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그리고 비트코인] 3. 고래 이야기(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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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래 이야기(1/2)

오늘 저희 본가에서는 아버님이 새해 덕담 겸 앞으로 온 가족 생일 선물은 24k 금 한돈을 매년 공통적으로 하겠다고 공언하셨습니다. 장신구의 형태가 아니라 골드바의 형태로요(......) 차라리 그 돈을 죄다 Steem Power로 몰빵해서 새해 덕담 겸 풀 보팅이 어떠시겠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뻔 했으나, 차마 제 스팀 주소를 공개할 수 없기에 꾹 눌러 참았습니다. 제 프라이버시는 소중하니까요.

한 학교에서 경영학을 가르치고 계시는 아버님의 특징 상, 아버님은 조금 고전적인 시장경제론자적 견해를 자주 보이십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은 가급적 해서는 안되지만, 아버님 표현을 빌리자면 '못 돼 처먹은 놈(...)'들이 정부의 참교육을 한번씩 받으려 해서 문제가 된다고도 하십니다.

여튼,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과 동일하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특히 통화 정책이나 이재용, 신동빈 등 정권에서 드라이브를 걸어서 삥을 뜯다가 걸린 정경유착, 혹은 최저임금과 암호화폐 규제 등에서 촉발된 분쟁 등에서 온 (통화 및 재화의) 공급자를 컨트롤 하는 방법은 매우 위험하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사실, 아버지께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서는 분석을 하지 않고 계시기에 국제적으로 이 판에서 어떤 전쟁이 돌아가는지까지 언급하시진 않으셨습니다만, 정말 뜬금없이 금 이야기를 꺼내시는걸로 봐서, 오랜 기간 동안 경제를 봐 온 학자로서의 어떤 직감이 발동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경제의 위기가 다가오면 가장 먼저 요동치는 시장이 주식과 FX 시장이고, 그 요동의 종착지는 원유와 금 등의 인류 문명과 함께 해 온 자산이라는 점에서, 소비재를 주시는 것 보다 금을 주시는게 낫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3.75g라... 작긴 작네요.

어찌되건, 현재의 자산 시장은 QE라는 도미노로 출발해서 많이 뒤틀려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각종 레버리지라는 버블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은 채, 금융가는 암호화폐 시장이나 새로운 ETF 같은 파생 시장에서의 버블을 새로 만들면서 2008년 위기에서 정말 터져야 했던, 터져야 하는 버블을 터트리지 않은 채 유지해 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대리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가에서 국민의 표를 얻어야 당선되는 정치인들은 "시장이 터져야 한다. 공황급의 재난이 올 것이다. 함께 이겨내야 한다"라고 하면 표는 커녕 깡통이나 얻어맞기 딱 좋습니다. 심지어 별로 경제 성장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NLPDR계 정당이나 녹색당까지도 공약집을 딱 펴보면 경제 정책에는 '경제 성장'이라는 한 마디 말은 절대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쉽사리 현재의 금융 자본주의가 붕괴하지 않고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마일드(?)한 경제위기만 겪은 채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희생자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 또한 있는 것입니다. 서브프라임 때도 많은 사람들은 경기가 좋아진다고 발표한 백악관, 별다른 조건 없이도 대출을 펑펑 승인해준 월가를 비난했지만, 한편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면서도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산다고 한 NINJANo Income, No Job or Assets, 수입, 직업, 자산이 검증되지 않은 계층들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과도한 은행 대출(레버리지)를 끼고 소위 말하는 '갭 투자'를 했다가 쪽박을 찬 하우스 푸어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에 대한 비난을 해 왔습니다. 아마 지금 암호화폐 시장에 투자하는 우리 역시 어딘가에서는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쩐지 자판을 두드리는 동안 귀가 좀 가렵긴 하더군요.


대출이자 상환액이 가처분 소득의 1/4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이야기에 이어, 금 시장에서의 고래인 기관 투자가, ETF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려 합니다. 그것은 본격적으로 빅 플레이어들이 BTC 마켓을 점령하러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암호화폐를 다루는 글로벌 헷지 펀드는 최근 4개월 간 2배 이상 급증했으며, VC 투자가 팀 드레이퍼는 '내가 왜 과거(의 화폐 = 달러) 때문에 미래(의 화폐 = BTC)를 팔아야 합니까?'라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대상은 이런 사람들입니다. 대규모의 자본을 가지고 시장을 의도한 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죠. 철저하게 자신의 자본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투자가'가 아닌 '투기자'입니다. 좋든 싫든, 우리와 같이 경쟁해야 할 대상이며, 우리가 돈을 빼앗아 와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 중 하나가 헷지 펀드입니다. 재미있게도, 조지 소로스 이후 대부분의 헷지 펀드들은 전문가가 아닌 봇, 프로그램이 매매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물이나 옵션, 스왑 등의 파생상품은 현물 시장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합니다만,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로스차일드 은행의 '황금의 방'입니다. 여기서 금 가격의 결정, 골드 픽싱을 했었죠.

