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그리고 비트코인] 9. 앨런 그린스펀의 참회와 달러 불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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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금 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요소들 (2/2)

2008년, 10월 23일. '마에스트로' 앨런 그린스펀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 호출당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많은 주택 보유자가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다면 고정금리 대출에 비해 수만 달러의 자산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혀졌다."는 청문회 의원에 대한 그린스펀의 변명은 걸작이었죠.

"나는 실수했다."
"내 금융 경제 모델에는 결함이 있었다."
"금융 위기가 이렇게까지 거대해진 원인을 아직 모르겠다."
"수십 년에 걸쳐 운용하던 경제 모델이 갑자기 기능을 하지 않게 되었다."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내 견해는 틀렸다."

'금융의 신'이라고까지 불린 그린스펀의 이런 술회는 어떻게 해석하면 '인간이 경제적 합리성에 따라 움직인다'는 원리 하에 세워진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그만큼 허약한 기반위에 있다는 고백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 연준은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대고 있습니다.


금융의 신, 그린스펀의 청문회였습니다.

닷컴 버블 붕괴와 더불어 9.11 테러 이후 발생한 엄청난 경기 침체라는 수렁 속에서 미국 경제를 끄집어내기 위해 단행했던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 그리고 금융 상품 규제 완화는, 그린스펀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부동산 버블로 이어졌습니다. 그 버블이 어느날 터진게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죠.

저소득층에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 미국 주택 시장과 금융 시장은, 좋든 싫든 금융 자본주의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습니다. 그리고 달러라는 화폐에 대한 의심 역시 함께 찾아왔습니다. 그 시기를 전후로 달러가 망하고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 질 것이다라는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었죠.

한편으로 한동안 천덕꾸러기 신세이던 금이 엄청나게 떠올랐습니다. 엔과 인민폐(중국 위안) 역시 급부상했죠. 정말로 달러는 시장에서 없어질 것 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벤 버냉키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버냉키의 그린스펀보다 더더욱 공격적인 양적 완화와 기준금리 하락은 한동안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달러 또한 살아날 것 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달러의 신뢰는 속에서부터 썩어가고 있었죠. 유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2008년 이후 세계적으로 번진 금융위기로 인해 가뜩이나 골골대던 그리스를 비롯한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5국의 경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PIIGS 의 위기, 독일을 제외한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 누적 등은 유로에도 결함을 드러냈습니다.

서브프라임 이후 양적 완화QE를 지나, 과도한 인플레이션에 들어간 세계 경제는 자국 중심 주의, 혹은 보호무역 주의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축소 균형 체제'라고 부릅니다. 시장에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기에, 그리고 기축통화라는 개념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각국에서는 필사적으로 자국의 통상 보호를 위해, 그리고 국제수지 보존을 위해 애쓰는 것입니다.

최근 불거진 GM 철수 사태나 트럼프의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규제 선언 역시 비슷한 데서 나온 국내 정치성 발언입니다. 성장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무한정으로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드는 그저 구실에 불과했을 뿐, 중국의 대 한국 무역 적자(특히 관광)에 대해 보호조치를 걸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계에서 던져지는 화두는 '국제통화 체제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입니다. 여전히 USD나 EUR을 대체할 수단으로 RMB(중국 위안, 인민폐)나 JPY(일본 엔)은 너무 작습니다. 결국 현 시점에서는 USD, EUR이 그나마 답이 될 수 있겠지만, 항모전단은 있으되 무력을 마음대로 투사할 수 없는 미국은, 미국 군대만으로는 무한한 부채를 담보하기 힘들어졌습니다.국가를 - 정확히는 미국 정부를 - 넘어선 무안가 더 큰 신용이 필요해지게 되었습니다.


보호 무역의 시초는,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입니다.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한 첫 번째 수단은 바로 자국환 평가절하입니다. 자국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더 많은 화폐로 달러를 살 수 있겠죠. 동일한 달러 가격이라면 수입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효과를 보이게 되고, 반대로 수출하는 업체측에서는 더 싸게 팔 수 있는 효과가 생깁니다.

미 연준의 QE와 인플레이션의 수출, 아베노믹스의 현상은 도미노처럼 일어났습니다. 더 이상할 수 없기에 나타난 것이 바로 트럼프의 보호무역장벽, FTA 철폐안 등인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자국 화폐 평가절하가 이어지면 화폐 자체에 대한 신뢰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기축통화 - 달러 - 에 대한 신뢰가 점점 사라지면서 '최적 통화 지역'을 조성하는데 대한 정치적 협약이 나오기 시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별로 기축통화가 정해지는 경제의 큰 덩어리, 이른바 경제 블록의 재출범입니다. 달러 경제권, 유로 경제권, 루블 경제권, 아시아 경제권과 같은 식이지요.

물론 아직까지는 이런 극단적 사태까지는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저런 극단적 보호무역조치가 일시적으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단기 전략이 아니라 꾸준히 미국이 주장해온 '자유 무역'을 버리고 '자기네들식 무역'이 되는 순간 국제 무역의 중심이던 달러의 위상이 땅에 떨어질 것이라는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미 다양한 경제 블록들이 생겼다가, 세계화로 하나가 된 전적이 있습니다.

