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참여] 회자정리 - 첫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에게 상처받지 마세요. 당신은 가장 순수했어요.




 일전에 나의 여행기를 통해서 짧게 얘기한적이 있다. 세계여행자 그리고 채식주의자와 2주 동안, 작은 마을 ‘빠이’에서 생활했던 이야기. 그 만남 속에는 젊은 날의 우정과 젊은 날의 사랑이 지금은 미완성 된 기록으로 기억 저편에 아름답게 남아있다. 빠이에서 보낸 2주는 지금 생각해도 꿈 같은 시간이었다. 이상한 나라로 향한 앨리스의 마음처럼, 나 역시도 그랬기 때문이다.

우리의 우정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특이했다.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에게 아지트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존재했다. 다만, 성인인 우리에게 아지트는 놀이터가 아닌 술집이었고, 빠이에서 생활하는 동안 새롭게 경험해볼 것들에 대해 의논하는 자리가 되었다. 내일은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러 갈지. 때로는 음식을 만들어서 판매하자는 실현할 수 없는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실현여부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항상 그 밤에 이야기하는 시간이 설레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특이하게 시작된 우정은 점점 진솔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궁금했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싶어졌다. 그때부터 나의 감정은 나체가 되었던 것 같다. 왜 그랬던걸까? 되짚어보면,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들도 알아주길 바랐던 것 같다.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마음, 즐겁다는 마음, 감사하다는 마음. 이런 나의 느낌을 스스럼 없이 표현 했던 것 같다. 친구들에게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2주간 지낸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과 헤어질 때, 나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진솔했던 우정은 두 사람에게 사랑으로 분리 되었다. 빠이를 떠나고, 아유타야에서 우리는 셋이 아닌 둘이 되었다. 셋이 있었을 때는 찾을 수도, 느낄 수도 없었던 감정이 단 둘이서 보는 야경 앞에서는 감춰지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 들었던 유재하의 노래와 마셨던 칵테일과 풋풋했던 입맞춤이 앞으로 있을 모든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 되는 순간이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우정, 지속될 것 같았던 사랑. 여행이 끝난 시점에서는 신기루처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태국 여행 이후, 나의 여행 스타일은 바뀌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깊게 친해지지 않기로. 시간이 흐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겠다는 일념과 절대비경을 찾아보겠다는 목적을 품고 유럽여행을 떠났다. 파리에서 생말로까지 9일동안 혼자 보내며, 새로운 신체적 반응도 알게 되었다. 다름 아닌 혼잣말. 여행지지에서 만난 사람과 깊게 친해지지 않는다고 다짐은 했지만 혼자있기에는 매우 심심했던 모양이다. 그 이후부터는 매일 동행을 구하고 같이 다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첫 배낭여행을 온 22살 아이를 만나게 되었고, 우리는 의도치 않게 1주일을 함께하게 되었다. 그 아이를 보며 느꼈던 것은 내가 태국여행을 하고 있을 때 모습을 보는 것처럼 감정이 솔직했다. 나에게 의지했고, 즐거워했고,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그 아이는 나를 친한 언니 생각하듯이 대했고,  한국에 돌아가면 꼭 보자고 몇번이나 내게 말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부담스럽게 생각한건 아니다. 하지만 한 마디를 해주고 싶었다. “나도 너와 함께 있어서 기뻐, 하지만 여행이 끝나면 서로가 지금의 모습처럼 지속되기는 힘들거야” 물론 이 말을 해주지 못했다. 그 아이의 모습은 발랄했고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기분은 좋았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실망했던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부끄러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전부인 것처럼 굴었던 내 표현들. 그 표현만큼 여행이 끝나고 지속하지 못했던 나의 문제. 그런데 이 아이를 보면서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리고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남이 되는건 자연스러운 것이란 걸. 어쩌면 인생에 두번째로 가장 순수했던 모습을 가졌으리라. 이후로 난 그들에게 감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난 이렇게 편지를 남기고 여행을 마쳤다.

“여러분 드디어 이별이네요. 56일 동안의 유럽여행이 끝났어요. 마지막 사진은 최고의 비경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에펠탑 아래에서 손이나 흔들래요. 어떤 분들은 저를 정확히 기억할 수도 있고 어렴풋이 기억할 수도 있어요. 다만 그 차이에서 서운함은 느끼지 않을 생각이에요.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가 궁금했고 잠시나마 같은 곳을 바라보는 친구가 있었다고 생각하면 좋을거 같아요. 그럼 쿨하게 안녕이네요! 그래도 어느날 갑자기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세상에서 제일 반갑게 인사해요. 그 동안 즐거운 추억 만들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를 팔로우 해주신 유럽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그리고 페북은 안하지만 기억에 남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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