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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래 이야기(2/2)
명절들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이제 하루면 우리 모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옵니다. 연휴동안 BTC도 들뜬 기분인지 덩달아 BTC 특유의 흡성대법을 시전하는 모습입니다. 11,000$ USD에 두텁게 쌓인 매물을 뚫고 가는지가 앞으로의 BTC 가격에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봅니다.
문득 제 학창시절에 했던 장대한 삽질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이우혁 작가님의 「파이로 매니악」이 꽤나 인기를 끌었었는데, 겁 없던 저는 당시 아무도 사용하지 않던 과학실 시약창고에서 질산칼륨, 황, 그리고 탄소가 없었기에 샤프심 간 것(...)을 써서 흑색화약을 만들었었죠.
이걸 한 두 번 터트려 본 뒤 좀 더 발전(...)해서는 질산과 황산을 섞어서 거기다 면으로 된 속옷 조각을 넣어다가 초보적인 니트로셀룰로오스를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 안전히 폭발실험도 잘 했고, 걸리지도 않아서 잘 넘어갔습니다만, 꽤나 짜릿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뜬금없이 폭탄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현재 암호화폐가 갖는 결정적인 문제점이자 리스크인 거래소, 그리고 그를 둘러싼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각국이 금에 대해 어떤 포지션을 취해 왔는지를 보면서 앞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각국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질 지를 예상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스케일을 키워서,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거죠.
먼저 뉴스부터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암호화폐 기술에 있어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Bank Of America는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을 스스로를 나카모토 사토시라 주장한 크레이그 라이트가 있는 'EITC 홀딩스'가, 그 다음이 (한국)코인플러그, (중국)알리바바, (미국)IBM 순입니다.
한편, 범위를 약간 다르게 하여 블록체인 관련 특허를 보면 알리바바, BOA, 인민은행, 엔체인순으로 지재권을 출원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눈을 조금 더 돌려보면 일본의 암호화폐 협회가 통합을 통해 자율규제안을 발효하고, 이를 통해 국가 및 실물경제와 관련된 업체들과의 협업을 가속화 하겠다는 내용부터, 절반 이상의 영국 기업이 암호화폐를 보유 중이라는 기사도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규제 법령이 나온 것이 아니기에 '허용' 상태입니다
단순한 기관들의 투기를 넘어서서, 시장에 본격적인 국가 단위의 개입이 시작되는 순간 시장에 들어오는 충격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됩니다. 대답이 '예'든 '아니오'든, 국가의 정책 집행에 따라오는 각종 자금들이 오가거나 시장 자체가 닫혀서 신규 개인의 자금조차 유입이 안되거나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현재 암호화폐가 실물경제와 완벽하게 맞물려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더욱 중요합니다. 지난 11월 경 있었던, 비트코인 캐시의 펌프/덤프로 있었던 빗썸 마비 사건(분석이랍시고 쓴 내용은 굳이 보실 필요가 없습니다. 죄다 헛소리거든요.)에서 특히나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거래소를 단속한 9월 이후, BCH를 법정통화로 안전하게 뽑아낼 수 있었던 그 당시 거의 유일한 창구였던 빗썸으로 거래가 엄청나게 몰린거죠.
물론 그 배후에 우 지한의 트릭이 있었음에 대해서 이제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그 점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중국의 규제로 인한 BCH의 출금 불가가 낳은 거대한 나비효과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찌되건 당분간 법정통화와 암호화폐를 연결해 줄 거래소는 외환이라는 초 민감한 사항을 정통으로 건드릴 위험이 큰 뇌관이자, 암호화폐를 실물 경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국가의 거래소에 대한 포지션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하다고 봐야만 할 것입니다.
BOE의 금 창고를 시찰하는 엘리자베스 2세입니다. 소위 말하는 '로코 런던'의 담보죠.
국제 금 거래의 시작은 영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850년대 캘리포니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생한 골드러시 이후 금에 대한 보증과 편리한 거래를 위해, 당시까지의 경제 패권국이었던 영국에 민간업자들이 금지금金地金, 화폐처럼 통용될 수 있는 표준화된 금을 위탁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영국이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급속도로 힘을 잃고, 2004년 로스차일드 은행이 본격적으로 금 업무에서 철수하기 전까지 영국은 세계 금 거래의 수도 역할을 해 왔습니다. 흔히들 골드 픽싱(Gold Fixing)이라고 불리는 금 가격 결정은 한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실제로 그 흔적은 지금도 남아 금 ETF의 기준 가격은 런던 후장 표준 가격을 사용해 계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현물 가격의 기준점으로서 작동하기도 합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현재 CBOE의 현물 거래 기준 가격이 '제미니 거래소'인 것과 비슷합니다.
