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주의] 안녕! 피부가 일찍 자려고 하는 바람에 늦게 돌아온 깨알 같은 문학이야. 이제 조금씩 더 이른 시간에 올리기로 했어(하지만 fail)
그리고 어제 이거 늦게 올린다고 kr-title 글 하나 달랑 올렸잖아? 이제부터 kr-title 형태의 글을 1주일마다 한번씩 올려서 영어 질문 댓글만 받을까 해. 그냥 영어로 말하고 싶은거 다 어설프게 달아놓으면 틀린거 다 수정해 주께. 또는 원서 보다가 도저히 이해 안 가는 문장이 있으면 써놓고 한국말로 물어봐도 됨.그럼 풀이해줌. 그러고 나서 크건 작건 포스팅/댓글에 대한 보팅으로 답해주면 됨ㅇㅇ
자 이제 깨알 같은 문학으로 돌아가서...썸네일에 왜 슈퍼맨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낚인 거임. 문학 얘기인데 슈퍼맨이 나올 리가 있나여?!
물론 슈퍼맨 짤을 첨부한 이유는 있어. 오늘의 이야기는 "평소에는 정체를 숨기는 히어로"의 가장 클래식한 전형에 대한 거거든. 어떻게 보면 그런 히어로들의 조상이라고 볼 수 있지.
물론 이야기 전체 요약은 아닌 것 알지? 깨알 같은 포인트만 짚어준다...
이 이야기는 프랑스의 공포 정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한 정체가 비밀에 휩싸인 영국인이 주인공이야. 그가 누군지 아무도 몰라. 그런데 굉장히 유명해. 왜냐하면, 그 영국인은 길로틴 처형을 앞둔 프랑스 귀족들 몇몇을 연속적으로, 그리고 기적적으로 구해내거든.
물론 기지도 있고, 싸움도 잘 하고, 변장술에 능하고, 계획도 엄청 잘 짜는 그런 슈퍼맨 같은 인물이야. 그래서 가능한 것이지. 그를 돕는 19명의 동료들이 있어. 완벽한 비밀 조직이지.
그 비밀 조직의 우두머리인 주인공은 스칼렛 핌퍼넬(Scarlet Pimpernel: 새빨간 병뚜껑꽃이라는 뜻)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어. 길에 피는 아주 작은 꽃을 지칭하는 이름이야.
스칼렛 핌퍼넬 (배우: 안토니 앤드류스)
그리고 영국인임이 알려져 있어. 스칼렛 핌퍼넬이 구출 미션에 성공할 때마다, 작은 꽃이 그려진 일종의 서명(?)을 남기거든. 스칼렛 핌퍼넬 자체가 영어니까...영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겠지? 물론 그것조차 비밀로 남길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 특유의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 내가 누군지는 말할 수 없지만, 영국인이다. 이런 느낌?
스칼렛 핌퍼넬의 정체는 영국의 아주 부유한 준남작이야. 프랑스에 가서 주로 변장을 해서 갖가지 방법으로 자신이 선택한 프랑스 귀족들을 빼내는거야. 명망이 높고 인성이 좋지만 공포 정치 체제 하에서 희생될 뻔한 위기에 처한 귀족들을 구출해주는 거지.
구출한 사람들을 관 속에 넣고 싣고 가거나, 흑사병에 걸린 환자를 데리고 멀리 간다는 핑계로 수색을 제대로 못 하게 만들고 도망가기도 해.
그런데 주인공이 해야 하는 가장 큰 변장(?)은 바로 고국인 영국에서야. 그는 평소에 똑똑하다거나, 용감하다거나 의협심이 강하다거나, 심지어 칼싸움을 잘한다거나...하는 이유로 알려지게 되는 것을 꺼리지. 왜냐하면 프랑스에서도 분명히 눈에 불을 켜고 스칼렛 핌퍼넬의 정체를 찾고 있을 것이니까, 의심을 피하려는 것이지.
그래서 평소에는 아주 허영심이 많고 치장을 좋아하는 사교계의 멍청이 행세를 해.
이런 식으로, 런던에서 옷을 가장 잘 입고 패션에 가장 신경 쓰는 것으로 유명한 귀족으로 알려져 있어.
그리고 당시 유명한 스칼렛 핌퍼넬에 대해 아주 단순한 시를 하나 지어서, 자랑처럼 읊조리고 다니지. 마치 조선에서 홍길동 이야길 하듯이 말이야. 누구한테 읊조리고 다니냐 하면, 귀족들끼리 모인 곳이라면 어디서나.
자신이 지은 시를 읊는 영국 귀족(스칼렛 핌퍼넬)
과장된 귀족적 말투, 소위 "잰 척 하는 발음'이지. 시 내용은 아래에 써놨어.
They seek him here,
그들은 그를 여기서 찾고,
They seek him there,
저기서도 찾아보네.
Those Frenchies seek him everywhere,
프랑스놈들이 모든 곳에서 그를 찾고 있네.
Is he is heaven?
그는 천국에 있나?
Or is he in hell?
아니면 지옥에?
That damned, elusive pimpernel.
그 빌어먹을, 잘도 숨는 핌퍼넬.
이 소설(원작은 연극)이 얼마나 유명하냐면, 실존 인물이냐는 질문이 현대에도 넘쳐나 (feat. Google).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슨이 80년대에 주연했던 역사 코미디 시리즈 블랙 애더(Black Adder)에도 이 스칼렛 핌퍼넬이 나와(물론 위의 그 시도 함께 나오지.)
