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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의 역사, 금융 위기의 역사
먼저 오늘은 기분좋은 지름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비트코인닷컴에서는 한 인도의 16세 소녀가 암호화폐 관리 어플을 출시했고, 이를 모함하는 reddit의 유저들과 싸웠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말로 16세 소녀가? 하는 마음에 앱스토어에 접속해 보니, 꽤나 짜임새 있는 구성의 어플리케이션이 있었습니다.
트레이딩은 많이 해보지 않은 듯, 몇몇 기능들이 부실하고 한국 거래소 API가 서툰 모습도 보였습니다. 다만, 개발자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Bithumb을 비롯한 Api를 사용하는 기능을 알려주고, 한국의 많은 거래소들을 등록해 달라고 했더니 즉답이 오더군요. 다음 업데이트에 반영하겠다고요.
저는 1.99$, 부가세 포함 2.16$을 즉시 결제한 뒤, 제 자산을 여기 등록해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Cryptowat.ch나 tradingview와 같은 전문적 사이트보다, 16세 소녀가 개발자로 성장하며 겪는 주변의 시기를 잘 이겨낸 것에 대해, 그리고 개발자로써 자기 이름을 걸고 낸 첫 큰 성취에 박수를 보내주기 위해서입니다. 언젠가 이 소녀가 멋진 개발자가 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iOS유저분들은 여기서 어플을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런 소녀의 첫 이야기도 있고, 암호화폐에 대한 사설을 써 주신 @riverbrane님이나, Metcalfe Network Valuation을 사용하여 암호화폐의 가치를 분석해 주신 @wansoon16님처럼 스팀잇 #Kr에 많은 새로운 작가분들이 등단해 주시고 계십니다.
제가 @granturismo님의 글을 보고 코를 훌쩍이며 게임 이론에 대한 댓글을 달았던게 바로 며칠 전 같은데, 벌써 스팀잇이라는 플랫폼에 정착한지도 100일이 가까이 다 되어 가는군요. 감회가 조금 새롭습니다. 참 보잘것 없는 포스팅인데도 불구하고, @leesol님과 @leesongyi님께서 새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 @kr-marketing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제 글이 올라가게 되었네요. 많이 부끄럽습니다.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겸허하게 자판을 두드리겠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금의 역사이고, 곧 돈의 역사이며, 경제의 역사입니다.
유사 이래 인간이 금을 모았던 것은, 화려한 장신구를 통해 부와 미를 추구한다는 목적도 있겠지만 안정된 자산의 축적도 있으며, 채광이든 매입이든 거기에 필요한 권력이나 자산이 축적되어 있을 정도로 자신의 부와 권력이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정확히는 브레튼 우즈 이후 금을 산다는 것은, 미국 달러(USD)에 대한 불신임 투표이자 OPEC에 대한 반발이며 나아가 미국 군대에 대한 반기를 드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금 태환을 버린 당사자인 닉슨은 당시 사우디 아라비아와 협정을 맺어 석유를 달러로만 거래하는 조건으로 구소련을 비롯한 공산세력과 이란 등 시아파로부터 보호해 주기로 합니다. 그 이후 송유관을 거머쥔 OPEC은 모든 석유 결제를 달러로 받게 되고, 달러는 황금 대신 검은 금과의 태환재로 기축통화의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됩니다.
덕분에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 오바마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카, 부시 행정부의 한-미 FTA, 클린턴 행정부의 슈퍼 301조 등 다양한 미국의 시장공세에 두드려 맞아가며 미국 달러라면 치를 떨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달러를 사 모아야 하는 견제하지 않는 적이자 믿을 수 없는 맹방이 되어버렸습니다.
대량 소비Mass Consumption란 말이 나온 곳이 미국인 것을 떠올려 봅시다.
달러의 세뇨리지는 필연적으로 미국의 '과소 저축과 과잉 소비'를 낳습니다. 달러가 모자라다고요? 더 찍어내면 되거든요. 미국인은 저축을 하지 않았냐고요? 그럴 이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역사가 그렇게 보여주고 있어요. 2018년 현재 미국의 가계부채는 약 13조 달러, 기업부채는 약 14조 달러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과 중국,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IMF 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나 3개국의 합만으로도 5.3조를 가볍게 넘어섭니다. (그 중에 중국이 3.7조입니다...) 유로존이 가진 달러보다 거의 7배 이상 많은 양이에요. 그 돈을 운용하기 위해 3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달러 보유국)은 대개 미국의 채권을 구입합니다. 국부펀드를 통해 위기 상황에 빠진 미국 거대 금융기관에 출자하는거죠.
