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마&종소리 콜라보] 제비따라 남쪽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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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씨마님 @thecminus 그림을 무단도용하여
제가 마음대로 콜라보한 글입니다.
혹시 글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한 남자가 공항에서 조금 떨어진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본다.
비행기가 떠오르자 그는 단 한 순간도 비행기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였다.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서글픔이 고였고 이내 짧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는 말없이 담배 한 가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찾아 주머니를 뒤적이다 문득 담배를 끊으라며 협박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담배를 꼬깃꼬깃하게 접어 멀리 집어던졌다.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했다.

그러나 그녀는 방금 사라진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갔다.

그는 몇 시간 전 그를 두고 출국 수속장 너머로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돌아보던 그녀의 눈빛이 그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그녀의 차가운 눈빛 속에서 아쉬움과 미련을 느꼈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괜한 착각이었으리라 생각하며 발길을 돌려 차에 올라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핸들을 잡고 있는 손은 하얗게 변하였고, 그의 팔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그는 갈증을 느꼈다.
그의 오른손은 홀더에 들어가 있는 생수를 거칠게 잡아들었고 이내 한통을 모두 비웠다.
그러나 생수도 그의 갈증을 해소시키진 못하였다.
그는 물이 아니라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아마 목이 아니라 마음이 타고 있었으리라

창밖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은 위험하게도 도로가 아니라 그 너머의 무언가를 보는 듯 했다.

‘나는 여름이 좋아’
어디선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항상 이맘때 동네 어귀에 자리 잡은 호프집에서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그에게 버릇처럼 속삭이던 말이었다.

‘겨울이 싫어 나는 여름만 있는 곳으로 떠날거야’
그저 빈 말이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녀가 정말로 떠나갔다. 조금 더 잘해줄 걸
전생에 사막의 베두인족이라 놀려댔던 것 까지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할 걸

‘나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이는 하얀 백사장에 누워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다고’
그렇게 말하며 삐죽 토라진 표정을 짓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하는 동안 그의 입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는 여름향기가 나서 좋아. 따뜻한 향기가 나’
그녀는 술에 취하면 종종 그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냄새를 맡았다.
그럴 때마다 그녀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 생각에 그의 머리는 하얗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그녀의 머리를 밀쳐내며 정색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진심을 감추었다.
자신의 욕심에 소중한 친구를 잃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떠날 것이라면 진심을 왜 감추었을까?
그는 자신의 바보스러움을 탓하며 괜히 핸들을 내려쳤다.
‘빠앙’
경적소리에 그는 그제야 상념에서 벗어나 운전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괜히 생각을 해봤자 이미 그녀는 떠나고 없다는 사실에 마음만 더 괴로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웃었다 찡그렸다 한숨을 내쉬는 것을 반복하였다.
아마 그녀가 옆에 있었다며 그에게 미쳤다고 한소리 했으리라
그렇게 한참이 지나 그는 드디어 집에 도착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한동안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여전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의 굳은 표정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내려앉은 석양에 무언가 생각이 난 것이 틀림없다.
그는 차에서 내려 급하게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만약에 내가 30이 넘어서 결혼을 못하고 너도 못한다면 그때 내가 너 데려가 줄게’
아마 몇 년 전 저녁노을이 은은하게 비추는 카페에서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억지가 분명하지만 그녀에게 갈 좋은 변명이 떠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그는 곧 그녀를 따라 따뜻한 남쪽나라로 떠날 것이다.



우선 이벤트를 열어주신 쪼야님 @zzoya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 )

그리고 콜라보를 당해주신 씨마님 @thecminus에게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도도한 거인여성의 모습을 본 후 무언가에 홀린 듯 글을 적었어요

그림 : @thecminus
출처 : @thecminus/3qth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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