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같은 문학 14 + 13회차 답변 선택

[반말주의] 안녕안녕?! 아름다운 월요일로 가는 길목이야. 오늘도 깨알 같은 포인트의 문학으로 돌아왔다. 좀 평소보다 많이 늦은 시간이네?!

어제 주관식을 그것도 매우 경계가 불분명한 질문을 냈지만 다들 나름대로 이입을 해서 답변해주었어. 그래도 일단은 오늘 회차 이야기부터 갈까?

이 이야기는 히틀러를 암살하려는 주인공의 모습과 함께 시작이 돼. 별장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산에 숨어서 라이플을 겨누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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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모습 (배우: 피터 오툴)

그런데 군인들이 근처에 순찰을 돌고 있었는지 금방 잡히게 돼. 그리고 고문을 당하지. 어느 단체의 세력인지 불라고...주인공은 자신의 단독 행위였다고 주장해.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야. 중년이 되어서 만난 약혼녀가 히틀러 정권에 희생되었거든. 그의 동기는 그것뿐이야.

그런데 소지품을 전부 압수당한 바람에, 주인공의 신분이 영국 귀족이라는 것이 들통이 나버려. 이런...나치 입장에선 매우 골치가 아픈거지.독일이나 독일이 점령한 국가의 레지스탕스 세력일 줄로만 알았는데...참고로 이때는 영국이 독일과 전쟁하기 전이고, 히틀러에 대한 영국 고위층의 인식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을 때야.

이왕 주인공을 고문까지 해버린 이상, 나치 입장에선 증거인멸을 할 수 밖에 없지 않겠어? 그래서 쥐도 새도 모르게 그곳 산턱에서 처형을 결정해.

거기서 탈출에 성공하지 못하면, 주인공 버프가 너무 없는거 아니겠어? 그는 산기슭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도망치는데 성공해. 그리고 고국으로 밀항을 해서 돌아가.

보통 이런 소설은 추격전과 스파이들의 두뇌 싸움으로 점철되게 마련이지. 하지만 주인공 남자는 정말로 정치적인 뒷 배경이 없고, 따라서 도와줄 동지들도 없어. 그리고 비록 영국에 도착은 했지만, 그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게슈타포의 추격을 당하게 돼. 목숨 걸고 되돌아 온 자기 나라에서조차 도망을 다녀야 하게 된 거지.

이런 경우라면, 어디로 도망갈까? 미국? 아예 다른 대륙? 이걸 질문으로 내면 어차피 약간의 영어 검색으로 알 수 있으니까, 알려줄게.

주인공 남자는 영국 시골로 가. 그리고 거기에 숨어. 보통 숨는 작고 누추한 게스트하우스나 요양원이 아니야. 한산한 곳에 땅굴을 파고, 그 안에서 생존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 그리고 그때부터 그의 목숨을 건 노숙이 시작되지. 그런데 과연 거기서 캠핑하듯이 생존이 가능할까?

게슈타포는 거기까지 그를 추적하는데 성공해. 그 다음은? 땅굴 앞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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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앞에서 기다리는 게슈타포. (배우: 존 스탠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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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제프리 하우스홀드(Geoffrey Household)의 Rogue Male (외톨이 수컷 동물이라는 뜻) 줄거리야. 예전에 내 네임챌린지 글에서도 언급했던 소설이지. 보통 깨알 같은 문학에서 소개하는 "문호"의 작품은 아니고 통속까진 아니고 장르 소설이라고 봐야지. 그러나 문체가 엄청나게 담백해서 내가 매우 애정하는 소설이야. 거기다가 저예산으로 영화화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연기한 피터 오툴이 주인공 역할을 맡았단걸 알고 나서 실화냐!를 외쳤지.

그런데 이 소설은 미국에서 훨씬 먼저 영화화 되었어. 그런데 제목을 좀 더 확 들어오는 자극적인 걸로 바꾸지 않으면 헐리우드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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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무려 인간사냥, 맨 헌트로 바꿨어. 이 영화도 보긴 봤다만, 위에서 언급한, 저예산 B급 영화임에도 피터 오툴 같은 대배우가 주연한 그 영화처럼 재미있진 않았어. 하지만 나름대로 쫄깃했지.

