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rt] 그림작가&글작가 콜라보 이벤트 : 아닌 밤중의 은하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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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7월의 여름, 밤이었다.

그날따라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아니 더웠다. 해가 성질을 부리듯 타올랐고 산 뒤로 넘어간 후에도 더위는 사그라질 줄 몰랐다. 모두가 열대야에 허덕였다. 이대로 있다간 덥고 답답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차를 몰고 산으로 갔다. 이 동네에 살아서 가장 좋은 이유는 가까이에 천문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천문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열대야이긴 하지만 그걸 피해 천문대까지 오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나보다.

천문대까지 오르니 말 그대로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낮동안 구름 하나 없이 맑았던 하늘은 그대로 별의 무대가 되었다. 차에 항상 두던 카메라와 삼각대를 꺼내 그 무대를 담기 시작했다. 오늘밤, 난 별들의 전속 사진기사였다.

얼마나 사진을 담고 있었을까. 뭔가 자꾸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괜히 두리번거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 올라온 나같은 한량이 또 있을리가 없지'

'기분 탓이겠지'

다람쥐가 다녀갔나 싶어 다시 카메라 액정에 집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가까운 곳에서 인기척이 났다. 흠칫 놀라 옆을 돌아보니 왠 여자가 앉아 별을 보고 있는게 아닌가?!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다.

"하늘 참 이쁘다, 그치?"

이렇게 분명히 보이는걸 보니 유령은 아닌데.. 머릿 속이 물음표로 가득찼다.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이 시간에 왜 여기 있지?
분명히 올땐 아무도 없었는데?
아니, 근데 왜 반말이지?
내가 기억 못하는 지인인가?

한참을 생각하다 입을 뗐다.

"근데.. 혹시 우리가 아는 사이였던가요..?"

"응, 지금 여기서 만났잖아. 시간으로 치자면.. 한 5분?"

다행이다. 아는 사람은 아니었구나. 안도했다. 아니, 잠깐! 지금 안도할 상황이 아니잖아. 그녀는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이어갔다.

"이전에 알았고 몰랐고는 중요한게 아냐. 오래된 친구지만 지금 뭐하고 사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잖아? 그럼 그 오래된 친구가 가까울까, 아니면 매일 보는 옆집 사람이 가까울까.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다만, 지금 여기 누구와 있느냐가 중요하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는 왠지 모를 궤변에 설득되고 있었다. 조금 여유를 갖고 찬찬히 그녀를 살폈다. 미인이었다. 왜 지금껏 알아보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분명 이전에 이 사람을 알았다면 잊어버릴 수는 없을 터였다.

"'그럼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말을 놓는 건가요'로 질문을 바꾸겠어요."

"난 당신이 여기서 사진을 찍고 있다는걸 알고, 당신은 내가 여기서 별을 보고 있다는걸 알지.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대화는 그렇게 끝이었다. 그녀는 다시 밤하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할 말이 없어진 나는 카메라 액정과 보며 그녀를 흘긋 훔쳐보기 바빴다. 혹시 눈이라도 마주치려나 싶으면 재빨리 집중하는 척 하면서.

"그런데 은하수는 어디 있는거야?"

그녀는 눈을 밤하늘에 고정한채 물었다.

"여름 은하수가 가장 보기 좋다는데 내 눈이 잘못된건지, 도통 보이지가 않아."

라고 말하며 그녀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혹시 백조자리는 알아요?"

"아니, 모르는데. 그게 어디에 있는데?"

손가락질로 가리키며 열심히 설명해줬지만 그녀는 알아듣지를 못했다. 마치 유치원생을 앉히고 미분, 적분을 가르치는 기분이었다.

"잠깐만 기다려봐요. 사진으로 보여줄테니까."

셔터스피드를 늦추고, iso를 올리고... 카메라를 조작하며 은하수를 겨냥했다. 능숙해보이려고 일부러 동작을 과장되게 한건 나만의 비밀이다. 그리고선 찰칵!

"어때요? 보여요? 이게 은하수에요."

그녀가 말했다.

"눈으로는 잘 안보이는데 카메라는 어떻게 이런걸 다 담아낼 수 있는 거야?"

잠깐 고민하다가 카메라 작동방식이 어떻고, 별은 어떻게 찍어야하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그녀는 이미 시큰둥한 표정으로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너무 재미없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었네요."

"괜찮아. 중간부턴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렸거든."

그렇게 기묘한 밤이 지나갔다. 결국 그녀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단지, 별을 보고 있었다는 것 외에는 이름도, 나이도, 왜 그곳에 있었는지도.

별과 은하수에 대해 얘기했던 것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뭐라도 지칭해야겠다 싶어 그녀를 '은하수'씨라 부르기로 했다. 분명 그게 이름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이름을 짓는게 낭만적이지 않은가 말이다. 심지어 예쁜 이름을 지었다고 뿌듯하기까지 했다. 지금에 와서 친구들에게 그 얘기를 하면 단체로 무슨 꿈을 꿨냐고 타박하는게 일상이다.

몇년이 지나고보니 이제 나도 가물가물하다. 그게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내 꿈에 불과했는지. 그래도 가끔 밤하늘을 보면 그녀, 은하수씨가 생각이 난다.

오늘도 그런 밤이었다.


안녕하세요. 낭만그래퍼 로망입니다.

오늘은 인사를 아래에 달아봤어요.
뭔가 글을 읽으시는데 더 몰입력을 높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의도대로 표현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

이번 포스팅은 @zzoya 님이 [#kr-art] 그림작가&글작가 콜라보 이벤트를 개최하셔서 고민하다 적어본 초초초단편 자작소설입다.. ㅎ 남들에게 보여주는 용도의 소설은 정말 오랜만이라서 재밌으셨을지 모르겠네요.. 쭈굴..

그림출처는 @thecminus 님의 작품입니다.
포스팅 url : @thecminus/7pm8vn

글작가&그림작가 콜라보 이벤트는 12일 월요일까지 진행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zzoya 님의 글을 참고해주세요!!
이벤트 url : @zzoya/kr-art-and

감사인사 드립니다. 이 포스팅은 @cheolwoo-kim 님이 스팀파워를 임대해주신 덕분에 원활하게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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