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주의] 안녕, 토요일 밤의 깨알 같은 문학이야. 오늘도 새로운 문학 작품 속의 깨알을 전해주러 왔지. 그런데 이번 이야기는 진짜 짧은 단편이라서 거의 줄여서 다 얘기해도 금방이야.
그럼 바로 시작하께. 간만에 주관식 문제 좀 내자!
너무 착하고 예쁜 아내를 둔 한 남자가 있었어. 서로 싸울 일 한 번 없이 너무 행복하게 살았지. 그런데 남자가 보기에, 자기 아내에게는 딱 한 가지 흠이 있었어. 바로 극장 가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거야.
당시 극장이라면 경극을 주로 봤을거야. 라이트 오페라라고 하지. 아주 약간의 춤이 있지만 천박하거나 그런 공연은 아니야. 그런데 부녀자가 혼자 다니는 건 안 돼. 그래서 부인은 남편에게 극장에 같이 가자고 많이 졸랐고, 남편은 그게 싫었어. 남편은 평범한 공무원이었고, 집에 오면 피곤했거든. 그래서 친한 어느 부인과 같이 극장에 다니도록 허락을 했지.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이 죽었어. 아마 극장에 나다니다가 비를 잘못 맞았던가, 뭐 그랬던 것 같아. 하여간 남자는 엄청 방황하고 슬퍼하게 되고, 생활은 곧 엉망이 되지.
그러다가 아내가 극장에 차고 다니기 좋아했던 화려한 싸구려 장신구들을 어디다가 팔아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돼. 아내의 극장 취미도, 그런 장신구들도 다 평소에 가장 보기 싫었던 부분이거든.
그래서 아무거나 하나 집어들고 보석상으로 가. 뭐 모조 진주라거나, 유리로 만든 가짜 다이아몬드 같은 것도 취급을 할지 모르니까.
그런데 거기 가서 감정사가 말하는 내용에 너무 놀라게 돼.
그리고 곧 알게 되지. 목걸이, 귀걸이 할 것 없이 아내의 싸구려 보석들이 죄다 엄청난 가격의 진품들이라는 것을...
그럼 한 가지 결론 밖에는 없는거 아니겠어? 엄청난 부자가 선물을 해준거야. 그 사람이 누군지, 그 실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암시가 없어. 그리고 심지어 한 보석상에서는 바로 그곳이 목걸이를 구입한 곳이라고 확인까지 해주지. 목걸이를 선물로 구매한 사람이 이 주인공인 남편의 집 주소로 보냈다고...
대체 언제부터 남자의 눈이 가리워져서 현실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일까? 극장에 다니면서도 부인은 남편에게 항상 잘했고, 애정을 자주 표현했었어.
목걸이로 보통 알려진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단편이야. 제목은 보통 보석(The Jewels)으로 번역이 돼. 내가 본 영문판에서는 서문을 쓴 비평가가 이 소설은 그 유명한 목걸이보다 뛰어난 단편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오늘 질문은 이거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그리고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 대해서 사실은 내가 별로 알지 못한다는 그 느낌이 들 때 드는 생각이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그냥 드는 생각을 자유롭게 서술해줘. 가장 와닿는 참신한 답변을 선택할게.
그럼 이젠 지난 회차의 퀴즈 답변 이야길 해야겠지?
단테의 지옥도에서, 가장 깊은 지옥에 있는 루시퍼가 세 개의 머리/입으로 물고 있는 세 사람은?
이게 참...신곡을 읽었다거나 해서 아는 사람 입장에선 기억이 잘 나고 쉬운 문제인 반면에 모르는 형들한테는 검색해도 잘 안 나오는 답이었나봐. 일찍 @kiwifi 형이 맞춰서, 약 0.5 보팅을 완료했어!
정답은 그리스도를 배신한 유다, 줄리어스 시저를 배신한 브루투스와 카시우스였지.
그런데 기타 댓글에서 나온 궁금증이 있었어.물론 안 나왔더라도 설명은 했을거지만 ㅋㅋ
왜 단테는 시저의 배신자를 2명이나 가장 깊은 지옥에 넣을 정도로 시저를 높이 평가했는가?
일리가 있는 의문이야.
실제로 단테의 지옥에서 가장 얕은(?) 림보에 군인 신분의 시저가 등장해. 그리스도 이전에 태어나서 구원을 받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훌륭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야. 그럼 어쨌거나 기독교인(개신교 아니다, 기독교)인 단테 입장에선 구원을 못 받은 사람인데?!
그리스도 쪽에 더 비중을 뒀으면, 유다 뿐 아니라 그 처형을 부추긴 제사장이나 당시 로마 총독이나 여러 사람들도 있는데 (실제로 이 사람들도 다 지옥 편에서 나오긴 해.) 왜 그랬을까? 줄리어스 시저가 단테에게는 엄청난 영웅이었나?
줄리어스 시저(배우: 키이런 하인즈)
단테에게는 시저야말로 통일 로마 제국의 상징이자, 실제로 그걸 이룩해낼 수 있었던 마지막 시대의 리더야. 제국 내의 여러 지방을 완전히 흡수하고, 식민지인 지방 출신 사람들에게 로마인 신분을 인정해주는 등, 당대 귀족들에겐 미움을 받을 수 있는 발상을 가졌었으니까.
이탈리아인 단테가 보기에는 시저가 죽은 후로 통일 로마 제국의 꿈은 점차 물건너간거거든. 그래서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를 굉장한 죄인으로 본 것이라고 볼 수 있지.
다른 한편으로, 시저가 림보에서 군인 신분으로 있는 이유도 있겠지. 시저가 어쨌거나 공화정에 맞서 루비콘 강을 건너는 "불법"을 자행했기 때문에, 정치인이 아닌 군인으로서의 시저를 가장 바람직한 모습으로 생각했던 것이라고 보이네.
그럼 이번 회차 주관식 답변들 기대해볼게.
다음 회차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