대부분 비슷한 알고리즘을 채택한 이런 프로그램들은 안정 시장에서는 꽤나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만 의문의 이유로 현물 시장에서의 변동성이 흔들릴 경우, 급격한 연쇄 손절 매매를 발생시키면서 오히려 변동성을 급증시키는 문제가 있습니다. 뭐, 그거 외에도 '5월에 팔고 떠나라'는 격언처럼 미국 헷지펀드 결산기인 5월과 11월에 자신들의 결산성적을 이쁘게 꾸미기 위해, 장 막판에 매도물량을 던지면서 시장을 흔들기도 합니다.

투자은행 역시 기관 '투기자'입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도드-프랭크법의 해체 역시 이런 투자은행들에 일반 은행의 고객 예금이라는 실탄을 실어 주어 더욱 공세적인 운용을 하도록 하기 위한 행보입니다. 아직 이들이 암호화폐에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일각에서는 USD의 가치가 위협받을 때 적극적으로 폭락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들도 근본적으로는 '사서 판다'라는 제로섬 게임에서 움직이는 장기말이기 때문에, 금(이나 BTC) 가격을 단기적으로 출렁이게 할 수는 있어도, 펀더멘탈에 금이 가도록 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떠안고 있는 레버리지 그 자체입니다.


이딴 책이 보이던데, 이런 사람 한명이 나오려면 100만명이 한강에 가야합니다.

또 다른 고래는 ETF입니다. 인덱스 지수 펀드와는 달리 금 ETF는 100% 금 현물에만 투자하며, 금의 지급보증으로만 작동합니다. 이 상품은 그렇다면 무슨 역할을 해 왔을까요? 바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 시장이 이런 '지급보증서'를 통해 유입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시장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국가의 연기금이 금 ETF로 몰려들면서, 장기 보유를 추구하는 연기금의 특징으로 인해 금 ETF의 총 잔고는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금 가격 또한 ETF 잔고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캘퍼스CalPERS, 캘리포니아 주정부 공무원 연금기금. 미국 최대 규모의 공적 연금와 같은 연기금이 서브프라임 이후 현물 분야로 자산 배분을 증가시킨다는 방침을 정한 이후, 모든 (보수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연금 기관이 우루루 따라가는 흐름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옵션거래와 스왑거래, 인덱스 지수화 한 증권 거래 등은 모두 '리스크 관리'라는 잘 포장된 포장지에 가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무서운 점은, 이들이 굉장히 유동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현물거래 없이 서류상으로만 단기 매매를 반복하는, 그것도 소량의 증거금으로 수백에서 수천배까지의 레버리지 거래를 하는 이런 투기자금은 시장 가격과 수급 균형의 불균형을 낳았습니다.

서킷 브레이커나 사이드카와 같은 시장 정지도 급락세를 보이는 이런 시장에서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특히나 스왑의 경우, 리스크를 서로 전가시키며 양을 키우기 때문에 더욱 위험합니다. 리스크를 전가하면서 리스크 관리 비용과 레버리지가 붙으면서 파생상품의 총액은 점점 늘어갑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아무도 예측못했던 시장의 작은 변동성 하나가 연쇄적인 프로그램의 시장가 손절매를 낳는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연쇄반응이 더욱 커진다면...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잘 알 수 있겠지요.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스왑과 옵션들은 다시 한번 큰 파국을 낳을 것입니다.


이젠 파생상품 규모가 실물 경제 규모를 싸다구치고도 남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한편, 이 글을 쓰는 가운데 드디어 BTC의 가격은 10,000$를 넘어섰습니다. 일각에선 블록체인의 성공은 암호화폐 투기의 종말이라며 거품은 터지고 투기꾼들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 기사 옆에 인기클릭에 있는 내용이 주식 리딩방 광고라는건 무시하도록 합시다.

투기는 항상 존재했고, 존재하고 있으며, 존재할 것입니다. 금융 자본주의 내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대장균 같은 존재입니다. 인간이 부를 추구하는 것을 옳은 것으로 보는 자본주의의 특징 상, 화폐는 가치의 보존 수단으로 꾸준히 늘어나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하고, 그걸 보관도 해야하니까요. 그렇기에 국가는 꾸준히 통화를 찍어내지만 항상 부족합니다. 투기 자금은 이런 금융시장에서 부족한 유동성을 해결하기 위한 필요악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이런 큰 투기 자본의 흐름, 그리고 그들이 통제하려 들 시장의 흐름 속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저는 역설적으로 블락체인이야말로 더욱 투명하게 투기자금을 우리가 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래가 투명하기 때문에, 대형 지갑에서 어디로 어떻게 자금이 움직이는지를 공평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의도적인 작전이 아니라면, 정보의 격차에서 오는 개미들의 피해가 최대한 완화될 수 있는 것이 이 암호화폐 시장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눈을 부릅뜨고 정확한 정보를 찾아다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정보를 함께 찾아나가고, 공유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는 이 공간이 조금 더 오래 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큰 경제적 풍랑이 몰려와도, 함께 손을 맞잡고 파도로부터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을 서로가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힘든 시련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폭풍을 이겨내는 꽃잎의 영광이, 혼란에 빠진 분들에게는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공포를 이겨내고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빕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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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럽. 전통 속의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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