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같은 문학 17 + 16 회차 답변 선택

[반말주의] 안녕! 또 피부를 위한답시고 아침으로 미뤘다가 결국 저녁에 돌아온 깨알 같은 문학이야. 아무래도 요 시리즈는 저녁-밤이 어울리는 것 같아. 근데 어쩌지? 오늘은 재미있는 "썰"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철학이 엿보이는 책을 가져왔어. 간만에 진짜로, 줄거리 절반이 아니라 깨알 같은 포인트가 있을 수 있겠네.

주절주절 얘기하기보다는, 우선 이 책을 영화화한 장면을 하나 보자고.

주인공 남자의 대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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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모습. (배우: 다니엘 데이-루이스)

대사: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다면, 그녀를 내 집으로 데려와서 머물게 하겠죠. 다른 삶에서는 그녀를 내쫓구요. 그리고 두 인생을 비교해서, 어느 편이 더 좋았는지 알 수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인생은 단 한 번 뿐이죠.

주인공은 그 흔한 이름, 바람둥이로 묘사되는 류의 남자야. 하지만 내가 보기엔 상당히 신중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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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 (배우: 다니엘 데이-루이스, 줄리엣 비노쉬)

이 책은 저 남자, 그리고 항상 애정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듯한 한 여자의 이야기야. 그리고 한 마리의 개도 상당히 많이 나와. 보통 이 책을 인용할 때, 사랑 이야기 외에도 저자의 인간과 동물에 대한 고찰을 많이들 꼽곤 하지.

그런데 내 기억에 확실히 남는 부분은 따로 있어. 바로 우연에 대한 이야기야. 물론 정확한 표현 그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충 이래.

우연, 우연적인 사건만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시사한다.
마치 커피 찌꺼기로 점치는 집시처럼, 우리는 우연적인 사건으로부터 무언가를 읽어낸다.
필연, 필요에 의해 행해지는 모든 일상적인 일과에는 아무런 메시지가, 즉 의미가 없다.
사랑이 특별하려면, 수많은 우연들이 그 사랑 위에 내려앉아야 한다. 마치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어깨 위에 새들이 내려앉았듯이.

우연적인 사건들이 많이 겹칠수록 오히려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향을 얘기하는 것 같아. 우연히 스친 사람과 계속 자꾸 접점이 생기고, 별로 기대치 않던 곳에서도 또 만나게 되고...그러면 점 치는 집시처럼,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그게 많이 오버가 되면 "운명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

성 프란치스코는 "새들에게도 말씀을 전하던 사람"이라고 보통 많이 알려져 있지. 동물과 의사소통이 되었다는 암시가 많은 인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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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치스코의 어깨 위에 새들이 하나 둘 앉는 현상은 우연 한 두 개 정도로 별 것 아닐 수가 있는데, 새들이 나중에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어깨에 마구마구 앉아버리다 보니까, "기적"이라고도 불리게 된 현상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지.

우연 하나 하나는 새 한 마리처럼 별 것 아닌데, 우연들이 많이 겹치면 "운명" 심지어는 "기적"이라고도 생각되는 그런거. 감동적인가? 나한텐 사실 되게 허탈하게 들려. 그 어느 운명 같은 만남도 해부해보면 사소한 우연들이 겹친 것에 불과하단 얘기니까. (심지어 따져보면 제대로 된 우연도 아닌 경우가 많지!)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감동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네.

아마 읽어본 형들도 많겠지만, 책의 제목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이야. 안 읽어본 형들도 제목은 들어봤지? 밀란 쿤데라의 제일 유명한 소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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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에 착안한 표지이지?

위에서 얘기한 성 프란치스코의 새 이야기도...새처럼 가볍게 내려앉는 우연들이 사랑을 특별하게 한다고, "가벼움"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더라. 한글 번역본도 우연히 그 부분을 봤는데 그런 것 같았어. 역자가 마치 그 "가벼움'이란 것을 무슨 예쁜 치즈 케익 같은 디저트처럼 생각한 느낌을 받았지.

