 가입하는 사람이면 더더욱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나 역시 이러한 문제를 느껴왔고, 개선의견을 몇 번 제시한 적이 있다. 문제 의식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글을 적어본다.


근로소득은 자본소득을 따라가지 못한다.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의 핵심 내용이다. 자본소득이 클수록 소득분배는 악화된다. 돈을 가진 사람과 돈이 없는 사람의 격차는 점점 커지는 것이다.

스팀은 현실보다 더한 자본주의 사회다.

스팀잇에서 얻는 수익은 크게 두가지이다. 글쓰기로 얻는 수익과 큐레이션으로 얻는 수익. 글쓰기로 얻는 수익은 근로소득이다. 큐레이션으로 얻는 수익은 자본소득에 가깝다.

  • 근로소득
    스팀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글쓰기 수익이 높다. (통계를 내보면 간단하다. 분명 상관관계를 가질 것이다)

  • 자본소득

    1. 큐레이션 보상은 근로소득이면서 한편으로는 시간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자본소득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다. 스팀이 많을수록 큐레이션 보상도 일반적으로 비례해 증가한다. 고래의 큐레이션 보상은 일반 사람의 글쓰기 수익을 넘는다.
    2. 글을 읽지 않고 보팅만 누를 수도 있다.
    3. 그마저 귀찮으면 봇을 돌리기도 한다. 많은 고래들이 봇을 사용한다.

스팀잇이 현실세계보다 더한 자본주의 사회인 이유는 근로소득마저 스팀의 보유량을 따라가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자본이 적은 사람은 자본소득 뿐만 아니라 근로소득으로 얻는 수익마저 (없지는 않지만) 적다.

현실세계에는 세금이 있다.

현실세계는 사회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유지·관리하기 위해 세금을 걷는다. 적게 걷는 나라는 10%부터(더 적게 걷는 산유국도 있긴 하지만 여기에서는 제외) 많이 걷는 나라는 50% 넘게 걷는다. 스팀잇에는 세금이 없다. 소득분배는 일어나지 않는다. 부의 불균형은 더욱 심각해진다.

현재 스팀잇은 20만명의 사회

스팀잇은 현재 가입자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 3월 말 14만명이었던 가입자수는 3달도 되지 않아 20만명이 되었다.

이미지 출처 : @arcange/3v6u18-steemit-statistics-2017-06-13

3달만에 43%가 늘어난 것이다. 가입자 증가는 일반적으로 산술적으로 늘지 않고 지수함수 그래프를 따른다. 10만명 증가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블로터 http://www.bloter.net/archives/180255

이러한 속도라면 스팀잇은 올해말 40만명을 돌파하고 내년 6월이면 80만명을 넘어선다. 스팀잇은 100만명이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일까? 100만명을 넘어 1천만명, 1억명의 커뮤니티를 유지할 수 있을까? 신규 가입자가 얻는 것은 더욱 적어지고, 부의 불균형에 대한 목소리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지금처럼 스팀잇이 초기 참여자가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라면, 스팀잇은 분명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가 있을까? 사람들은 아무 수익도 생기지 않는데도 페이스북을 하고,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한다. 스팀잇 역시 그렇게 이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조금이라도 보상이 생기면 고마운 일이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생각이다.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게 있다.

게임을 위해서는 두 명의 참가자가 필요하다. 게임을 주재하는 사람은 참가자 가운데 한 사람에게 1만원을 주고, 그 돈을 두 명이 나누어 가지라고 한다. 돈을 받은 사람은 5,000원 / 5,000원으로 나누어 가져도 되고, 9,000원 / 1,000원으로 나누어 가져도 된다. 마음대로 비율을 정할 수 있다.

돈을 받는 사람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제안한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이다.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대로 나누어 가지게 되지만, 제안을 거부하면 두 사람 모두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당신이 참가자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비율로 나누겠다고 제안하겠는가? 만약 제안을 받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이 어떤 비율로 제안해야 받아들이겠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5,000원 / 5,000원으로 나누어 갖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9,000원 / 1,000원이나 8,000원 / 2,000원으로 나누겠다고 한 경우 대부분 거부당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적은 돈이라도 받는 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임에도 거부하는 걸 결정했다. 그들은 대뇌 안쪽에 있는 뇌섬(insula)에서 강한 분노 반응을 보였다. '경제적인 이득'보다 '공정성'에 더욱 큰 가치를 두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공정성에 대한 가치 판단은 원숭이에게도 보인다)

스팀잇에 종종 비판의 목소리가 '분노 섞인' 목소리로 나오는 것은 그들이 '공정성'의 가치가 훼손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스팀잇이 발전하기 위해 우리는 이러한 '공정성'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덧, 스팀잇은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woo7739 님께서 제 글 링크를 걸어두셨기에 앞으로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을 거 같아 내용을 조금 더 추가하자면,

스팀잇은 현재 베타버전이다. 당장 2017년 6월 20일만 해도 19 하드포크가 예정되어 있다.

스팀잇은 계속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현재 곳곳에서 일고 있는 목소리는 스팀잇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데 제약이 될 거라 생각하기에 이 글을 쓴 것이며, 앞으로 달라지는 환경에 맞추어 스팀잇은 또 변화해 갈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일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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