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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중동, Show me the Money!!!
1991년. 그 해는 모든 이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큰 영향을 준 대격변의 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동유럽에서 총성과 피가 흐르는 직, 간접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로 소비에트 연방, 줄여서 소련의 해체였습니다. 지금이야 러시아란 말이 우리에게 익숙해졌습니다. 티비 예능 프로그램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촬영을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 때 까지만 해도, 아니, 우리 민족에겐 한참의 시간이 더 지나 6.15 공동성명 직전까지도, 휴전선 이북의 땅인 중공(그 땐 중국보다 중공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습니다. 90년 중후반에 들어서야 중국이라 불렸죠.)과 쏘련(쏘에 악센트를 넣는게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이북에는 머리에 뿔이 달리고 빨간색 별이 이마에 붙은 짐승들이 사람을 잡아먹으며 살아간다는 이미지가 박혀있었습니다. 언제고 핵전쟁으로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공포 또한 함께 말입니다.
그러면서 으레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하다 죽은 이승복 어린이를 선생님들은 끄집어 내곤 했습니다. 우리도 당당하게 맞서 외치다 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철지난 국수주의 - 이쯤하면 파시즘이겠지만요 - 를 한 사발 퍼먹이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 때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전쟁의 공포보다는 반공 포스터가 더 귀찮을지 반공 표어가 더 귀찮을지를 고민했던 기억이 더 떠오릅니다. 망할놈의 8색 포스터 컬러.
여튼 '쏘련'이 주던 '적화통일'이라는 공포는 고르바초프의 소비에트 연방 해체, 보리스 옐친의 실정으로 인한 러시아 경제 파탄, 김일성 사망과 '고난의 행군' 시작으로 인해 서서히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 때는 정말 당장이라도 통일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르바초프의 글라스노스트Гласность, 개방/페레스트로이카Перестройка, 개혁 정책은 철의 장막을 너무나 빠르게 걷어버리며 꽁꽁 얼어붙어 있던 불곰의 썩은 속살을 까발려버렸고, 이어 집권한 보리스 옐친의 넘사벽급 막장 행각은 러시아 경제를 그야말로 작살내버렸습니다.
러시아가 당시에 할 수 있던 것이라곤 소련 시대 가지고 있던 무기를 내다 판 것과 금 매각이었습니다. 그 무기 중 일부는 우리나라에 불곰사업이라는 형태로 들어왔죠. 소련제 무기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던 나라가 40년 뒤에는 대놓고 기술 내놓으라고 갑질을 하는 위치에까지 올라선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만, 오늘 이야기 하려는건 금 이야기니까요. 거기에 좀 더 집중을 해 봅시다.
1991년, 러시아는 가지고 있던 금을 죄다 털어버립니다. 무기나 핵도 팔아봤고, 잠수함도 팔아봤고, 심지어는 스크랩 상태긴 했지만 항공모함까지 팔아봤는데 이미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쌓고 저 멀리 뛰쳐나간 미국제 무기와 대결할 수는 없었거든요. 유일하게 당장 외환으로 바꿔서 무언가를 수입할 수 있던 것은 금과 귀금속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구소련이 이 때 매각한 금은 거의 2,000t 에 육박합니다. 2009년 러시아 재무국이 겨우 20~50t의 금을 팔아 적자 예산을 메운다는 기사가 로이터 핫 뉴스로 떠오를 정도였는데, 모스크바에 있던 대량의 금이 시장으로 풀린건 엄청난 쇼크였죠. 지금도 곳곳에서 뒷동네 시장에 돌아다니고 있는 러시아제 보석과 장신구 역시 그 때 풀려나온 물건들입니다.
당시 뜯어온 T-80U 전차의 뛰어난 성능에 한,미군 장성들이 기겁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그러다 1999년, 유가상승으로 숨통이 좀 트이고, 푸틴의 장기 집권으로 어느 정도 정치가 안정되었습니다. 거기에 21세기 들어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라는 로또를 맞으면서 국고가 윤택해지자 채굴한 금을 쟁여놓기 시작했습니다. 5천억 달러 이상 외환을 쟁여두고 이제 좀 살 것 같아질만 하자 이번엔 미국과 유럽연합이 본격적으로 러시아를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파워게임에서 일어난 전쟁이 남오세티야 전쟁입니다. 가뜩이나 전쟁으로 인해 내부 문제가 노출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일대에서 촉발된 컨트리 리스크를 짊어지게 되는데, 바로 그 직후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전 세계적 경제위기에 얻어맞고 유로마이단이 같이 발생하면서 더더욱 골치아픈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푸틴은 '달러 체제 이탈과 루블 경제 블록'이라는 강수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코앞에 붙어있는 우크라이나와 체첸이라는 화약고와 더불어 남 오세티야 전쟁 후 압하지아와 남오세티야가 독립하면서 그동안 러시아의 빵셔틀(...)이던 조지아에 가할 압박이라는 카드까지 잃어버린 러시아가 보장하는 루블은 투자자들에겐 별로 매력적인 통화가 될 수 없었죠.
