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그리고 비트코인] 8. 금 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요소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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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러시아, 아직 죽지 않은 불곰

지금까지 우리는 투기재, 혹은 자산으로서의 금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금의 본질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cocoanrainyday님께서 그 점에 대해 댓글로 날카로운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전 이런 지적과 질문, 그리고 토론을 참 좋아합니다.

저라고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알진 못하고, 늘 공부해 나간다는 마음으로 모든 것에 임합니다. 그렇기에 이런 다양한 시각은 제가 생각을 못했거나 차마 설명 못한 부분을 깨우쳐 주시는 것 같아서 늘 감사할 뿐입니다. 먼저 '금과 비트코인을 동격으로 보는가?'에 대한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답변을 통해 우리는 금의 본질과, 왜 금이 BTC와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조금 더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먼저 자료를 하나 보시죠. 스태티스카의 2017년 산업별 금 수요입니다.


산업에 들어가는 금은 금 현물 시장의 16%에 불과합니다.

매해 사용되는 금 수요가 이정도에 불과합니다. GFMS에서 조사한 금 재고는 더욱 극명합니다. 장신구가 절반 이상, 공적 보유와 민간 투자, 그리고 공예품이 나머지를 차지합니다. 산업용 금의 재고는 사실상 0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도시 광산이라는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거의 대부분 재활용됩니다. 금을 사용한 파생상품 시장 규모까지 계산하면 산업용 금의 현물 시장은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네. 분명 BTC는 전성과 연성과 같은 금속의 성질을 갖지 못합니다. 고급 기판에 쓰이는 산업용도로 절대 쓰일 수 없습니다. 쓰일 수 있다면 그게 더 신기하겠죠. 기껏해봐야 컬러드 코인을 발행하거나, 안에 숨겨져 있는 스크립트 영역을 이용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구현하는 것이 전부일 것입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투기 시장의 범위 안에 들어온다면 금과 BTC는 옮기기 쉬운가 어려운가만 조금 다른 현물 자산으로 변모합니다.

그것은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BTC를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가격 변동성이 심하긴 하지만, 100년 주기의 귀금속 시장 변화를 생각해보면 이는 오히려 법정 화폐 자체의 가치가 변동되어서 현물의 가격이 달라지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금도, BTC도 그 자리에 가만히 놔두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은, 그리고 어떤 이자를 낳지 못한다는 점이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당장 우리 눈에 보이는가, 그렇지 않는가 하는 차이 뿐입니다. 역사적으로 시장의 지지를 더 오래 받아왔다라는 차이 또한 있을 수 있겠네요.


이거 분명 어디서 비슷한 차트를 본 기억이 있는데 말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BTC가 금이 될 것이라고, 혹은 금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금으로 각국 통화를 계량했던 최초의 $DR처럼, 모든 암호화폐의 금이라는 포지션에 BTC가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과 법정통화 시장은 대치될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함께 갈 존재라고 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이유는 우리가 대의 민주주의 시대를 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부 시스템 하에서는 그 어떤 정치인도 화폐발권에 대한 시뇨리지 이익과, 거기서 오는 경제적 효과를 절대 버릴 수 없습니다. 심지어 전 세계의 성장이 멈추고 제로 성장이 도래하는 그날 까지도, 그들은 앞으로의 장밋빛 미래를, 꾸준한 성장과 복지를 이야기 할 것입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걸 우리는 알아도, 그들에게 표를 주게 될 것이고요.

그리고 금 지급보증 관련 질문은, 기사 하나로 보충하겠습니다. 베네수엘라가 금으로 페그되는 암호화폐를 만든다는 기사인데요. @coolzero님께서 지적해주신 허위 판매 의혹이 있기에 이들의 행보는 좀 더 진득하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가 은행에 암호화폐를 쓸 것을 주문했기에, 대형 사기극으로 끝나는 비극적 결말만은 아닐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21세기의 리바이스가 될 지도 모르는 Antminer입니다 -_-;

지금까지의 글에서 각 국가들이 역사적으로 금을 어떻게 팔았는지, 그리고 사 모았는지 조금은 짚고 넘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금 시장을 움직일 요소들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금과 BTC가 투기적 재료로 비슷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이런 요소들이 BTC에도 어떻게 영향을 줄 지 고민해 볼 수 있는 화두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1.중앙은행의 금 매각

첫 번째는 각국 중앙은행의 매각입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자국환이 휴지가 되더라도 무역을 꾸준히 실행할 수 있도록, 대외지급준비자산을 확보해 둡니다. 그 준비자산이라는 바구니 안에는 USD, EUR, JPY 등의 외화와 함께 금지금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이들이 90년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미국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자 금을 시장에 던지고 USD를 구하기 시작했고, 각국 중앙은행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금을 쏟아낼 지 모르는 시장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하여 나온 합의가 1999년 조인된 워싱턴 협정CBGA, Central Bank Gold Agreement입니다.


금의 가치 역시 만들어진 것입니다.

