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과 부, 그리고 붕괴] 1) 빚이 모이면, 거품이 되지요(Bubble, Sum of all De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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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과 부, 그리고 붕괴] 서문) 좋은 버블, 나쁜 버블, 이상한 버블

외식 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김밥은 7.8%, 맥주는 2.5% 올랐네요. 소비자물가 지수는 1% 올랐다는데 왜 얘네들은 이렇게 오르고 있는걸까요?

처음 김밥 체인점이 나왔을때 1,000원에 큼지막한 김밥 한줄을 사먹고도 돈이 남았던 기억이 분명 남아있는데, IMF버거라는 이름으로 착한 메뉴가 천원도 안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월급명세서를 보면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본봉은 비슷한 것 같은데, 어찌 물가만 주루룩 올랐네요.

지난 연재에서 저는 '점진적 인플레이션'의 위험성과 더불어 우리가 흔히 돈이라 생각하는 명목화폐Fiat Currency에 대한 무저항적인 신뢰 역시 위험하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은 좀 더 나아가서, 왜 이런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을 해 보고자 합니다.

왜 물가가 올랐을까요? 왜 정부는 품목을 조절하는 꼼수를 부리면서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 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요? 기초 경제학 교과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른다고요. 네. 맞습니다. 수요가 올랐어요. 지금은 우리나라의 인구, 그 중에서도 경제를 견인하는 50-60년대생 베이비 부머들과 그들의 자식이 왕성한 소비기에 들어간 시기입니다.

한국 뿐만이 아니에요. 전 세계가 비슷합니다. 전후 회복 경제에서, 이러한 경제 상승기조를 타고 발생한 베이비 붐 세대는 경제 성장을 견인했지만, 한편으로는 왕성한 내수시장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들의 자녀들은 최소 20살이 될 때까지는 어떠한 경제활동도 할 수 없이 소비만 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죠.

그렇다면 또 이들이 새로운 소비 주체가 되어서 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킬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뉴스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리고 우리가 왜 BTC를 비롯한 암호화폐에, 특히 접근이 쉽고 대박이 날 수 있는 동전주에 더 열광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취직은 너무나 좁아졌고, 봉급은 박봉이며, 노동은 사람을 갈아 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겪으며 정신병원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유명한 항우울제인 프로작을 만든 일라이 릴리의 주가는 70년대까지만 해도 바닥을 박박 기다가 지금은 85$을 찍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용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세대간 격차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할만큼, 이런 문제는 심각합니다. 서글픈 현실에서 잠시 눈을 돌려 수치를 한번 보도록 합시다. 조금만 발을 뒤로 빼서 멀리서 바라보게 되면 이런 경제의 흐름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미국 주식시장은 약 39년마다 최고점에 도달했고, 상품 가격은 30년마다, 경기 호황과 침체 주기는 약 10년을 주기로 반복됩니다. 헨리 펠프스 브라운Henry Phelps Brown과 쉴라 홉킨스Sheila Hopkins가 발견한 500년의 대혁신 주기라는 것도 있고요. 250년의 혁명주기, 165년의 동서 주기, 5천년의 문명 주기 또한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자라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은 다시 성장하여 부모가 됩니다. 인생은 순환합니다. 사람은 순환합니다. 사람의 집합체인 사회는 순환하며, 그 사회가 움직이는 양상 중 하나인 경제도 사람을 따라 순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투자를 하면서 차트를 보고 '콘드라티예프 파동Kondratieff Wave'나 '이동 평균선'을 찾는 이유는 뭘까요? 큰 의미에서 경제가 순환하는 것 처럼, 작은 의미에서의 경제 지표 또한 일정한 법칙을 가지고 움직일 것이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러시아의 경제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Nikolai Kondratieff는 1925년 인간의 평균 수명을 (당시엔 공공 의료 시스템이 그리 발달하지 못했었습니다.) 50~60세로 잡고, 1814년, 1864년, 1920년, 1980년에 인플레이션과 경제 발전이 정점을 이루고 그 이후 쇠퇴한다는 이론을 세웠습니다.

경제가 4계절과 같이 움직인다는거죠.

봄 호황기에는 경제가 완만하게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또한 완만하게 진행됩니다.
여름 침체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장기 최고점에 오르고, 전쟁이 발생합니다.
가을 호황기에는 인플레이션이 감소하며, 강력한 신기술이 일반화되고, 각종 버블이 곳곳에 만연합니다.
겨울 디플레이션기에는 버블이 터지고, 부채가 감소하고, 물가가 하락하며, 불황이 지속됩니다.
(그리고 이런 변동은 으레 전쟁으로 이어졌었습니다.)

콘드라티예프가 제시한 주기설은 1990년 겨울이 불황기가 될 것이라는 것 하나를 빼고 모두 맞아들어갔습니다. 왜 그 예측이 틀렸을까요? 바로 2차대전과 더불어 사람의 평균 수명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집을 구입하고 빚을 통해 경제를 향유하는 세대가 되었죠. 소위 말하는 밥 호프 세대와 그들의 아이들인 베이비 붐 세대입니다.

