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참여] 열대야

안녕하세요~ 발달러 가나입니다:)
@marginshort 님이 백일장을 주최하신다 하여, 저도 살포시 참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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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내가 잠 못 드는 것은 다 열대야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각하고싶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습한 열기가 팔다리를 휘감는다. 끈적한 공기. 작은 창문 너머로 어렴풋이 술 취한 아저씨들의 말싸움이 들린다. 시끄러워. 잘 수가 없잖아. 가뜩이나 더워 죽겠는데.

베개를 고쳐 베고 다시 잠을 청한다. 온 몸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생각들. 눈을 감으면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허공에 떠다니는 말들. 부질없다. 지키지 못할, 지키지 못한 약속들. 다 부질없다. 안착할 곳을 찾지 못해 이리 저리 부유하는 이야기들. 너는 기억하고 있는지? 이렇게 흐느적거리며 떠도는 이야기들이 우리의 이야기들이었다는 것을.

술 취한 아저씨들의 목소리들이 멀어져간다. 이 새끼, 죽일 놈이, 어쩌고 저쩌고, 분노에 찬 목소리들이 축축한 골목길 위를 뒹군다. 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서 퉁, 퉁, 굴러가던 목소리들이 쓰레기 더미에 툭 부딪힌다.

사흘 밤을 지새우다싶이 했더니 눈알이 아프다. 오늘은 잠들 수 있길, 오늘 밤만은 꿈도 꾸지 않고 푹 잘 수 있길.
그러나 감은 눈 위로, 생각은 머물 곳을 찾지 못해 끊임없이 흐른다. 후덥지근한 이 밤 또한 흘러간다. 나는 또 몸을 뒤척인다. 달빛 밝은 밤이 더디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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