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주의]
안녕! 한 3일만에 돌아온 깨알 같은 문학이야. 왜 새벽 시간에 돌아왔냐면...또 일찍 잤거든. 자다가 이제 일어났어. 마침 더 졸리지도 않고 해서 왔지. 이 시간에 아직 안 자고 있을 형들 있을까?!
오늘은 내가 개인적으로 남의 의견이 궁금한 문제가 있어서, 아주 잘 알려진 고전을 하나 들고 왔어. 물론 내 의견이 있지만, 다음 회차까지 밝히진 않으려고 해. 나랑 비슷하지 않아도 논리적으로 수긍이 되게 써준 형 답변을 선택할려고 해. 그럼 배경 설명 가자...
1603쯤에 쓴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대주교의 딸과 결혼한 한 무어인 장군의 이야기야. 그럼 벌써 뭔지 알겠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Othello) 이야기야.
데스디모나에게 자신이 겪은 모험을 이야기하는 오셀로. 칼 루드비히 프리드리히 베커 作(1880).
무어인 하면 어떤 이미지야? 어릴 적에 로빈슨 크루소 읽어본 형들은 기억할려나 모르겠는데, 초반에 크루소가 무인도에 떨어지기 전에, 이런 저런 모험을 겪으면서 무어인도 나오거든. 그런데 지중해 쪽에서 온 사람으로 그려져 있어. 보통 무어인이라고 하면 우리도 그쪽을 떠올리지.
그도 그럴 것이 무어인 하면 보통 이베리아반도, 지금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지역을 다스린 검은 피부의 베르베르인 및 아랍인들을 통칭하거든. 이들이 그 지역을 다스린 건 매우 오래 전, 711년도부터 시작된 일이야. 우리가 보통 아랍인이라고 하면 그냥 약간 어두운 편인 얼굴에서 하얀 얼굴까지 다양하게 떠오르지. 그러나 이들은 까만 걸로 알려져 있어. 이들의 얼굴이 아주 새까맣다고 기록한 역사가도 있었고. 베르베르인과 아랍인이라고 했는데, 베르베르인은 지금의 모로코 출신을 말해.
실제로 무어인이라는 용어는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무어인들 이전에, 진짜 북아프리카인들을 가리켰었다고 해. 중세 시대부터 말이야. 정확히는 모로코와 알제리...즉 북아프리카에 해당하는 지역 흑인들을 무어인이라고 불렀대. 정리하면, 북아프리카 사람, 또는 이베리아 반도에 진출한 북아프리카 혈통의 사람, 이렇게 정리가 되겠네. 오셀로는 그럼 확실한 흑인인 것이지.
앞서 말했듯이, 그림에 보이는 대주교의 딸 데스디모나는 오셀로와의 결혼을 선택했고, 그 아버지는 매우 분노했어. 데스디모나의 아버지는 원래 오셀로를 군인으로서 아끼고 존중했었지만, 흑마술을 써서 딸을 꾀어간 것으로 주장하는 대사를 하기도 해!
줄거리를 아는 형들도 많겠지만, 결국에는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야.
그런데 작품 속의 이런 인종주의, 인종차별주의는 이 작품을 공연하는 데서도 걸림돌이 많이 되었어. 1600년대의 작품이지만, 실제로 진짜 흑인이 오셀로 역할을 맡은 것은 1826년이었다고 해. 그 전까지는 얼굴에 검은 분장을 한 배우가 오셀로를 연기했지. 요런 식으로 말이야.
러시아의 유명 연극배우, 콘스탄틴 스타니슬라프스키가 분장을 한 모습
Konstantin Stanislavski
위의 러시아 배우의 얼굴은 꼭 아프리카인이 아니라 아랍인 같지 않아? 사실 무어인이라고 하니까 아랍인 외모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지. 피부색 빼고는 관객이 보기에 이질감이 별로 없었을 것 같아.
그럼 아래는 실제 아프리카계 흑인 배우가 연기한 오셀로의 한 장면이야.
미국에서 오셀로 역으로 인기를 끈 폴 로브슨.
오셀로에는 검은 피부뿐 아니라 '두꺼운 입술' 등등, 아프리카계 흑인의 특징이 등장해. 그러니까 셰익스피어는 피부색만 빼고 백인 같은 생김새를 가진 사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지.
연극 오셀로에서 폴 로브슨이 활약한 것은 1930년대야. 연극계에서는 그런 경우가 계속 많았을 거야.
그러나 영화는 금방 그렇게 되진 않았지. 한참 후에 영화화한 오셀로에서는 실제 흑인 배우가 주연을 맡지는 못했거든. 유명한 시민 케인의 감독 오슨 웰즈도 오셀로로 열연을 했어.
오셀로 역할의 오슨 웰즈.
시민 케인에서의 오슨 웰즈.
그리고 무려 1965년, 미국에서의 민권 운동이 시작된지 한참 지난 시점에서 영화화가 되었지. 이때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불만 표출이 좀 있었다고 해.
분장한 모습과 평소 모습의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
로렌스 올리비에는 피부뿐 아니라 입술도 분장을 하고, 걸음걸이나 언행 등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해.
그런데 메이저 영화사에서 진짜 흑인이 주연한 오셀로를 내놓은 건 1995년도의 일이야.