그러나 내 생각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그런 샤방샤방한 의미가 아냐. 애초에 인간 존재가 가볍고, 따라서 그의 사랑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 "우연들이 겹쳐 운명처럼 보이는 현상"도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이 가볍다는 것이지.

성 프란치스코가 집에 가려고 움직이면 휙 날아가버리는 새들처럼 말이야.

적어도 (저자가 투사하는) 주인공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

그럼 오늘도 주관식으로 하나 물어보자. 제일 와닿는 경험을 선택해서 보팅할게.

본인의 얘기든, 타인의 얘기든, 신기하게 우연적인 일들이 여럿 겹쳐서 기적 같은(확률이 낮은) 일이 생긴 적이 있었다면?

혹시 그런 경험이 있다면 알려줘. 은근히 이런거 없는 형들도 많을거라서...혹시라도 있다면 쉽게 이길 수 있다!

자 그럼 지난 회차의 답변을 선택해야겠지.

남을 기만한 경험이 있다면?

이거였는데, 굳이 남을 짓밟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누군가를 기만한 경험은 다들 있을텐데, 블록체인이라 그런지 다들 말을 꺼리는 듯?! ㅋㅋ

근데 말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반, 실제로 별로 그런 일이 없는 경우가 반인 것 같더라고.

우선 @sitha, @newiz 형들은 어린 시절에 뭘 갖고(먹고) 싶다는 마음에 거짓말/연기를 했어. 매우 귀엽고 우습지만, 원하는 걸 손에 넣으려고 애정을 가장한 스페이드의 여왕이나 아스펀 페이퍼스 주인공들의 기만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봤어. 물론 잘했단 소린 아니다

비록 결과는 더 심각했지만, @tata1 형도 너무 겁이 나서 한 행동이었어. 일부러 누군가를 찍어서 누명을 씌우거나 한 것은 아니야. 형들 다들 왜 이렇게 착한거지?ㅋㅋ

@choim 형의 사연은 상당히 계획적으로 남을 몰아낸 이야기였지만, 그 남이라는 사람이 공공의 적이었다니, 공공 정신이 기반이 된 행위였다고 봤어.

@energizer000 형은 알고 남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었고... @jiwootak 형, @zzing 형, @ioioioioi형 다들 본인이 피해자더만! ㅋㅋㅋ특히 @ioioioioi 형은 두들겨 맞기까지...또르르...그 외에 별 할 말도 없는 @asinayo 형 등등...다들 천사세요?!

추가내용: 근데 @dropthebeat 형은 예외야. 영화 클레멘타인을 휴가 나가는 후임들에게 권하는 만행을 저질렀지. 너무 사악해서 탈락. 그리고 @happylazar 이 형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거지팸을 만들었노라고 실토했지만, 아니 이득을 취하려고 그런걸 만든다는게 말이 됨? 수지타산에 능하지 못해서 오히려 나의 동정심을 샀어.

(일일이 언급 안했다가 추가한 이유는 채택한 것도 아니면서 부른다고 귀찮아할까봐였는데 의외로 형들이 멘션을 좋아하네?! 관종? 알았어 접수...)

암튼 그래서, 나름대로 순진한 기만이지만, 그나마 소설 주인공의 "만행"에 제일 가까운 행동을 한 @napole 형이 위너야. 왜 나름대로 순진하냐면, "환심을 사기 위해 한 행위"이기 때문이지. 그건 악의적이라기보단 나름 순수하다고 생각해 ㅋㅋ 그래도 그렇지 학자금을 삥땅쳐서 여자친구에게 부잣집 아들인 척 행세하다니...그러고 나서 차였으면 말을 안 하는데, 결혼을 결국 했다네.

그러니까 다른 형들에 비하면 엄청난 기만을 했다고 보인다! ㅋㅋ 바가지 긁히는 건 감안하고 살아 형...ㅠㅠ

그럼 "신기한 우연, 또는 여러 우연이 겹쳐서, 무슨 운명이나 기적처럼 생각되었던 사례"가 있다면 얘기해줘. 다음 회차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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