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를 위한 파생상품 이야기] 1. 선물이 뭘까?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옵니다. 옆구리가 시리지 않으신, 혹은 썸을 좀 더 업그레이드 시키시고 싶은 우리 남성동지 여러분께서는 슬슬 선물을 고민하셔야 할 때가 왔습니다. 아니, 조금 늦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며칠 전 아내에게 루비가 달린 목걸이 하나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 위해 하나 주문했습니다. 늦어도 지금쯤 주문해놔야 24일에 맞출 수 있을테니까요. 저 선물(Present)이 앞으로 1년간의 제 등짝 안전이라는 미래를 담보할 선물(Future)이 될 것이라 보고, 1라이트코인만큼 투자했습니다 (......)

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남성동지 여러분을 위해 보석류를 살 때 체크해야 할 부분과 사기당하지 않을 부분 역시 한번 써 보겠습니다.

여튼, 오늘 이야기 하려는건 'Present'의 선물이 아닌 'Future'의 선물입니다. 비트코인이 CME와 CBOE에 선물 상품으로 상장되고 이후 비트코인 캐시, 이더리움 역시 선물상품으로 상장될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는데요. 요 근래 BTC 선물의 흐름과 관련하여 약간 이해하기 힘드셨던 부분도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파생상품은 크게 선물, 옵션, 스왑과 신용파생상품, 복합파생상품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최근 뉴스로 돌고 있는 암호화폐에 대한 ETF (상장 지수 펀드) 역시 파생상품의 일종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파생상품을 알아야 시장이 어떻게 굴러갈지, 우리같이 현물을 거래하거나 기관을 통해 ETF에 투자할(지금은 안되지만) 사람들은 어떤 전략으로 투자할 지에 대해 알 수 있겠지요.

한국, 아니 대한제국(일제 강점기도 일단은 대한제국 시기로 칭하겠습니다.)에도 유명한 선물시장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두 거래인데요. 최근의 쌀 선물 거래와 유사합니다. 당시 대한제국의 80% 이상 국민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이 농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쌀에 대한 시세를 통제하는 것은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 있는 기회였죠.

이 미두 거래에서 반복창을 천당으로, 또 지옥으로 보냈던 것은 바로 '예측'이었습니다. 물론 이 예측을 가지고 총독부가 장난을 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쌀값이 언제 얼마나 변할지 예측하여 얼마에 사겠다고, 혹은 팔겠다고 한거죠.

선물도 기본적으로는 동일합니다. 선물 거래를 굉장히 간략하게 요약하면 "언제", "얼마에", "무엇을", "어떻게"로 정의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자면 이렇게 됩니다. "언제 : 1월 18일에", "얼마에 : 2000만원에", "무엇을 : 비트코인을", "어떻게 : 산다"

그럼 이 문장이 왜 돈이 된다는걸까요? 바로 이것이 '계약'이자 '권리'의 형태로 보증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선물은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거래하겠다는 데 대한 보증된 권리를 거래하는 것이다.

단순히 보증을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기일에 먹고 튈(...) 위험성 역시 있죠. 그래서 나온 것이 체계적인 계약 조건과, 신용 관리, 만기일 혹은 중간일 청산 등을 위해 만들어진 표준 거래소입니다. 시카고 선물 거래소(CME), 한국거래소 본사, 도쿄 선물 거래소 등 각국에서 다양한 거래소를 만들어두고 거래자들을 보호하고 있지요.

선물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선물이 왜 등장했고, 어떻게 거래 되는지도 생각해봐야겠죠.

선물은 기본적으로 부피가 크거나, 무게가 무겁거나, 변질이 발생할 수 있거나, 이도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상품을 거래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예를 들자면 원유 100톤을 사서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보유하는 것 보다, 원유 100톤의 몇개월 뒤 선물 상품을 거래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지요.

또한 선물이 갖는 두 번째의 기능은 실물 자산 변동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그 유명한 롱 포지션, 숏 포지션이 여기서 나오는 말이죠. 그렇다면 롱 포지션, 숏 포지션은 어떤 의미일까요? 굉장히 쉽게 롱 포지션은 "(가격이 오를것 이라 생각하고) 매수", 숏 포지션은 "(가격이 내릴것이라 생각하고) 매도"를 의미합니다.

