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부터 내 눈에 뿔이 나기 시작했다. 정확히 3주 전 월요일부터 아래 눈꺼풀에 조그마한 수포 비슷한 것이 생기면서 따갑기 시작하였다. 괜찮겠지 하고 무심히 지냈는데 점점 통증이 심해지고 가라앉지 않은 듯 하여 안과에 갔더니 헤르페스 증후군이란다. 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입술이나 음부의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눈꺼풀에도 발생된다고 한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한다. 내가 요즈음 과로?한 것도 아닌데, 방콕에만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긴 운동부족이긴 하다. 집중관리를 하여 눈꺼풀의 상처가 아물어서 이제 다 나았나보다 했는데 아뿔사! 목요일부터 눈이 가렵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오른쪽 눈이 충혈되고 작열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실핏줄이 터지더니 두통과 함께 머리가 무겁다. 금요일에 외출 나갔다가 지하철의 에어콘이 너무 강해서 냉방병에 의한 감기려니 생각했고, 여기에 제법 효과 있는 한방韓方 감기약을 복용하였는데 두통이 가라앉지 않는다. 이럴 땐 판콜A면 직방 해결이다. 두통문제는 해결했는데 여전히 눈이 뻑뻑거리면서 너무 성가시다. 금요일에 바로 안과에 갔어야 했다. 그냥 괜찮아지겠지 생각하고 주말을 넘겼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텃밭농사를 연달아서 징하게 했다. 일요일 오후부터 금주 수요일까지 비가 계속 내린다고 하기에 막간을 이용하여 미리 가을 농사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농사는 때를 놓치면 안되거든, 밭을 갈고 토종배추(청방배추와 구억배추) 모종을 대략 120포기 심었다. 거기다가 의성배추, 쥐꼬리 무, 전차무의 파종까지 했다. 이게 원인이 되었나 보다. 눈이 성가신 것은 밭일을 하는 동안에는 노가다에 몰입하다보니 아픈 것을 못 느꼈다. 그런데 밤이 되니까 온몸이 쑤시기 시작하고 이제는 사포로 오른쪽 눈깔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느낌이랄까? 따갑기도하고 뻑뻑하고 까끌거린다. 이번에는 왼쪽 눈알에도 충혈이 오기 시작한다. 젠장! 금요일에 미리 안과에 갈걸! 그래서 월요일에 안과에 갔더니 요놈의 바이러스가 왼쪽 눈까지 침범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두 눈깔이 요렇게 되어버렸다.
남량특집, 악마의 눈깔, 내 눈이 미쳐버렸다.
회복되려면 1주일 이상걸린다고 한다. 흰 눈자의 실핏줄 상처가 아물어지면서 여기에 노란 젤리가 형성되면서 간지러움과 따가움, 그리고 눈물을 마구 뿜어낸다. 잠자고 일어나면 눈에 딱풀 발라놓은 것 같다. 눈뜨기가 겁나 어렵다. 얼마 전에 이웃에게 미련 곰탱이라고 놀려댔는데 그 곰만 곰이 아니고 나 역시 미련 곰피터가 되어버렸다. 시바!
이 기회에 고통을 통하여 명상수행을 한번 연습하고자 했다.
필릉가바차가 일어서서 스스로 말했다. “제가 처음 발심하여 부처님을 따라 도를 배웠는데, 부처님께서는 세간의 온갖 사물은 온통 괴로움이고 즐거움이 없다고 설하심을 항상 들었습니다. 어느 날 성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불법의 깊은 의미精義를 사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발이 독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어 즉시 온몸에 아픔이 발생함을 느꼈습니다. 바로 이때에 저는 어떤 지각 작용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이런 아픈 감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지각 작용은 비록 아픈 감각이 있음을 알지만, 이 아픈 감각을 아는 지각 자성 기능에 대해 돌이켜 비추어 추적해 찾아보니返照推尋, 본래 청정하면서 아무것도 없고 결코 아픔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감각 존재도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또 더 사유하기를, 이 몸에 설마 두 개의 각성覺性 존재가 있을까 하면서 이렇게 끝까지 추궁해가자 모든 망상잡념이 곧 모두 일념一念으로 거두어졌습니다. 더욱 이 일념의 근본을 다시 추적하여 찾아보니 심신이 홀연히 공적空寂해졌습니다. 이렇게 공적 가운데 머물러 있으면서 21일을 지냈습니다. 온갖 번뇌 누습漏習이 모두 다 비워져 아라한의 과위를 성취하여 부처님의 직접 인증을 받았고, 이미 자성을 발명해 무학의 과지까지 올랐다고 인정하였습니다. - 능엄경대의풀이/남회근지음/송찬문 번역
대충 해설하자면 이렇다. 우리가 아프다는 고통은 ‘나’라는 신체에 대한 느낌일 뿐이다. 그 느낌을 보는 마음은 절대로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 즉, 아픔을 보는 마음과 아픔을 느끼는 마음은 같은데 느끼는 마음과 보는 마음이 딱 붙어서 분리될 수 없어서 ‘나’라고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나’라는 착각을 떨쳐버리기위해서 고통을 주제로 명상을 시도할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고통을 보는 마음을 계속 추구하여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 들어 가다보면 절대 몰입의 상태인 일념一念에 도달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번뇌탐욕/성냄/어리석음가 소멸된 청정한 상태라는 것이다. 설명해놓고 보니 제대로 설명했는지 모르겠다. 모르니까 그냥 이해한대로 지껄였을 뿐이다.
눈이 미치니 생각도 미치는 거 같다.
아몰랑! 으아, 졸라 아파!
이 기회에 눈이 아픈 것을 명상의 재료로 몰입과 분석 명상수행을 하려다가 졸라 아파서 그냥 약 먹고 덜 아프기만 기다리고 있다. 확실히 나는 감각의 속박에서 해어나기 어려운 미숙한 수행자이며 불쌍한 중생이다. 시바, 흙흙흙!
내가 초딩때 좋아했던 요노래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