각국의 금 매각을 400t에서 규정한 후, 그 안에서 15개 회원국이 적당히 합의하겠다는겁니다.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금의 가치가 만약 영원불멸하고 그리도 소중한 것이라면, 이런 합의가 필요했을까요? 아닙니다. 시장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억지일 뿐입니다. 그 자신들이 금을 많이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당시 유럽의 대외준비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50~60%에 달했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신흥 공업국, 주로 인도나 중국, 한국 등, 의 수요를 유지한 채 공급을 천천히 조절하면서 금의 가치를 유지하고 자신들은 외환을 빨아먹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금의 가격은 꾸준히 올랐으며 이들은 워싱턴 협약에서 제한한 만큼의 금을 팔지도 않았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워싱턴 협약들에서 가장 앞장서서 금을 버리자고 하는 국가가 바로 미국이고, 이들이 가장 금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잠시 제껴두도록 합시다. 그리고 미국이 매번 반대해서 IMF의 금 매각이 부결되고 있다는 사실도 일단은 잊어버리도록 합시다.

만약, 각국의 대형 은행이나 기관이 BTC를 자산 바스켓에 본격적으로 편입한다면 이런 협의를 할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시장을 언제 죽일지, 혹은 살릴지에 대한 키를 그들이 쥐겠다는겁니다. 달러의 가치 하락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물 보유 포지션을 한동안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2.장신구 시장의 변화

누가 뭐라해도 최다 금 보유의 형태와, 최다 금 수요자는 장신구입니다. 금 가격은 사실상 여성(과 여성에게 금을 바치는 남성) 도미넌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일단 모든 장신구의 시작과 끝이고, 부의 상징이며, 여타 금속에 비해 산화되지 않고 오래가는데다 알러지도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금과 은은 적당히 무르기까지 해서 섬세한 세공이 필요한 장신구로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금속입니다.


까르띠에의 트리니티 링입니다. 카피 디자인도 많이 돌고 있죠.

그런데 이 장신구 시장에서의 금 수요 또한 달라지고 있습니다. 22k 이상의 고준위 금에서 5~14k의 저준위 금으로. 그리고 순수 황금에서 유색 금으로요. 화이트골드는 금에 니켈, 팔라듐을 섞어 만들어 은빛으로 빛나지만 은처럼 관리하기 힘들지 않죠. 로즈 골드는 구리, 아연을 금과 섞어 특유의 부드러운 붉은 빛을 띄게 한 금입니다.

전통적 금을 탈피한 이런 패션 금은 금의 수요를 꾸준히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피부톤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데다, 저준위 금처럼 너무 무르지 않아서 섬세한 패션 디자인에 용이하기 때문이죠. 한가지 더, 이런 저준위 금의 판매에는 젊은 여성들의 구매력에 맞는 적당한 금 공급을 제공하여 시장의 파이를 키워 두려는 목적 또한 있습니다.

장신구로 쓰기에 순금은 여전히 비쌉니다. 특히나 금속 장신구는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쓸 수 있기에 재구매가 낮은 편입니다. 구매력 증가가 정체기에 달하는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면 더욱 심해집니다. 그렇기에 저준위 금과 다양한 컬러 개발을 통해 시장을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전 BCH나 ETH가 이와 가장 유사한 포지션을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BCH나 ETH 자체가 금이 되고, 거기서 파생되는 각종 컬러드 코인이나, (ETH 기반) ERC-20 토큰들이 가치를 적당히 보전한 채 나눠지는거죠. 어차피 모든 암호화폐는 사토시 단위로 거래가 가능하지만, 가처분 소득이 낮은 사람의 심리는 아무래도 저렴한 동전주(토큰)에 쏠리게 되어 있으니까요.


로망의 상징인 티파니 반지에는 금이 안 들어 가는게 함정입니다(...)

금 시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태로워 보이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국가들의 연합이 금을 하나의 가치 저장성 현물로 '합의'했기 때문에 금 시장이 유지되는 것이며, '귀금속'이라는 개념 역시 개인의 구매력이 약해지면서 저준위 금의 유행과 함께 약해지고 있습니다.

BTC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느다랗게 유지되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붕괴되면 금보다 더욱 빨리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암호화폐가 가야 할 길은 실물 경제와의 연결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교환과 거래의 매개체라면 우리는 복잡한 BTC 대신 콜라 뚜껑을 써도 됩니다.

다만 BTC의 복제 불가능성과 더불어 다양한 기술적 강점이 있기에 우리는 이를 '통화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Steem과 같이 실체적 서비스가 있고, 그 커뮤니티에 실제 사람들이 있는 '실체적' 암호화폐의 성장에 크게 배팅하고 있습니다.

아직 스팀잇은 모종 단계에 불과합니다. 그 안에서 일어났으며,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문제들은 천천히 고치고 만들어 나가야 할 일입니다. 그것이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자인 우리가 암호화폐 시장에 거름을 주는 것이고, 물을 주는 것일 것입니다. 수많은 암호화폐가 독자적 자생성을 가지고 만개할 때, 비로소 BTC는 모든 암호화폐의 모태이자 시초로 진정한 금의 위치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시장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여러분들이, 모두 함께 미소만 띄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선택에 언제나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함께 하길 간절히 소망힙니다.

좋은 밤 되세요.

뱀발. 모두들. 감사합니다.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기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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