로렌스 피쉬번이 주연한 오셀로의 포스터.
아마 그때쯤부터는 백인이 분장하고 오셀로 역할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겠지? 연극을 일일이 다 알지 못하니 추측이지만 말이야.
그 후로 연극계에서는 이런 시도도 있었어. 스타트렉으로 유명한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가 오셀로인데, 백인과 흑인 역할이 바뀐거야. 즉 주연 빼고 모두 흑인인 것이지.
오셀로 역할의 패트릭 스튜어트. 오셀로 뒤집기(Othello Reversed).
이럴 정도로, 흑인 역할인 오셀로가 흑인 배우에 의해서 장악되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흘렀어. 그 동안, 아마도 많은 갈등과 배우들의 고민이 있었으리라고 짐작이 되지.
그런데 내가 궁금한 문제가 생긴 것은 한 한국 출신 배우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서야. 여자 연극배우인데, 데스디모나 역할을 맡고 싶은데 백인이 아니라서 거절을 당했다는 이야기였어. 물론 인종차별적인 의미로 거절한 것은 아니야. 오셀로가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와 결혼해서 생기는 주변인들의 시선과 질투에 관한 이야기인데, 다른 인종의 여자가 데스디모나를 맡았을 때 그런 작품을 과연 살릴 수가 있을까, 이런 입장이었지.
그 여배우는 그럼 당신(자신의 데스디모나 캐스팅을 반대한 선배 배우/연출?)도 덴마크 사람이 아니니까 햄릿을 맡으면 안 된다고 받아쳤다고 하는데...
형들의 생각이 궁금해. 오셀로의 주연에 얽힌 역사와, 흑인 백인의 결혼이 주제인 오셀로에서 동양인이 주연(오셀로 or 데스디모나)을 맡을 수도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관객의 혼란과 작품 대사와의 일치를 위해서 지양해야 하는가.
물론 정답은 없어. 내 의견도 분명히 있지만, 다음 회차까지는 안 밝힐래. 왜냐하면 형들이 답변하는데 영향을 조금도 주고 싶지 않으니까! 그럼 기대할게....
그럼 이제 대망의 지난 회차 답변 선택!
겹겹이 쌓인 우연들이 마치 운명이나 기적과도 같은 모양새를 만들어낸 적이 있었는가?
가 질문이었지. 고민을 좀 했어. 사실 내가 생각하기엔 어떤 이루어지고 있는 연애에 있어서 우연처럼 보이는 것도 우연이 아닐 수 있다고 보거든. 가령 @choim 형이나 @nosubtitle 형의 이야기 말이야. 카톡에서 일치하는 문구가 있었다거나, 연락이 먼저 오거나, 딱 시간이 떨어지거나...우연도 있지만, 상대방의 의지도 있었기 때문에 생긴 사건들도 있을거야. 그걸 매번 확인할 수 없는 것 뿐이지.
우연히 옆자리의 사람을 게임에서 뚜까팬 @asinayo형도 굉장히 신기한 일을 겪었다고 생각이 되는데, 왜 게임 상대방을 같은 PC방에서 만난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본 것 같을까? 그런 썰들이 거짓말로 꾸민 걸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있는 일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해. 내가 게임을 전혀 안 해서 잘 모르겠어, 사실. 그치만 그런 일을 종종 들어본 것 같아서 말이야. ㅎㅎ
그 외에 이미 존재하는 사회적 관계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들. 가령 친구의 친구를 알게 되었던 @happylazar형이나, 상대방의 남자친구와 사고로 통화를 하게 되었다는 @song1 형, 후배의 사촌과 아는 사이였음을 알게 된 @calist 형, 또 선생을 구하는 앱에서 같은 댄스 선생을 또 만난 @nosubtitle 형의 이야기 등...확률이 비교적 낮다면 낮다고도 할 수 있지만 결국 이미 얽혀 있는 관계들 속에서 알게 된, 혹은 결정된 관계 같아.
그 외에 작품의 캐릭터에 이입한 것을 꼽은 @steamsteem 형 등...나름대로 신기할 수 있지만 작품 캐릭터와 닮은 부분을 누구나 꼽을 수는 있는거라고 봤어!
자, 그래서...이번 회차는 내가 두 명을 골랐어. 하나는 코인을 하는 형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내가 사면 떡락, 내가 팔면 떡상"하는 것을 너무 처참하게 요즘 내내 겪은 @mipha형이야. (사실 이번 아니면 뽑을 일이 요원해보여서 뽑은 것도 있엌ㅋㅋㅋ) 이건 흔한 것 같지만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미스테리지. 그리고 스톰 때문에 얼마나 개맘고생했는지 아는데, 팔자마자 오르다니...이건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역사였지. 요즘 활약하는 부계 @solla에게 보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가장 청중(?)의 인기를 누린 @thewriting형이 있었지. 사실 두 명을 뽑은 이유는...이 형을 뽑는다 해서 모두 궁금해하는 다음 이야기를 풀까? 싶어서야. 그래서 조건부로 하기로 했어. 나머지 얘기를 댓글이든 포스팅으로든 언제고 간에 하게 되면, 그때 보팅을 하기로...그럼 모두 만족할 듯?!
그럼 이번 오셀로 답변 기대하며, 다음 회차까지 안녕! (깨/문 이젠 부지런히 찾아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