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바로가기
[초보를 위한 파생상품 이야기] 2. 옵션은 뭔데?
몇 년 전... 아니 그냥 솔직하게 말할게요. 십오년 전 (으흐흐흑...) 쯔음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화두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위 이미지는 그 게임을 토대로 만든 <Cashflow 101> 이라는 게임입니다. 어릴 때 부터 경제에 대한 내용을 배워야 한다 뭐 그런 느낌으로 만든거죠. 101은 대부분 대학 과목 코드에서 1학년 기초수업을 일컫는 말이니, '현금 흐름학 개론'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Cashflow 101> 게임은 크게 2개의 페이즈로 구성됩니다. 하나는 'Rat Race', 하나는 'Fast Track'입니다.
'Rat Race'는 평범한 우리 인생을 비유하고 있어요.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 집-회사, 집-회사를 반복하는 생활입니다. 월급을 받고, 그 월급으로 세금을 내고, 병원을 가느라 지출하고, 자선단체에 기부를 한다거나, 난방기가 고장나서 지출하고, 다시금 월급을 받을때 쯤 우리 잔고는 0에 수렴하고 있죠.
쥐들(우리들)을 미로에 풀어놓고, 미로 중간에 치즈를 놓으면 제한된 재화(여기서는 치즈)를 향해 쥐들은 경주를 벌이게 되죠. 네. 평범한 우리의 삶이자, 벗어나기 힘든 노동-소비-노동-소비의 패턴입니다. 제한된 재화를 놓고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며 경쟁하는 단계죠.
여기서 'Opportunity Card'를 통해 조금씩 금융 수입을 늘려나가면서 자신의 지출보다 금융 수입이 커지는 순간, 부자들의 길인 'Fast Track'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 단계는 정말 할게 없어요. 어느 칸이든 돈이 돈을 불러서 더욱 돈을 많이 벌게 되거나, 혹은 그 돈으로 굉장히 럭셔리한 저택을 사거나, 호화 요트를 사는 등의 '꿈' 카드를 뽑은 뒤, 그 만큼의 돈을 모으기 위해 그저 주사위를 굴려대며 기다릴 뿐이죠.
Rat Race 단계에서 언제 파산할지 모르고, 월급 칸을 지나칠까 걱정하는 그 긴장감이 갑자기 사라져버립니다.
이 게임을 디자인한 '로버트 기요사키'는 게임 뿐만 아니라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으로도 유명합니다. 그 사람이 책에서 말하는 건 간단해요. "당신의 현금 흐름이 항상 +로 향하게 하라. 그러면 돈이 모인다"
... 누군들 그걸 몰라서 안하는건 아닐텐데 말입니다. (-_-).. 여튼, 로버트는 책을 통해 그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바로 레버리지죠. 그걸 통해 부동산을 구매하고, 그 부동산에서 얻는 월수입은 항상 이자수익보다 크기 때문에, 그걸 늘려나가서 돈을 벌었다는 내용입니다.
자식들에게 금융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부를 물려주고, 그리고 나아가서는 부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을 물려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로버트의 기본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과도한 레버리징을 통한 부동산 투자라는 방법 하나 밖에 없다는 생각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위험합니다.
BitMex 등에서 트레이딩을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금융 파생상품에는 이런 '레버리지'를 사용한 '마진'거래가 가능합니다. 레버리지와 마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하고 넘어가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레버리지 투자란 일종의 빚내서 돈벌기입니다. 10원치를 투자하면서 90원치를 더 끌어다가 실제로 100원치를 투자한 것 처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은 10원을 내면서 100원치에 해당하는 수익의 배당을 얻은 뒤, 90원을 갚아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효율적인 것 처럼 보이죠.
하지만, 갑작스럽게 시장에 변화가 와서 수익을 얻지 못하거나 현금 유동성이 막히면... 답이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빌린 돈 90원이 '마진'이 되고, 빌린 돈과 자신의 돈의 비율 1:9, 혹은 9배를 '레버리지'라고 부릅니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소액의 기초금액(Seed Money)로 부동산을 사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고, 그 부동산으로 은행 이자율보다 높은 세를 준 뒤, 부동산의 평가가 오르면 매각 후, 혹은 보유중인 상태에서 또 대출을 받아서 이자보다 많은 수익을 거두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런게 가능했던 이유는 3가지입니다. 1.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고 2. 은행의 이자율이 낮았으며, 3. 은행들이 대출을 활성화 하여 자신들의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주택 저당 증권) 및 MBS를 기반으로 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 담보부 증권) 이윤을 극대화 하기 위해 DTI(Debt-To-Income ratio, 총 부채 상환 비율), LTV(Loan-To-Value ratio, 담보 인정 비율)를 극도로 완화해 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서브프라임이 터졌을 때, 이 방식으로 레버리지 거래를 한 사람들의 심정이었을겁니다.
