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지만 한동안 물감과 캔버스를 가지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던 때가 있었다. 벌레와 모기, 지나다니는 행인 모두 극복해야 될 요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그리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공기' 였다. 나와 대상 사이에 있는 수천, 수만 겹의 공기.. 세잔처럼 그리려면 밖에 나가야 한다. 올해 날이 풀리면 오랜만에 한 번 나가보려 한다.
저번 주에 홍대 앞 애플 매장에서 아이패드 프로를 만져봤다. 와. 이건 정말 신세계다. 필압, 붓터치, 질감 모든 게 거의 완벽했다. 만약 아이패드 프로가 있다면 구질구질하게 물감과 이젤과 캔버스를 챙기지 않고 '스마트' 하게 밖에서 사생할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반면 아이패드가 구현할 수 없는 그림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그림이다.
같은 북악산을 목탄으로 그려본 그림이다. 목탄으로 정신없이 그리다보면 새끼손가락이 자꾸 종이에 닿아 그렸던 부분이 자꾸 희미하게 지워진다. 의도치 않은 전개 과정이다. 목탄으로 얼룩진 손가락이 자꾸 종이에 닿는다. 또 원하지 않게 얼룩이 여기저기 생긴다. 그런 우연적인 요소들이 그림의 질감을 이룬다. 아이패드로는 불가능한 효과다.
(그래도 내게 아이패드 프로가 있다면 당연히 그걸 들고 밖에 나가겠지!!)
@thel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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