미국인들이 열심히 투자하고 소비하며 쓴 달러가 도로 미국으로 돌아오는 골때리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미국이 쌓은 빚을 중국이, 일본이, EU가, 한국이 해결해주고 있는 셈이죠. 미 연준의 또 다른 난제는 외환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달러의 급격한 환매를 막는 것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때, 달러의 환매 현상이 유로로 넘어가기도 전에 유럽 일대는 먼저 건너온 CDO 연쇄 부도로 인해 쑥대밭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면 엔이나 위안이 유로를 대신할 통화가 될 수 있을까 하면 거기도 애매하다는 답밖에 할 수 없습니다. 2008년 이후, 금값이 급격하게 오른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엔 QE 등의 복합적 이슈도 섞여 있습니다.
2008년은, 200년의 역사를 가진 달러와, 2000년의 역사를 가진 금의 대결이 벌어진 해였습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AIG의 공적 구제, BOA의 메릴린치 흡수 합병,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 주가의 급락은 월가의, 나아가서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경제적 펀더멘탈에 커다란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그 물음표는 벗어나야 할 안전 자산을 찾아 흘러가게 된 것입니다.
화폐는 믿음입니다. 믿음이 무너진 화폐는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달러는 초기에는 금, 지금은 석유와 군대라는 훌륭한 대화수단을 가지고 강제로 달러라는 복음을 전파하고 있죠.
지금까지 달러를 좀 까내렸지만, 금을 화폐로 쓰는데에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 수출이 늘어나 금이 유입되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반대로 수입이 늘어나 금이 유출되면 디플레이션이 나타난다는거죠. 일본의 이와미 은광과 남미의 포토시 은광에서 마구잡이로 채굴된 은이 돌고 돌아 명나라로 급격히 유입되면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이 명나라 멸망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건 역사가 증명하는 현물 통화의 약점입니다.
16C 당시 세계 은 채굴량의 1/3을 책임졌던 시마네의 이와미 은광입니다.
2천년 역사의 금/은도, 200년 역사와 항모전단을 지닌 달러도 각각의 약점을 가지고 통화로 사용되기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앞으로의 통화는, 돈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의 국제통화는 무엇이 될가요? 일전에 저는 $DRSDR, Special Drawing Rights, 특별인출권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1970년 초기 1$DR은 금 0.8888671그램이었지만, 이후 16개국의 통화 바스켓에 의해 결정하고 금 폐화를 선언하게 됩니다. 이 시기 매도한 금은 오일머니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흡수되었고, 2009년 다시 대규모의 금 매도를 통해 $DR의, 국제 통화의 문제를 메꾸게 됩니다. 하지만 $DR 역시 국제통화로 취급받진 못했죠.
특정 국가의 발권에 의한 세뇨리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서, 현물 통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각 국의 정치적 이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로 없는 것일까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먼델Robert Alexander Mundell교수의 최적 통화권Optimum Currency Area 이론이 등장한다면 어떨까요?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최적 통화권 이론이란, 세계 공통 통화나 달러의 기축통화 유지는 어려우니 앗사리 지역별로 통화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입니다. 미국은 달러, 유럽은 유로, 아시아는 엔이나 위안, 아니면 유로같은 아시아 내에서의 공동통화를 채택하자는 이론이죠. 이란 등의 중동 국가나 중국, 러시아 등은 달러 경제권에 편입되지 않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무국적 통화'인 금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국가들이 금을 중심으로 한 통화를 발행하여 경제 블록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먼델 교수의 이론인데요. 재미있는 것은 이런 무국적 통화를 기축으로 한 다통화 분산의 개념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10년의 숙성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BTC와 알트코인 시장입니다. 일전에 저는 BCH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지역 화폐의 기능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실제 BCH는 SBI와의 협업이라거나 CDY로 대표되는 컬러드 코인 발행을 시작하며 아시아권 내에서 다양한 실물 경제와의 접점을 만들어나가고 있기도 하고요.
금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지만, 여전히 무겁고 도둑맞기도 쉽습니다. 우리가 통화를 사용하는데 있어 무언가 분절 가능하고, 변화가 없으며, 기준이 될 수 있는 가치 저장 수단만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그 저장 수단 위에서 다양한 통화들이 각자의 경제적 생태계를 가지고 경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통화가 가야 할 또 다른 해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시장은 여전히 익어있지 않습니다. BTC 기준 8,500USD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횡보중입니다. 이 횡보가 큰 하락으로 이어질지, 10,000USD를 찍으며 큰 추세이탈을 보일지 아직은 답을 내릴 수 없습니다. 흐름이 보이신다면 적당한 대응을 바랍니다. 그 대응과정에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고 가만히 현재의 자산을 유지하시겠다면, 마음의 평온을 다잡으며 공포에 휩쓸리지 않기를, 그 용기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금융 시장은 항상 변해왔습니다. 그 변화가 어디로 나아가게 될 지는 모르지만, 그 길을 함께 걸어나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있다는 것을 오늘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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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래 이야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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