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Marginal Cost Economy - 블록체인이 바꿀 경제의 수요와 공급

Thumbnail-2.png
Made by @hingomaster

Economic Illness


두 달 정도 전 페이스북에 OECD 경기선행지수와 관련된 포스팅을 하나 업로드 한 적이 있었다. 각국 경제 상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할 수 있는 OECD 경기선행지수에서 한국이 혼자 Divergence 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는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를 돌파하고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받은 2017년 내내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게다가 올해 1월부터는 통계청이 별도로 산출하는 통계청 경기선행지수 역시 하락 반전하였다. 이에 응답하듯 2018년 2월이 시작하자마자 증시는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OECD Composite Leading Indicator
Companies' Inventory Level
20180206-1.jpg20180206-2.jpg
Source : OECDSource : 한국 통계청

위 차트를 보게 되면, 한국 OECD 경기선행지수를 산출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재고지표가 확실히 악화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OECD 경기선행지수는 한국에게 있어 상당히 Unfair한 지수일 수 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재화의 가격을 결정짓는 부동산 관련 지표가 Leading Indicator Component 로 포함되어 있지 않고, 그 대신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의 특성을 반영한 까닭에 제조업 재고와 관련된 지표가 두 개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몇 년째 업황이 좋지 못했던 자동차 업종이 재고 증가를 선도했고, 이것이 경기선행지수에 반영된 것이다.

Hidden Risk


위의 사실을 하나의 근거로 삼아 예측해 보건대, 이 세상에 계신 수많은 경제 전문가 분들께서 보시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주장이겠지만, 나는 이제 대한민국의 경우 경제 성장을 완전히 종료한 국가로 봐야 한다고 감히 생각한다. 물론 실질성장률이 완전히 제로가 되지는 않겠으나,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 상 글로벌 경기 훈풍을 타고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 3%, 그렇지 않다면 1% 후반에서 2% 초반의 경제성장률이 일상화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가? 예전부터 생각해 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크게는 세 가지로 정리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 내수시장의 축소 : 그렇잖아도 5천만 명 규모의, 어정쩡했던 규모의 내수시장은 이제 축소될 일만 남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주장에는 남북통일의 가능성을 0%로 전망하는 개인적 사견이 바탕이 되어 있다.) 미국처럼 다인종 국가가 된다면 벗어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다인종 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한국인들의 심리적 거부 장벽이 너무 높고, 미국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다인종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지출되는 비용 역시 만만치가 않다는 것은 한국의 장기적 내수시장 축소를 강력히 지지하는 근거로 볼 수 있다.

  • 자본집약형 대규모 제조업의 성장한계 : 한국은 누가 뭐라 해도 자본집약형 제조업 중심의 국가다. 제조업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거대한 CAPEX를 바탕으로 하여 재화를 생산하고 출하한다. 이러한 산업은 경기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일정 이상의 인구를 고용하기 때문에 경기 충격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은 무형자산을 활용하여 많은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엄청난 고마진을 뽑아 내고 있다. 즉 한국의 경제 모델은 이제 점점 '비효율적' 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Declining Productivity
Export - Inventory Level Divergence
20180206-3.png20180206-4.png
Source : 한국 통계청Source : 국가지표체계
  • '신경제' 의 허상 :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미국의 FANG(또는 GATFA)를 모방한다고 하여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이룩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한국형 4차산업' 이라는 테마에 냉소를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인터넷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2010년대의 경제는 제조업만큼 많은 고용을 보장하지 않으며, 일상적인 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수많은 비용을 제거하여 경제 전체의 한계효용을 낮추고 있다. 즉 기존 산업은 고질적인 저마진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뜻이며 새로운 산업이 육성된다 한들 제조업이 제공했던 수준의 경제적 효용 배분은 요원한 일이라는 것이다.

So, What Now?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를 시간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어 보자, "블록체인은 과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우리는 던져 볼 수 있다. 왜냐 하면 이제 우리 경제는 어떠한 산업을 육성하고 어떠한 토목사업을 벌이고가 경제를 이끌어 나가던 시기가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는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한 산업을 선두에 놓고 달리고 있고, 서구 선진국 대비 제조업에서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 나라는 결국 이 쪽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터넷 플랫폼의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과연 점차 비효율적으로 바뀌어 가는 우리 경제에 어떠한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인가?

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 : Jeremy Rifkin
20180206-5.jpg

제레미 리프킨은 '한계 비용 제로 사회' 에서 극도로 고도화된 자본주의는 그 효율성 추구가 부메랑이 되어 결국 '공유경제' 를 이끌어 낸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 책은 인터넷 플랫폼이 지배하는 경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자본주의의 효율성 추구의 극대화와 공유경제의 도래 간 논리적인 연결고리가 부족했던 것 및 공유경제와 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On-Demand 경제를 구분하지 않았던 관계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또한 플랫폼 기반 On-Demand 경제와 공유경제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 역시 중요한 비판의 지점이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이 틈새시장에서 시작하여 해당 시장을 독점해 버리는 특성에서 기인한다. '인터넷 환상' 의 저자 예브게니 모로조프는 공유경제를 결국 모두가 노예화되는 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어 등장한 블록체인 플랫폼은 기존 인터넷 플랫폼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버드대 로런스 레식 교수의 지적처럼 공유경제나 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On-Demand 경제가 가진 "통제 권력에 의한 부스러기 경제" 를 벗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는 탈중앙화, 둘째로는 정보격차의 해소라고 할 수 있다. 돈 탭스콧의 '블록체인 혁명' 에는 블록체인이 기존의 공유경제나 On-Demand 경제가 탈중앙화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음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술이 변방에서 단순 작업을 하는 노동자를 자동화하는 반면, 블록체인은 중심부를 자동화하여 중심부가 가지고 있었던 통제권을 상실케 한다. 우버는 택시 기사의 직업을 빼앗지만, 블록체인은 우버를 실직시키고 택시 기사들로 하여금 고객과 직접 접촉할 수 있게 해 준다." - 돈 탭스콧, 블록체인 혁명

On-Demand Economy
Blockchain Economy
20180206-7.png20180206-6.png

즉 플랫폼이 담당해 오던, 금전적 유인으로 인해 사람을 모으고 서로 중개해 주는 기능을 소멸시켜, 원래 해당 산업에 고용되어 있던 사람들의 경제적 효용을 더욱 높여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공유경제로 오해받았던, On-Demand 경제의 대표주자인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실제로는 비정규직 확산과 도시 임대료 상승의 주범으로 지적 받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는 상당히 미묘한 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탈중앙화 이외에도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으니,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의 내용을 블록에 저장함으로써 상호 신뢰와 정보격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블록체인으로 이루어진 시장이 하나의 완전경쟁시장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단일 재화의 거래 플랫폼으로써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단일재화, 정보격차의 소멸,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 많은 수의 공급자 라는 조건 중 정보격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블록을 조회하면 이전의 거래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있고, 중앙화된 공급자가 정보격차를 무기로 공급가격을 조절하거나 소비자를 속이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즉, 블록체인 기반 경제는 지금보다 조금 더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워짐으로써 자본의 효율적인 배분을 가능하게 만든다. 위에서도 지적했던 이야기이지만 대규모 자본투입과 고투자를 기반으로 한 CAPEX 위주의 제조업 경제인 한국은 이제 그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과연 자본의 효율적인 분배는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가?" 이다. 이미 세계 10위권에 들어 있는 한국의 경제는 가용 리소스가 상당히 많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이를 도와 줄 수 있을까? 가능하다고 본다.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3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