관련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블랙애더(로완 앳킨슨)는 프랑스에 갔다가, 자신을 구하러 온 스칼렛 핌퍼넬을 그만 사고로 죽여버리게 됨. ㅋㅋ
스칼렛 핌퍼넬을 죽여버린 블랙애더(로완 앳킨슨), 황태자(휴 로리)에게 사실은 자신이 스칼렛 핌퍼넬이라고 거짓말 하는 장면.
(미스터 빈과 닥터 하우스의 젊은 시절)
스칼렛 핌퍼넬의 가장 큰 위기는 자신의 집안에서부터 오게 돼. 결혼한 부인이 프랑스 여자야.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녀를 믿지 못하게 되었어. 아내가 자신의 정체를 안다면, 프랑스의 권력자들에게 밀고를 할 것만 같은거야. 스칼렛 핌퍼넬의 갈등 요소가 바로 그것이지.
책 제목은 역시나 스칼렛 핌퍼넬이야. 엠리스카 오크지라는 헝가리 출신의 남작 부인이 저자인데, 영국으로 귀화해서 에마 오크지라고 해. 그런데 책마다 거의 "남작부인 오크지(Baroness Orczy)"라고 표기되어 있어. ㅋ
자, 그럼 오늘의 질문은? 그냥 아주 아주 주관적이야. 자신의 가장 대표적인 이중적 모습과 그 이유를 남겨주기! 설마 스칼렛 핌퍼넬처럼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조차 숨겨야 하는 이중생활이 있진 않았겠지?
이번 답변은 그냥 재미있는 걸로 고를 수 있을 것 같아. ㅎㅎㅎ기대해볼게. 주관식 질문에 맞는 보팅을 선택한 댓글에 하기로...
그럼 이제 지난 회차 답변 관련 이야기로 넘어가쟈!
지난 회차의 Rogue Male(외톨이 수컷)은 헐리우드에서 어떻게 스토리가 바뀌어서 영화화되었는가?
내가 찾던 건 실제 그 영화를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정답"도 아니고, 제일 판타지스러운 답변도 아니야. 핵심은, 제 아무리 헐리우드라고 해도 Rogue Male이라는 컨셉 자체를 버리진 않았다는 거야. 그러면 그냥 첩보물이나 전쟁영화가 되겠지. 그 작품의 핵심은 완전히 외톨이라는 것인데.
그래서 내가 찾던 포인트는 두 가지야.
- 게슈타포 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주인공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당시 영국은 전쟁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새로운 여자를 등장 시키지만, 그녀 역시 희생 당한다.
다음은 실제로 거의 왜곡이 없는 BBC의 영화 장면이야.
"대체 왜 히틀러를 저격하는 미친 짓을 한 거냐? 어디 가서 몸 사리고 있어라, 당국은 널 보호해줄 수 없다"고 말하는 주인공의 국회의원 삼촌 (배우: 알리스테어 심)
황당해하는 주인공(배우: 피터 오툴)
물론 영국 정부가 이렇게 나오는 건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야. 차이가 있다면, 미국 영화(그것도 참전 직전에 개봉)라 그런지, 주인공의 고위층 친척들을 더더욱 비열하게 그리고 있어. 그래서 주인공은 더 처절하게 외톨이가 되는 거야.
그리고 다음은 헐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이야. 새로운 여자가 등장하지만, 희생 당한다는 것이 내가 찾던 두 번째 핵심이지.
결국 주인공은 원작에서처럼 시골로 도망가서 땅굴을 파고 거기서 숨죽이고 있어. 혹시 나중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리메이크한다는 이 영화를 보게 되는 형들 있을까봐 스포일러는 참겠는데, 그 굴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 아주 압권이야. 원샷 원킬!
자, 그럼 내가 찾던 1) 영국조차 보호해주지 않는다, 2)새로운 여자가 등장하지만 죽는다
이 두 가지를 다 포함시킨 답변의 작성자는 두둥...@energizer000 에빵 형이야! 약속대로 댓글에 보팅하께.
@napole형도 주인공이 영국에서도 버림받았단 추측을 했지만, 영국 조직에 속했던 주인공이 뭔가 실수를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함으로서 완전한 독고다이 주인공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야길 했어. 그래도 아깝다...
그 외에 @songa0906형도 새로운 여자의 출현을 추측했지만, 에빵형이 너무 두 가지 다 맞춰버려서 ...아까비
그 외에 영국측이 도와준다거나, 화려한 액션 씬...그런 추측은 다 아니야. 실제 헐리우드 영화의 내용과 달라서가 아니라, 외톨이 수컷이라는 원작의 컨셉과 너무 동떨어졌기 때문이지!
아무리 헐리우드라도 저 당시에는 그렇게 황당하게 저질이 아니었다구...해피 엔딩도 아니야! 새로운 여자를 넣는 것 정도로 타협했어! ㅎㅎㅎ 감독도 무려 그 유명한 메트로폴리스의 프리츠 랑이었어.
그리고 그 새로운 여자도 뭐 딱히 로맨스라기보단 레옹과 마틸드처럼 그냥 그런 관계로 나오지. 주인공은 자기 몸 하나도 건사 못하기 때문에 여자에게 신세를 잠시 지는 거야. 하지만 감정선은 있지.
스토리는 BBC 영화가 훨씬 뛰어나게 잘 살렸지만, 헐리우드 영화도 장면 장면이 영화적으로는 뛰어나니깐 영화를 좋아하는 형들에겐 추천한다.
자, 그럼 이번 회차의 화려한 답변들을 기대하며, 다음 회차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