당장이라도 부동산 시장에 문제가 생겨서 시세가 떨어지고, 매도해야 되는 경우에 현금 흐름이 경색되는 순간 로버트의 투자 방식은 Fast Track to Hangang(...)이 됩니다. 물론 그도 그 방식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래서 책을 쓰고 강연료를 삥뜯어 돈을 벌었죠. -_-; 그 와중에 부자로 만들어 주지 못했다고 강연을 들은 사람이 집단 고소를 하는 사건도 있었지만, 뭐 여기서 중요한건 아니니까요.
중요한 것은, 레버리지를 사용하여 저런 투자를 한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마진 콜입니다. 마진 콜이란, 파생상품(선물이나 옵션)을 거래하면서 최소한의 증거금을 예치해야 하는데, 선물이나 옵션의 가치가 떨어질 경우 추가로 증거금을 요구하고, 그 추가증거금이 예치되지 않으면 강제로 거래를 청산해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레버리지를 끼고 할 경우 이런 문제는 더욱 커지죠. 심지어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자산비율보다 더 큰 부채를 끼고 했을 경우엔 말입니다. 추가 증거금(담보)를 채우지 못할 경우, 계좌는 바로 동결/압류조치되고 포지션은 반대매매로 강제로 청산됩니다. 빚쟁이 당첨인거죠.
레버리지와 마진은 분명 투자에서 소액의 시드머니만으로도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게 해 주는 방법입니다. 반면 실패했을 때는 엄청난 파국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부동산에서 이렇게 투자 하는 것을 '갭 투자', 사모펀드에서는 '차입 매수(LBO)'라고 부르지만, 이름만 다를 뿐 모두 레버리지-마진의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특히나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더더욱 위험한 투자방식입니다.
모든 금융상품은 따지고 보면 제로섬 게임입니다. 내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돈을 잃어야 합니다. 내가 고점에 팔면, 누군가는 고점에 물려야 합니다. 내가 헐값에 팔면, 누군가는 헐값에 이득을 취합니다. 현대 금융 자본주의의 가장 무서운 점이지요.
그렇다고 이런 도구를 버려둔 채, 난 도덕적인 사람이니 금융과는 거리를 두고 그냥 일해서 먹고 살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영영 자기 스스로를 'Rat Race'에 가두는 꼴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나 인플레이션과 버블이 동반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노동을 통한 소득이 점점 퇴색하는, 그리고 대부분의 노동 자체가 의미를 상실하게 될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시대적 흐름 안에서는요.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 알아본 옵션, 선물, 레버리지와 같은 금융이라는 도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도구를 필요한 때에 정확하게 쓰는 것일 것입니다.
야규 무네노리는 "사람을 죽이는 칼이 즉 사람을 살리는 검이 된다는 것은,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까닭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살인도를 써서 이를 바로잡으면 살인도가 즉 활인검이 되는 것이다."고 말했고, 만화 주인공인 히무라 켄신은 "검은 흉기. 검술은 살인술. 그 어떤 사탕발림이나 명분으로 포장해도 그게 진실이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이라는 날카로운 칼로 스스로를 얽어맨 경제적 사슬을 끊고, 나아가 주변 사람에게 온기를 전해줄 수 있도록 현명하게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정부 출자금 중 상당량이 Upbit등 거래소에 투자되었으나, 정작 정부에선 사금융의 투자를 막고 있다는 기사가 발표되었습니다. 그 칼을, 당신들은 옳게 쓰고 있냐고 물으면서 오늘의 글을 마치려 합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두나무가 이후 발전한거고 초기엔 업비트라는 계획은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 수익금을 현재 연기금이 먹고 있기는 한가보네요.
금융상품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기 전에 다시 한번 깊은 생각을 하시길 바라며, 그 모든 때에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