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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stone님께서 어제 쓰신 글을 통해 BCC가 전반적인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말씀을 통해 저도 암호화폐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암호화폐에 몇 년간 몸담고 있으면서 많은 코인들의 흥망성쇠를 보았는데, 사실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저는 BCC의 흥행(일시적일 수도 있지만)이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암호화폐의 구성요소를 살펴보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암호화폐의 구성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꼽는 것은 아마 기술일 것입니다. 혁신적인 신기술, 높은 코드 품질, 능력 있는 개발진 등이 다 여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스마트 컨트랙으로 대변되는 이더리움처럼 새로운 기술을 통해 시장을 창출할 수 있고, 반면에 라이트코인처럼 비트코인과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코인도 있습니다.
또다른 요소로는 커뮤니티(보유자)가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코인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코인을 매집하고 여러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금 여기에 있는 스팀 커뮤니티가 있겠죠. 도기코인 또한 강력한 커뮤니티로 유명하며, 나스카 레이싱 서포트는 잘 알려진 예입니다.
세번째로 시장참여자, 즉 트레이더가 있습니다. 이들의 주 목적은 코인 시세 상승에 따른 차익이며, 자연히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경향이나 충성도가 투자자들보다 덜합니다. 트레이더의 유입은 단기적으로 시세를 올리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에 따라 커뮤니티가 함께 커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이 빠져나갈 경우 시세가 하락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마지막은 생산자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PoW 코인에서는 보통 채굴자가 이 역할을 담당하며, PoS에서는 투자자가 생산자 역할을 함께 합니다. 이들은 코인의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얻으며, 코인의 경제모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렇게 네 가지 요소를 살펴보았는데요, 이것들을 가지고 BCC 사건을 조금 다르게 해석해보겠습니다.
BCC 사건의 발단은 근본적으로 생산자(채굴자)와 커뮤니티(보유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입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세그윗에 대해 대체로 찬성하고 있는 입장이었으며 관련 개발자들을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채굴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ASIC Boost 라든지..) 세그윗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었고요. 이렇게 세그윗이 지지부진해지자 개발자가 내놓은 것이 UASF, 즉 채굴자 대신에 사용자(커뮤니티)가 주도하는 하드포크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나온게 BCC(UAHF)입니다.
BCC는 기술 측면에서 보면 의미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커뮤니티 측면에서 보면 중국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8월 1일에 BCC가 BTC에 1대 1로 배당을 하면서 모든 BTC 보유자는 BCC 보유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BCC를 인정하지 않는 많은 보유자들은 커뮤니티가 되기 보다는 트레이더가 되길 선택하고 매도해서 이익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BCC 커뮤니티로 남게 될 수도 있습니다.
BCC의 가장 큰 핵심은 채굴자라고 보입니다. 현재 비트코인 5% 정도 되는 해시레이트가 BCC에 투자되고 있으며, 이들 채굴자들은 어쩌면 BCC의 가장 큰 기반일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이정도 되는 해시레이트는 $1141짜리 개미채굴기 S9 2만대 분량입니다. 그리고 비트코인 대비 해시레이트가 올라갈수록 BCC의 경쟁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BCC가 꾀하고 있는 계획은 무엇일까요? 아마 제 생각에는 어느 정도 이상의 자금력을 동원해서 BCC 가격을 현재 채산성 이상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비트코인에 투자되던 해시레이트를 뺏어올 수 있겠죠. BCC 수량이 비트코인과 이론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코인베이스와 같이 물량을 묶어버린 경우도 있고, 무관심 속에 BCC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BCC 시세를 높게 유지하는 것은 예상보다는 좀 더 적은 비용이 들어갈 것입니다.
이렇게 채굴자들을 데려오면 BTC 빅블록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크게 만들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세그윗을 하지 않은 빅블록 비트코인, 즉 기존 BTU와 비슷한 컨셉으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주장은 로저버나 많은 중국 커뮤니티가 주장하던 것이므로 커뮤니티 형성에 큰 어려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BCC는 기존 BTC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기술적인 부분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기에 BTC를 넘어서기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미 잘 알려진 빅블록의 문제들, 특히 중국 만리장성 방화벽을 넘나들 때 전송속도 문제는 BCC를 중국 중심의 코인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사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오히려 BCC의 성공을 바라고 있습니다. 중국에 집중된 채굴자들과 중국 투기세력이 BCC로 넘어간 이후에 BTC가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Credit: Coinde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