롱 포지션 : 선물 계약 매수. 만기일에 선물 가격보다 현물이 오를 것으로 예측한 경우.
숏 포지션 : 선물 계약 매도. 만기일에 선물 가격보다 현물이 내릴 것으로 예측한 경우.

그렇다면 어떻게 헷징이 발생할 수 있는지 예를 들어 보도록 합시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어볼게요.

11월 19일에 비트코인 1000개를 2300만원에 샀다고 합시다. 이 사람은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갈 것을 예상하고, 매도헤지를 통해 가격하락의 위험을 피하려고 해요. 이 사람은 먼저 선물 시장에서 1월 19일에 비트코인 1000개를 2400만원에 거래할 수 있는 계약을 팔았어요.

그리고 12월 19일, 비트코인 1000개를 2200만원에 판매하고, 2300만원짜리 선물 계약을 역시 천단위 샀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1월에 비트코인이 2200만원이 되었다고 했을 때, 현물시장에서는 1개당 1백만원의 손해를 보았지만, 선물 시장에서는 그만큼의 이익을 얻게 되었지요. 이렇게 해서 순이익은 +- 0이 되는겁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의 가격에 관계없이 현물 포지션을 일정하게 유지시킴으로서 (롱/숏 포지션이 서로의 이익과 손해를 상쇄함) 꾸준히 시장을 안정화시키게 됩니다. 이것이 선물거래의 장점이자 역할이에요.

선물의 기능 : 유동성이 심한 자산의 거래를 안정화시켜서 급락이나 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마지막으로 선물시장의 주요 용어인 베이시스, 콘탱고, 백워데이션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조금은 딱딱할 수도 있지만 이 부분만 이해하시면 앞으로 비트코인 선물 거래의 흐름에 대해 대략은 짐작하실 수 있게 될 거에요.

베이시스는 선물지수와 현물가격간의 차이를 말합니다. CME 비트코인 선물을 기준으로 하면 현재 거래소 가격 - BRR을 한 값이 되겠죠. 이걸 %로 바꾸어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선물거래는 미래에 대한 거래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가집니다. 보통 그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부담을 돈으로 바꾸어 선물 가치에 포함을 시키게 되는데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선물 가격은 현물 가격보다 비쌉니다. 베이시스가 양(+)의 값을 가진다는거죠.

이것을 정상시장 (콘탱고, Contango)상태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베이시스가 음의 값을 가진 경우. 현물이 선물보다 가치가 높을 때를 역조시장 (백워데이션, Backwardation)상태라고 부릅니다.

정상시장의 경우, 앞으로 현물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파는 전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며, 역조시장의 경우는 반대로 현물을 처분하고 선물을 사는 전략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제 잠깐 언급했던 전략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복습해보자면, 우리는 대부분 선물거래가 아닌 현물거래에 참가하기 때문에 정상시장의 상태에는 현물을 쥐고 기다리고 있다가, 역조시장이 나타나면 정상시장으로 돌아오기 전 고점에서 현물을 매도하고, 정상시장으로 돌아오는 단계에서 현물을 다시 매집하는 식의 거래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인플레이션 연재도 다 못 끝낸 주제에 새 연재에 도전하다니 제가 간이 배밖에 나온것 같습니다만(...) 필요한 개념을 꼭 짚고 넘어가야 저희같은 개미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오늘 시장은 퀀텀이 너무나 뜨겁습니다. 미리 투자하신 분들에게는 축하를 드립니다. 제 통찰이 부족하여 이런 부분까지 예측하진 못하여 전달못해 드린 부분에 대해선... 뭐 어쩔 수 없죠. 저희도 신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남의 수익에 배아파해서 정보없이 함부로 고점에 따라 들어가는 추격매수는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도 스스로의 욕심을 잘 조절하시고, 스스로의 판단과 정보를 먼저 신뢰하시기 바랍니다. 마음 가는 길이 죽 곧은 길입니다. 항상 그 뒤에 조그만 행운이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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