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an 이달의 작가 - poem] 물방울 대화

1.png

20221123_093524.jpg

지난 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밤새도록 내렸습니다
가을을 준비하느라 수고한
나무들에게
키 작은 풀들에게
골고루 내렸습니다만

텃밭
꼿꼿한 대파에는 빗물이
밤새도록 맺히지 않고
그냥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그 대파는 싱싱해보였습니다만

영롱한 보석 같은 물방울
안부를 묻는 맑은 눈물은
맺히지 못하고 대신
허리 꺾인 대파가
꺾인 채로 시들어 가던 대파가
마지막 안부를 묻는 빗물방울 붙잡고
영롱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흔들기 전까지
아침햇살에 말없이 떠나가기 전까지
겨울비가 파뿌리랑 속삭인 대화가
방울방울 원 없이 맺혔습니다

2022-11-23 @jamislee 이응률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