그럼 오늘의 질문은 단답형이야. 위 소설이나 영화를 보지 않고도 "추측"으로 알 수도 있는 문제야. 어떻게 보면 매우 쉽지.

단답형이라지만, 그걸 어떻게 "포장"하냐에 따라서 많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 선택한 답변에는 주관식처럼 보팅을 하겠어.

질문: 헐리우드에서 영화화되면서 생긴 스토리 상의 변화는 어떤 것이었을까?

물론 내가 생각하는 그 "변화"는 정해져 있지만, 최초의 정답자가 아니라 가장 잘 써준 답변을 선택할게. 내가 말하는 "잘" 썼다는게...엄청 명필로 쓴걸 말하는게 아닌건 알지?!

자 그러면 이젠 지난 회차 답변 이야기로 넘어갈게. 아내가 죽고 나서야, 아내에게 부유한 애인이 있었음을 깨달은 남편의 이야기였지.

내가 생각한 포인트는 "아내는 처음부터 연기를 했던 것일까, 아니면 극장에 다니면서 그렇게 된 것일까"였어. 실제로 이 단편을 읽은 사람들이 많이 제기하는 질문이기도 해. 일부러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내는 살아 있을 동안 살림을 굉장히 윤택하게(?) 했거든. 남편의 월급이 적었는데도 말이야.

아내가 죽고 나서, 자기 월급으로 혼자 밥 먹는 것도 너무 상차림이 초라해져서 놀랐던 남편이었어. 그래서 장신구를 내다 팔게 된 것이지. 내가 왜 이 얘길 안했냐면...이 설정을 모르고도, 배신을 당하게 되면,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나는 속은 것일까?"가 보통 드는 생각일 수가 있기 때문이야.

댓글들이 다 훌륭했는데, 대부분 "언젠가부터 잘 안다고 생각한 것이 허상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많았어. 그중에서 @choim형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극장에 다니면서 불륜을 하게 되었다"는 추정을 남겨주었어.

뭐 그 추정이 틀렸나 맞았나의 문제는...내 지난 답변들 선택을 보면 내가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해.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지. 그래서 이번 답변은 @choim형으로 정했어. 약속대로 댓글에 보팅할게!

한 가지 내가 남기고 싶은 얘기는...당시에는 "취미"라는 것이 지금 통용되는 그런 의미가 아니야. 극장에 가는 것이 단점이라는 것은 단지 취향이 다른 남편만의 생각이 아니야. 당시에 남자건 여자건 극장 가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자주 드나드는 것은...어떤 약점, 영어로는 vice정도에 해당하는 얘기야. 남자가 그랬어도 한량이라는 이미지가 생기게 되지. 당시 사교계 바람둥이들이 맨날 하는 취미라는 게 그거잖아. 극장, 무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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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도 남편이랑 가는거 아니면 그렇게 막 좋게 보이긴 힘든거지. 게다가 부인들은 살림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취미라면 뜨개질이나 사회 봉사 정도? 가 권장되었고 극장이라는 것은 어쩌다 한번씩 하는 유희 정도지, 지금처럼 "뮤지컬을 좋아하는" 거랑은 인식이 달랐어.

남자들의 경우, 중산층이라면 낚시나 사냥, 체스 등이 당시의 취미로 볼 수 있겠네. 그러나 여자들이 "극장, 무도회장 가는 것을 좋아해요"라고 말하면 반응이 다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냥 당대의 현실이지. 물론 여자만의 문제는 아니야. 남자가 극장 가는 것을 최고로 좋아했다고 해도, 당시라면 인식이 좋진 않았을 거니까. 거 참 건실한 청년일세, 이런 소린 못 듣는다. 마치 현대의 술과 담배 또는 클럽과 비슷한 느낌이지. 기호는 인정하지만 과하면 단점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그런 느낌이랄까?

그럼 이번 회차 질문에 대한 답변들도 기대해볼게...다음 회차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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