1970년대.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노동시장에 진입합니다. 정부는 실업률을 감당할 수 없죠. 우리는 앞서 인플레이션 연재에서 언급했던, 케인지언들이 금과옥조로 떠받든 '필립스 곡선'을 떠올려야 합니다. 네.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엄청난 재정 지출을 단행합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빚을 통해 집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고, 당장 돈이 국가에 돌자 겉보기엔 호황이 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들은 소비했습니다. 호황을 즐겼고. 미국은 한동안 잘 나갔습니다. 미국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에 돈을 넣으면 수십, 수백 퍼센트의 이자가 발생했고, 조금만 노력하면 대궐같은 집과 중형 세단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 대규모 호황은 콘드라티예프 주기를 뒤로 미루기에 충분했고, 경제학자와 위정자들 역시 경제정책을 통해 어떻게든 그런 호황을 이어나가려 했습니다. 국민들의 머리속에 성공한 정치인으로, 완벽한 경제지도자로 남게 하기 위해서였죠.


하워드 스타크는 그 시기 미국의 희망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시기에서도 짧은 주기의 호황과 불황은 존재했습니다. 1942-1968년에 밥 호프 세대의 지출이 증가했고 호황세를 보였으며, 1969-1982년까지 그 세대의 지출이 감소하며 간헐적으로 침체가 발생했죠. 1983-2007년에는 그 지출을 베이비 부머들이 대신했고, 지금까지 역대 가장 큰 주식시장 붐이 발생했습니다.

주식 뿐만이 아니죠. 부동산부터 암호화폐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산이 거침없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율은 FOMC가 지적한 바 대로 어느정도 이상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산 인플레이션입니다. 찍어낸 돈이 최종적으로 흘러들어온 것입니다. 강한 호황과 인플레이션이 결합해서 발생한 자산의 고가화. 이것을 우리는 버블이라고 부릅니다.

호황과 인플레이션 감소가 결합하면 항상 버블이 발생했고, 이 버블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예측은 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미국도, 세계 모두도 베이비 붐 세대의 지출이 감소하고 80-90년대 생들이 본격적으로 경제의 흐름에 접어들며 지금과 같이 소비를 조이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경기침체가 찾아옵니다. 경제의 겨울이 올 수 있습니다. 버블이 꺼지게 됩니다.

각 국 정부는 그것을 두려워 하기에 양적완화니, 소득 주도 정책이니, 청년 일자리니 하는 다양한 연착륙 방식을 찾아 헤매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일본의 경제입니다. 일본의 인구구조는 망가지고 있으며, 그런 급격한 세대교체로 인해 파괴적인 버블 붕괴를 경험했습니다. 일본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빚을 진 늙은 은퇴자와 같죠.

실제 일본의 GDP 흐름을 보면 명약관화해집니다. 1997년 베이비 부머들의 지출이 종료되고 양적완화과 시작되자마자 성장은 거의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2008년, 그나마 있던 닷컴 버블이 완전히 꺼지고 서브프라임이 발생하면서 그 직격탄을 얻어맞자 급격하게 추락합니다. 2013년 이후부터 아베노믹스로 인해 양적 완화라는 바이코딘을 때려붓자 조금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합니다만 그 후유증 역시 만만치 않지요.

Theorem 1.

버블은 순환적이며 1930년 이후부터는 세대지출 주기를 따른다. 버블 발생 간격은 한 사람의 일생과 비슷하다.

이제야 첫 번째 명제를 다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블은 저인플레이션과 호황이 만나 생긴 사생아이며, 이 버블은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는 한 무조건 나타날 수 밖에 없고, 언젠가는 터질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버블의 파괴가 항상 고통만을 낳는 것은 아닙니다.

"눈이 녹으면 뭐가 될까요?雪が解けたら何になるでしょう"라는 이야기를 아시나요? 밝은 아가씨인 혼다 토오루양은 "눈이 녹으면, 봄이 되요春になるんです"라고 답했습니다. 단순히 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요.

마찬가지입니다. 버블이 꺼지면 무엇이 될까요? 저는 고난이나 슬픔이 아니라 기회가 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기회를 알기 위해,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버블을 나쁜 것, 피해야 할 것, 무서운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보다 자세히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암호화폐의 이런 호황은, 몇년 이상 이어지지 않을 우리 세대의 마지막 동력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런 호황의 막차에 탄 사람들인 우리는 더더욱 경제의 흐름을 주의깊게 보고 조심스레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아가 거머쥔 부와 경제적 자유를 통해, 혼자만 과실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따스한 불빛이 되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함께 공부하고, 함께 생각하며, 함께 고민하고, 함께 따져보는 이런 시간이 저는 너무나 기쁘고, 이 글을 보고 질문과 반론을 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또 그런 공부의 과정이 즐겁습니다. 저는 많이 부족하지만, 이런 소통의 과정에서 우리가 새로운 발견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큰 기쁨이자 축복이 아닐까 합니다.

BTC의 가격이 15k$ 이상으로 회복되면서 암호화폐의 총 시총이 새로운 시금석인 7000억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이런 성장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 이런 마지막 결실을 거머쥐어야 할 것입니다.

저와 함께하시는, 아니 함께하지 않으시는 분들까지도, 모든 분들에게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깃드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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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과 부, 그리고 붕괴] 2) 버블.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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