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올라온 @stimcity의 글 [스팀시티 응원가] 우리도 응.원.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를 보고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스팀잇에 음악을 만들어 올린다는 게 제게는 몹시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죠. 그러면서도 보탬이 돼야 한다는 모종의 압박을 느껴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저는 동요나 유명한 가요를 리하모니(Reharmonyzation)하는 걸 좋아했는데요. 스팀시티 응원가에는 가사도 있었고, 새로운 곡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가볍게 리하모니만 해봐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악보만 볼까? 라는 생각으로 악보를 뽑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시작...)
유명한 곡인데도 악보를 보니 처음 보는 곡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조성(Key)을 정하고, 코드 진행을 러프하게 짰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한 번 해본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대충 코드의 틀이 나오니 연주곡 형태로 올려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간단하게 악보를 그렸습니다.
악보까지 그리고 보니, 명색이 응원가인데 노래가 없으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응원가로는 제 연주가 너무 쳐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주 형태로 피아노를 쳐서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항상 작업과정에 있는 악보만 올리다 보니 필체가 너무 부끄러운데요. 악보도 잘 그리고 글씨도 이것보다는 잘 쓴답니다ㅠㅠ)
음역에 맞게 조성도 바꾸고, 리하모니도 하고, 개사 된 가사도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반주만 올리려니 너무 허접해 보일 것 같았습니다. 내가 녹음을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녹음을 도와주는 지인에게 전화를 해봤는데 마침 오늘 일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얼른 피아노만 녹음해서 한 시간 뒤에 가겠다고 약속하고, 부랴부랴 피아노를 쳤습니다.
지인의 작업실에 도착했습니다. 스팀 만 배가 뭐냐고 묻는데 차마 설명할 수가 없더라고요. 대충 얼버무렸는데 지인은 스팀시티가 새로 생길 아파트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녹음하러 갈 때만 해도 한 시간 안에 다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둘 다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지인이 먼저 욕심을 내더라고요. 더블링도 하자. 코러스도 넣자.
더블링도 하고, 코러스도 짜고, 녹음하고, 튠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다섯 시간이나 지나 있었습니다.
지인이 보내준 파일명이 apro더라고요. 느낌이 좋았습니다. 부제를 apro로 정했어요.
평소 제 성격엔 이렇게 대뜸 전화해서 찾아가거나, 또 가벼운 작업을(더 정확하게는 페이가 없는) 부탁하는 일이 쉽진 않은데요. 스팀시티 덕에 새로운 경험을 해보네요.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작업인데 둘 다 무척 즐거운 마음으로 했습니다. 시간만 더 있었다면 녹음도 다시 했을 텐데 그게 좀 아쉽네요.
스팀 만 배 되면 제일 먼저 지인에게 스튜디오를 차려주겠다고 다짐하며 돌아왔습니다.
무조건 하루 안에 끝낸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노래도, 연주도 무척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꼭 양해 해주셔야합니다! (노래를 잘해서 한 게 절대 아닙니다)
이 곡은 스팀시티를 통해 꿈을 이뤄가는 소녀, @roundyround님을 생각하며 편곡하고 불렀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편곡 포인트가 있는데요. 제일 먼저 맞춰주신 분에게 1SBD을 보내 드릴게요.
다른 악기를 넣을까 하다가 저랑 가장 가까운 악기인 피아노로만 만들었어요. 하나둘 채워주세요!
* 무용 공연도 코앞으로 다가오고, 요즘 일을 늘리다 보니 작업이 밀려 댓글 다는 속도가 느립니다. 피드가 조용한 요즘 더 글을 올리고 싶어, 글을 우선순위에 두는데요. 한 분 한 분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늦더라도 댓글 꼭 달 거에요!
지구는 둥그니까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스티미언
다 만나고 오겠네
스팀시티 시민들이
하하호호 웃으면
스팀이 만배 가겠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Credit
작곡 이수인
작사 윤석중
개사 @stimcity
노래, 피아노, 편곡 @ab7b13
녹음, 믹싱, 마스터링 @ab7b13 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