지역 통화가 되건, 달러가 빛을 잃건 어찌되건 화폐는 '신뢰할 담보'가 있어야 합니다. 정부의 신뢰가 담보물로 부족하다면 최소한 현물이라도 있어야죠. 그 신뢰를 담보하기 위한 마술이 현물시장입니다. 2008년 이래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유럽, 심지어는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금 뿐만이 아닙니다. 푸틴은 장관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블록체인이 필요하다. 경쟁에 늦어서는 안된다."며 크립토루블의 발행과, 크립토루블을 통한 경제 블록 조성, 나아가 천연가스라는 전략자원을 가지고 외국환을 빨아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OPEC의 탈 달러 정책 역시 이와 비슷한 기조에서 시작했으며, 이들은 외환 바스켓과 함께 상당량의 금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이고, 중국 역시 금과 USD, USDT, BCH를 중심으로 물밑에서 차기 세뇨리지 후보자가 되기 위한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나중에 돌이켜 복기하면 2018년은 세계 금융전쟁이 가장 활발했던 때가 아니게 될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한편, BTC의 시총은 IMF가 조달할 수 있는 $DR의 양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IMF 측에서는 BTC를 매우 커다란 혼란, 혹은 경제 붕괴의 주범으로 보고 있을 정도이지만 이정도로 시장의 컨센서스가 도달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특히, IMF 내부의 표결 문제 등 정치적 분쟁으로 인하여 올바른 시기에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할 IMF보다 BTC와 다양한 알트코인들이 금융경색으로 죽어가는 정부의 틀을 깨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드러나는 ICO라는 형태로 개별 국가나 기업, 혹은 단체나 개인에게 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한 들게 합니다.


다행스럽게 2015년엔 아무 일 없이 잘 지나갔습니다(...)

지금 당장 서드 임팩트가 일어나서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것이 없어진 세계가 아니라면, 인간은 서로서로에게 의존하여 생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것을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함께 살아가며 경제 생활을 하는 한, 그리고 물물 교환이 아닌 무언가 다른 가치의 저장 수단을 매개체로 필요로 하는 한, 화폐라는 시스템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 화폐의 근간에 있는 '신뢰'와 '보증'이라는 것이 무엇이 될 지에는 여전히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거의 수천년에 걸쳐 금과 은을 사용해 왔습니다. 금은 한계가 있는 자원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어떤 재원보다 긴 시간동안 가치를 보장받은 자원이기도 합니다. 지폐의 역사, 달러의 역사는 기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실패가 있었고, 많은 부침이 있었습니다.


만약 SDR이 블락체인 위로 올라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류가 지금 새롭게 내놓은 답은 분산원장입니다. 모든 이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신뢰가 가능한 시스템이 나온 것입니다. 이 답이 옳은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금과 같은 유형 자산에 비해 당장 눈에 무언가 코인이라는 형태가 보이지 않기에, 사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허나 역사적으로 금이 인정받았던 이유를, 파운드화가 인정받았던 이유를, 달러가 인정받았던 이유를 잘 생각해 본다면, 시장은 늘 새로운 기준을, 더 단단한 기준을, 더 안정된 기준을 찾아왔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네트워크를 통해 안정적이고, 단단하게 운영되는 블락체인이 저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으리라고 짐작합니다.

지금까지 금의 부침과, 각 국가의 금에 대한 접근, 그리고 향후 금 시장의 예측과 더불어 금과 너무나 비슷한 존재인 BTC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BTC(와 거기에 뿌리내린 알트코인)에 투자를 하고 있는 많은 우리들에게는 국제 정치와 금리, 정확히는 달러, 그리고 역사적 가치저장 수단인 금, 인간 문명의 필수 소비재인 오일에 대해서는 좋든 싫든 꼭 생각하고 신경써야 합니다.

블락체인은 이런 모든 것을 한 곳에 올려놓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거래 증명(Contract)이자 거래 도구(Currency)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것이며, 스스로의 경제적 자유를 찾기 위해 투자를, 혹은 투기를 하는 것입니다.

아직 암호화폐를 둘러싼 시장의 컨센서스는 온전치 못합니다. 그렇기에 가격 변동성은 커보이는 것이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코인판 망했나요?'라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블락체인은 분명히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며, 이를 통해 인류의 삶에 큰 변혁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기술입니다.

그 중심에서, 그 최전선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나가는 모두에게 당부드립니다. 자욱한 안개로 인해 비록 보이지 않는다 할 지라도 서로의 곁에 서로가 있음을 알고,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음을 알고, 그 손을 잡은 이와 함께 앞으로 조금씩 안개를 거치고 나아갈 것을요. 언젠가 안개가 걷히고, 산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 때, 그 환희와 기쁨을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을 사람이 꼭 옆에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길마다, 공포에 지지 않을 용기와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을 기원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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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는말. 달러, 위안 그리고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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