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의 어느 날, 스무 해 넘게 허물없이 지내오던 친한 동생에게서 "이더리움"이란 것이 나왔으니 채굴을 해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중동으로 가족이 함께 이주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바쁜 일상을 보내던 터이기도 했고, 이 곳의 인터넷 사정이 워낙 안 좋다보니 지갑 동기화가 잘 되지 않는 관계로 저는 몇번의 시도 끝에 결국 기회를 잡지는 못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개척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동생 녀석은 돈 냄새 맡는데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마이닝 릭(Mining Rig)까지 제작하여 꽤 많은 량의 이더리움을 채굴, 무려 1만원에 달하는 엄청난 가격에 처분하며 짭짤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 때 처분하지 않고 가지고 있었으면 포브스 표지 모델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본인은 결정을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후로도 사지 않을 이더리움 챠트를 날마다 보며 끙끙 거리는 것을 보면 뭔가 또 다른 큰 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저는 작년 6월경 월급 이외의 고정수익을 늘려볼 요량으로 다양한 투자 기회를 알아보던 중 그 때 인연이 닿지 못했던 이더리움과 그의 형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더리움은 불과 석달만에 20배나 오른 상태였고, 비트코인도 1년만에 다섯 배가 상승하여 미쳤다는 얘기가 한창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비슷한 무렵의 스냅샷을 출처 @jul06/dkarm 에서 가져왔습니다.)
대략 스팀잇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이미 시장이 달아오를데로 달아올라 광풍이나 거품으로 표현되던 그 때 즈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영문으로 글을 포스팅하고 다음 날 한글판을 포스팅했었는데, KR 태그를 붙이기만 해도 많은 분들이 응원도 해주시고 댓글도 남겨 주시어 대단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영문 포스팅에는 보통, 안 읽어봤지만 좋은 내용일 것 같아 업보팅 했으니 너도 내 글에 업보팅 해달라는 그런 류의 댓글이 주류였습니다.
여름 휴가 등의 핑계로 작심삼일이 되어버렸던 포스팅 계획은 10월에 가서야 다시 이어졌습니다.
지난 10월 당시에는 스팀 가격이 $0.8 수준이었고 KR 커뮤니티 포스팅 수도 꾸준히 활동하시는 몇몇 인기 작가님들의 글을 제외하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규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업보팅을 해주셨습니다.
아래는 당시 제가 썼던 처음 다섯 개 글들의 대략적인 업보팅 수와 페이아웃입니다.
업보팅 20 ($1.27 payout)
업보팅 40 ($1.75 payout)
업보팅 70 ($17.75 payout)
업보팅 100 ($23.34 payout)
업보팅 230 ($143.54 payout)
보시다시피 꾸준히 글을 쓰다보면 점차 많은 분들이 피드백을 해주셨고, 부족한 글임에도 공감과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또 한번의 작심삼일 유혹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불과 몇달 전인 그 때와 비교하면 KR 커뮤니티의 사용자 규모가 최소 몇 배 이상은 늘어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는 하루 30분만 투자하면 KR에 포스팅된 거의 모든 글을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세글에 오르는 글들을 제외하면 조회수 100 넘는 글이 많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조회수가 수천에서 수만에 이르는 글들도 꽤 자주 보게 됩니다.
스팀의 가격도 2배 이상 상승하였습니다. 당시 비트코인의 시세가 대략 $7,000 정도였으니 대장 주의 상승률을 월등히 초과하는 하이퍼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습니다. 12월 알트코인의 대펌핑장 대비 10분의 1토막 난 종목들이 꽤 많이 있음을 고려하시면 이러한 하락장 속에서도 스팀이 얼마나 시장의 후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스팀잇은 오랜 아웃사이더 생활 끝에 정착한 매우 소중한 공간입니다. 하이텔, 나우누리와 같은 아날로그 세대의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저로써는 서로에 대한 공감과 소통, 존경이 있는 이 곳은 저에게는 "파랑새"와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각기 다른 분야에 정통하신 인생의 선배들이 많이들 계신다는 점만으로도 얼마나 큰 삶의 안식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트렌딩 글에 특정 주제와 관련된 글들이 많은데 저는 이 역시도 스팀잇 KR 커뮤니티가 발전하는 과정 중 하나일뿐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사람이 몇 배나 많아졌으니 오래된 주제가 다시 수면 위로 나타나고 저마다 나름의 생각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원래 셋이 모이면 점심 메뉴 정하기도 어려운 법입니다.
이미 200년 전에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저서를 통해 공동체의 부가가치는 개인이 기여한 "자본", "시간", "재능"에 따라 분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외에도 모든 구성원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받아야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조금은 다른 이유로 그의 주장에 공감합니다. 스팀잇 커뮤니티에도 이를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투여한 자본에 대해서도 존중 받아야 하며, 시간과 재능을 투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존중 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주제들이 조합된 너무나도 광범위한 논쟁이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될 것 같습니다.
불과 두어달 전에 유사한 이슈가 있었는데 제가 이해하기로는 셀프 보팅, 지인 보팅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셀프 보팅은 스스로 시간과 공을 들여 쓴 글에 대한 스스로의 자존감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지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에게 보팅이 편중되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자신에게"만", 혹은 지인에게"만" 한정해서 대부분의 스팀파워를 보팅을 하는 것은 KR 커뮤니티에 아무런 공동체 차원의 기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의가 있었을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러한 문제의 근간에는 KR 커뮤니티뿐만이 아니라 스팀잇 전체적으로도 중간층의 비율이 현격히 낮은 문제가 있는데, 중간층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해소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팀파워 1천 이하(혹은 1만 이하)의 분들은 자본이든, 시간이든, 재능이든 혹은 그 조합이든 본인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중산층으로 진입해 주시면, 두터운 커뮤니티 파워를 바탕으로 더욱 더 큰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재능있는 작가님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것을 돕고자(혹은 발목을 잡고자) 작은 량이지만 스팀을 구매하였다고 밝인 바 있습니다. 다만, 싼 맛에 폴로니엑스 거래소에서 샀더니 두 달이 지나도록 지갑을 풀어주지 않아서 계획만 밝혀놓고 실천을 못하고 있는 민망한 상태이긴 합니다. 기다린게 아까워서 조금만 더 기다려 보겠습니다.
다시 전술한 비트코인의 얘기로 돌아가면, 휴가를 다녀와보니 제가 예상했던 $8,400~$9,200보다 낮은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Bitstamp 거래소가 4억 달러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3월말에는 후오비 프로와 오케이엑스의 한국 거래소가 오픈한다는 소식이 들려 옵니다.
이런 절망적인 거래량이 지속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고정비용이 큰 거래소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그들의 속내가 대단히 의아합니다. 저는 그들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한번 거하게 죽어보자 이런 감성적 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 끝에 사업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을 것입니다.
작년 6월경 $3,000 근처까지 거침없이 상승하던 비트코인이 $1,800까지 하락했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거품이 터졌다며 무슨 에베레스트 산처럼 생긴 그래프 들이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스팀잇에 포스팅했던 제 글이 기억납니다.
“공포를 이기고 파도에 올라타 봅니다”
어두운 시기가 지나고 모든 분들이 웃는 날이 곧 오기를 기원합니다.
p.s. 한창 열심히 운동할 때 각성제 대신 들었던 음악 한 곡을 소개해 드립니다. 열심히 하면 아놀드 슈워제네거처럼 되는 줄 알고 하루에 벤치프레스를 200 세트씩 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