보통 영국이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테레오타입은 전통, 보수, 신사Manners. Maketh. Man.일 것입니다. 하지만 2014년 세계 최초로 BTC를 화폐로 인정하고, 실제 BTC로 부동산 거래를 수행하는 등 굉장히 진보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런 암호화폐 보유는 예전부터 이어져 왔는데, 항간의 의혹처럼 랜섬웨어에 대한 대응(해커에게 비용을 주기 위한)이 아니라 실제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 이들은 작년 말 전고점에 매각했다 다시 매입하는 식으로 상당히 영리한 운용을 진행해 왔습니다.
영국은 파운드화라는 세뇨리지를 이미 한번 상실한 적 있습니다. 이들에게 BTC는 새로운 개척지이자, 자신들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금을 흡수했던 것 처럼, 굉장히 빠른 제도화와 사용을 통해 마치 금 시장을 정복했던 것 처럼, 자신들을 'BTC Standard'화 하려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BTC는 영국의 또 다른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현물 시장에서의 축을 이루는 국가는 스위스입니다. 금은 돈이기도 하지만, 스위스를 상징하는 명품인 시계에 사용되는 소재이기도 하다는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스위스 은행들은 금 현물 중계 기지로 오랜 시간 역할을 다해 왔습니다.
실제 스위스계 은행은 산하에 금 제련소를 자회사 형태로 보유하고 있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지금이야 많이 변했습니다만, 스위스 금융권은 지독할 정도의 고객 보호와 비밀 유지로 유명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지금도 스위스를 통한 비자금 세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영국과 스위스가 금 거래에 있어서 달랐던 점은, 영국은 '금의 표준국'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반면 스위스는 취리히 골드 풀Zürich Gold Pool, 스위스은행, 스위스연방은행, Credit Suisse가 금 매입을 위해 설립한 공동 매매 시스템을 통해 구입한 금을 자유롭게 사고팔면서 운용을 했고, 시세차를 노린 이득을 만들어 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스위스연방은행이 2004년 이후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해 CDO에 등에 자금을 굴리며 손실을 크게 보았고,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으며 금 거래를 축소하고 거래 기점을 런던과 뉴욕으로 옮기며 금 거래에 있어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들이 현물 시장 자체에서 철수하는 것이라 보기엔 이릅니다.
외려 스위스는 BTC라는 디지털 금을 보관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마케팅을 내세우며 채굴자들과 보유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실제 우 지한의 Bitmain도 스위스로 회사를 이전했으니까요. 게다가 Zug 지역의 경우, 각종 세금이나 사회 기간망 비용을 암호화폐로 결제하게 합니다. 또한, 매우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스위스의 전력산업 구조입니다.
스위스는 산악 국가라는 특징 상 대부분의 전력 발전을 수력(전체 발전량의 50% 이상)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력 발전은 그 특징 상 발전 설비 증대나 발전량 증산이 힘들고, 반대로 발전량을 줄여서 단가를 감소시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전기가 꾸준히 쓰일 곳을 찾아야 하는 셈입니다.
거기다 국토 한복판에 떡 하니 자리잡은 알프스 산맥으로 인해 적절한 추위(...)가 보장되기 때문에 채굴장의 입지로서는 더할 나위없이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채굴자들을 불러모으고 그 채굴된 디지털 금, BTC를 보관하겠다는 전략이 보이는 것입니다. 지금은 별 의미가 없긴 하지만 영세중립국이라는 특유의 외교적 환경 또한 '안전 보장'과 '비밀 보장'이라는 신뢰성을 제공하기도 했고요.
비트메인사의 채굴장이 스위스에서 본격적으로 가동되려 합니다.
유럽 시장은 더 이상 전통에 얽매여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금 시장에서 그들이 했던 방식을 더욱 갈고 닦아 BTC라는 디지털 금 시장 자체를 장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결코 금융분야에서 약소국이 아닙니다. 외려 월가 이전엔 전 세계의 금융을 주름잡던 세력이죠. 이들 국가는 BTC와 금, 그리고 USD를 비롯한 각종 통화들이 몰려드는 금융 허브 국가였고, 허브 국가이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을 더더욱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 개인은 상대적으로 일본이나 한국, 중국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에 비해 잠잠한 모습이었으나, 이들이 포효하기 시작하면 국가 단위의 BTC 시장을 둔 헤게모니 싸움은 처절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이런 부분을 보면 BTC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시장이 그리 쉽게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습니다.
그 처절한 전쟁터 속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자산이라는 참호를 파고, 정보를 나눠 줄 든든한 국내 동료들과 함께 적절한 매매라는 전투를 치러 나가야 합니다. 짧게는 BTC를 둘러 싼 전투 속에서, 길게는 자산을 둘러 싼 경제적 파국이 발생해도, 함께 손을 맞잡고 싸워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에게, 우리 모두를 위해, 공포에 맞서 싸울 용기와, 서로를 북돋우며 달래줄 미소와,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함께하길 간절하게 소망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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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도와 중국, 전략의 차이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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