푸짜르가 금 쇼핑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금을 지지대 삼아 화폐의 가치를 보장하는 '달러 루블'이라는 작전을 내 보기도 했고, 유로를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달러는 애저녁에 탈락이었고요. 하지만 유로마이단 사태 이후, 그리고 시리아 내전을 겪으면서 브렉시트가 일어나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유로를 보면서 금에 몰빵을 해 왔습니다.
실제 러시아의 금 보유고는 2001년 400여t에서 현재는 1,800t 이상에 달할 정도로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증가량은 2007~2008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러시아가 눈독을 들이는 것은 또 다른 금, 암호화폐입니다. 실제로 크립토루블이 개발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푸틴이 이루고자 하는 바는 뻔합니다. 서방, 특히 USD에서 벗어나서 안정적인 자금을 ETH, BTC라는 형태로 모으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최근 행보인 크림 합병, 돈바스 전쟁 등을 봤을 때 카스피 해 연안을 모두 확보하고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선을 독점하겠다는겁니다.
러시아의 금 보유고입니다. 08년 전후로 급격히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디지털 현물은 현재 시장에서 언제든지 USD나 EUR, 심지어는 GBP나 RMB로 급격히 바꿔서 상대 국가에게 큰 엿을 먹일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러시아 지갑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외환은 덤이죠. 베네수엘라의 성공적인 ICO는 푸틴을 한껏 고무시켰을 것입니다.
조지아를 두들겨패면서 카스피 해 일대의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압박하고 그 일대의 원유와 천연가스 라인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한편으로는 세계 6위의 채굴량을 자랑하는 금을 쌓고, 그리고 그 (경제적) 미사일들을 시장으로 쏘아 낼 발사대로 ETH를 (정확히는 크립토루블의 ICO가 될 플랫폼을) 채택하는 러시아의 정책은 교활한 중국 공산당의 정책만큼이나 무섭습니다.
썩어도 준치라고, 여전히 막강한 러시아 군대와 더불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막강한 가스와 석유, 그리고 비탈릭 부테린으로 대표되는 IT 기술자들과 아직도 잔뜩 쌓여있는 핵무기, 그리고 금과 디지털 금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움직임은 느릿느릿하지만 한걸음 한걸음이 묵직합니다.
하지만 중국이나 스위스, 영국처럼 당장 암호화폐 시장을 휘어잡으려 한다기보다 베네수엘라처럼 이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모여 든 대량의 ETH를 당장의 투기자금으로만 사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줄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향후 화석연료과의 페깅이 될 지 모르는 크립토루블은 우리가 소량이나마 쟁여둬야 할 포트폴리오의 요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크립토루블이 빨아먹을 ETH는 얼마나 될까요...?
한편 BTC는 10,000$의 지지선을 깨고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9,500$정도의 추세선 이탈이 올 경우 공격적인 투자자분들이라면 한번쯤 500$ 범위로 분할 매수를 시도해 볼만한 시기로 보입니다. 어느 정도까지 내려갔다 올라갈 지에 대해서 알 수는 없지만, 일전 몇몇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고래들의 지갑을 눈여겨 볼 때가 다시 온 것 같습니다.
BTC 도미넌스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BTC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지표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TH가 ICO의 지표인 것과 같은 이치지요. 조급함을 버리시고, 스캘핑이나 스윙에 자신이 없다 하시는 분은 차트에서 눈을 떼고 가족과 함께, 혹은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시는 것 또한 좋을 것 같습니다.
겨울의 끝이 보입니다. 봄이 오고 다시 성장의 때가 오면 우리는 겨우내 우리를 조롱했던 사람들이 다시 한번 시기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 때, 우리가 먼저 그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따스하게 보듬어주고, 과실을 같이 나누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루 하루 걸어가는 이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자욱한 이 길 속에, 희망이라는 한 줄기 빛이 깃들기를, 그리고 그 빛이 여러분을 비추어 그 어떤 갈림길 앞에서도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있기를, 작은 행운이 여러분 곁을 지키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웃으며 행복하게 될 그 날까지요.
좋은 밤 되세요.
뱀발. 이스터 섬의 종말은 특별한 재해에서 온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좀 더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더 휘황하게, 더 거대하게 만든 모아이들로 인해 생산할 수 있는 도구조차 사라지게 한 것입니다. 인간이 정착하여 만든 400년의 역사와, 문화와, 그 모든 것이 단 200년만에 무너졌습니다.
극렬한 파괴는 심지어 식인까지 불러왔습니다. "아침에 먹은 네 엄마의 살이 내 이빨에 끼어있다The flesh of your mother sticks between my teeth."는 관용어구Kirch, Patrick (2003). "Introduction to Pacific Islands Archaeology".까지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그들이 그들의 권력과 신앙, 아니 '이득'을 위해 만든 모아이라는 '정당화 된 자연의 오남용'이 역설적으로 그들의 목을 조이게 된 것입니다.
...이 스팀잇이라는 좁디 좁은 섬에서, 저는 이스터 섬에서 있었던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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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금 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요소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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