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와 인플레이션] 4) 정치가의 요술봉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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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와 인플레이션] 3) 인플레이션.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주말 간 발생했던 큰 백워데이션은 월가의 조절로 강제로 끌어내려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흐름세가 당분간 이어진다면 주말에 백워데이션이 나타났을 때 BTC를 매도하고, 상쾌한(...) 월요일 시장 시작과 함께 주중 BTC가격을 보고 대충 3~5%의 콘탱고를 보일 때쯤 재매입하면 꽤나 짭쪼름한 수익이 생길 걸로 보입니다.

대충 위 그림을 놓고 보자면, 토요일쯤 백워데이션 흐름의 시작을 보고 현물장 상승을 감지한 뒤, 한국시간으로 일요일 늦은 시각쯤 매도하면 될 것으로 봅니다.

월요일에 백워데이션이 해소되고 다시 콘탱고로 들어오면서 현물가격이 하방안정화 될 때 매집 시기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는 그런 전략인거죠. 여기서 근월물은 거의 의미가 없을거고, 최소 3월 정도의 원월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CME의 진입 이후 베이시스를 몇 %로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이 남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이거만 해도 주말마다 약 10%의 공짜 수익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성공한다는 가정하에서 말이죠. 실패하면 뭣도 없으니까...-_-; 저는 같이 소고기를 먹을 동호회가 없는 아싸사람이라, 이렇게 밖에 전략을 공유해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바랍니다.

선물 시장이 열린 뒤로 자꾸 설명이 필요한 단어를 쓰는데, 다음 포스팅에선 진짜로 선물과 옵션의 기본기에 대해 같이 알아보는 글을 쓰도록 해 보겠습니다. 진짜로요. 오늘은 그 이전에, 정권이 의도적으로 만든 화폐의 환상에 대해 렌텐마르크와 라이히스마르크라는 사례를 통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Theorem 4.

20세기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초 인플레이션이었고, 대게 초 인플레이션은 정치적 격동기에 발생했다. 일종의 정치적 인플레이션인 셈이었다.

앞서 법정 명목통화는 정부나 그에 준하는 경제, 권력 주체가 발행하고 유통시켰기에 신뢰를 가진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의 채무를 그들 스스로가 발행한 화폐를 통해 다른 곳으로 전가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독일로 다시 넘어가 봅시다. 1차대전에서 박살이 난 독일은 전쟁배상금과 전쟁 채권에 대한 환급, 군대를 해산하면서 생기는 비용, 지방분권화, 군수로 몰빵되었던 산업들의 재배치와 고용창출 등 복합적으로 폭발적인 재정지출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태에 처했습니다. 그리고 그 재정지출을 수출을 통해 얻어야 했기에, 마르크화의 평가절하 또한 필요했지요. 변변한 식민지가 없었던, 그나마 있는 식민지조차 탈탈 털린 독일이 국가단위로 수출을 해서 뭔가 벌어오려면 최소한 가격경쟁력이라도 있어야 했거든요.

그런 정치적 이슈 해결을 위한 강제 통화량 증가는 눈덩이처럼 굴러내려와서 마르크화를 휴지로 만들었습니다. 잘못된 정치적 결정 한번이 어떤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건지, 지금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입니다. 이를 해소키 위한 독일의 결정은 '디노미네이션'이었습니다. 악성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새 화폐를 발권하고, 1조 마르크를 1 렌텐마르크로 교환했습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렌텐마르크 발행과 함께 완벽하게 멈췄습니다. 왜일까요? 저는 렌텐마르크의 성공요인을 크게 2가지로 뽑습니다.

하나. 렌텐마르크는 완벽한 태환화폐였습니다. 부동산의 저당권을 담보로 한 화폐였죠. 물론 잡음은 굉장히 많겠지만, 국가가 모든 부동산에 강제로 접근하여 개입을 했기 때문입니다. 땅이라는 강력한 담보수단이 화폐 가치 안정화를 가져온거죠.

두번째. 렌텐마르크는 32억 마르크라는 강제 발권 한도를 정해놓고 있었습니다. 렌텐은행의 국채 인수 역시 12억 렌텐마르크로 제한되어있었고요. 무분별한 국채 떠넘기기와 발권을 통한 경기 부양 자체를 차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술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화폐 발행 중단을 계기로 국가의 지출 정책 수정, 신규 채무 감소, 금융 질서 재편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은 멈춘거죠. 이후 렌텐마르크를 잇는 금 태환 화폐인 라이히스마르크 역시 '무분별한 화폐 발행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화폐 발행을 중단한다.'는 문구 하나로 꽤나 오랜 기간 독일 경제에 안정을 가져다줬습니다.

라이히스마르크 도입은 기존 화폐의 디노미네이션이 아니라 렌텐마르크와의 1:1 교환이라 독일 경제에 당장의 큰 충격은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나 봅니다. 비극은 또 일어났습니다. 이번엔 더욱 파괴적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죽어나갔죠. 2차대전에 패전한 독일의 라이히스마르크는 국가 자체가 신뢰를 잃어 다시금 가치를 상실했습니다.

단순 패전으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나치는 그들의 집권기 - 정확히는 1930년대 - 에 고용 프로그램과 전시 경제 자금을 융통하기위해 조약따위 무시한 채 라이히스마르크를 찍어냈고, 라이히스마르크의 태환 기능은 의미를 상실했습니다.

'버드 독(Bird Dog)' 작전을 통해 60억 신 도이치 마르크를 발행하여 라이히스마르크를 완전히 시장에서 몰아내기 전까지, 그리고 마셜 플랜으로 인한 외화 공급이 안정적으로 될 때 까지, 독일은 다시 한번 긴 초 인플레이션의 고통속에서 허덕이게 됩니다.

긴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결과는 간단합니다. 화폐의 가치가 급속도로 저하되면 기존 화폐는 반드시 새 화폐로 변경되어야 했으며, 새 화폐는 태환기능 이상의 안정성이 담보되어야 경제가 안정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현재로 돌아와 볼까요? FOMC는 인플레이션율이 아직도 낮다고 판단하고, 달러 강화책과 더불어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율 증가를 꾀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유지되어야 경기가 순환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지요. 그리고 지금, 고정된 발행량을 지닌 한정재화인 BTC에는 더 많은 돈이 몰려들며 2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가치가 오른 것은 어떤 것이고, 가치가 떨어진 것은 어떤 것일까요?
지금까지 화폐 혁명을 통제해온 정부는 이 새로운 혁명을 통제하려 할까요? 아니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미래에 사용할 화폐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 질문에 여전히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시장상황에 눈과 귀를 집중시켜야 할 뿐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습니다.

권력은 화폐를 통해 경제를 통제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화폐는 패망해 왔고, 그 패망의 원인엔 정치인들의 잘못된 통제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기저에 있었습니다.

오늘 서울은 눈이 많이 내립니다. 하얗게 내린 눈처럼, 마음속의 번뇌와 걱정도 지우려 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따스한 온기가 문득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이제 BTC와 암호화폐는 본격적으로 제도권 시장에 뛰어들어 피비린내나는 사투를 벌여야 할 것입니다. 그 사이에서, 한국 투자자 여러분들이 조금의 승리라도 거두어, 그 온기를 주변 분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그 이상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실 때 마다,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을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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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와 인플레이션] 5)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It's the economy,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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