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같은 문학 25 + 24회차 답변 선택

[반말주의]

안녕! 한 사흘인가 만에 다시 돌아온 깨알 같은 문학이야. 다룰 책도 내용도 다 정해놨는데 하루는 스팀잇 사이트 상태도 안 좋고, 일 때문에 잠깐 출국했다가 오는 바람에 이래저래 늦었네. 이 시간대면 다들 자고 있겠군ㅠ

오늘 다룰 얘기는 현대 문학에 속해. 보통 깨알 같은 문학은 전체 내용 요약 아닌거 알지? 그런데 이번 이야기는 제목을 설명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간략하게라도 내용을 요약해줘야 할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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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캐러비안으로 알고 부르는, 카리브 해에 위치한 어느 작은 섬이 배경이야. 도미니카 공화국 근처라 불어를 사용하는 곳인데, 실제로 있을법하지만 작가가 지어낸 허구의 섬이야. 쉐발리에(기사들) 섬이라는 이름이지.

이 섬에 있는 큰 저택의 주인 발레리안은 원래 미국인이고, 섬 전체의 소유주나 다름없어. 섬 전체를 개발해서 커다란 왕국처럼 만드는 과정 중에 있지. 발레리안과 부인 마가렛은 하인들 외에는 부부끼리 홀로 살고 있어.

그들의 시종, 식모 노릇을 하는 흑인 부부 시드니와 온딘도 거기 살고 있어. 그들에겐 자식은 없고, 20대 중반의 예쁜 조카가 하나 있어. 제이딘이라는 여자야. 제이딘은 저택의 주인 발레리안의 호의로 프랑스로 유학을 갔고, 떠오르는 패션 모델이 됐어. 삼촌과 숙모가 그 집에서 봉사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교육과 여러 혜택을 받은 것이지.

제이딘이 집에 돌아오면 발레리안과 마가렛 부부와 함께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숙모는 하던대로 식사 시중을 들어. 뭔가 불편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은근히 익숙한 장면이기도 한 것 같아. 그리고 사건은 제이딘이 집에 와 있을 때 일어나.

한 흑인 남자가 집안에 몰래 들어와서 안주인 마가렛의 옷장에 숨어 있다가 발각이 되지. 한바탕 난리가 나지만, 주인 발레리안은 이래저래 잡지식이 많은 듯한 남자에게 호의를 베풀어서 머물게 해. 남자의 이름은 그냥 아들이라는 뜻의 선이야.

예상 가능한 일이겠지만 선과 제이딘은 서로 끌리게 돼. 제이딘에겐 프랑스에서 기다리는 부자 남자친구가 있지만. 물론 처음에는 딱 보이는 격차 때문에 아주 빈정 상할 정도로 싸워. 무슨 거지 꼴을 한 남자가 와서 막말을 하니까 제이딘도 화가 났겠지. 하지만 선이 깨끗이 씻고 옷을 차려입자,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 거야. 그렇지만 그 전부터 끌림이 있었으니 싸웠던 것인지도 모르지.

그런데 이때쯤 저택에서 갈등이 발생하게 돼. 주인인 백인 부부와 그들이 시중을 드는 흑인 부부는 서로 평온하게, 자비와 충성으로 서로를 보살피는 것처럼 살아왔지만, 쌓인 분노와 감춰진 비밀이 있었던 거야. 이미 연인이 된 상태인 선과 제이딘은 이 아수라장을 뒤로 두고 뉴욕으로 가버려.

선과 제이딘의 관계에는 큰 특징이 있어. 아니, 선은 항상 그랬는지도 모르니 그의 특징이라 할 수도 있겠네. 잠자리에서 옛날 이야기, 그러니까 동화 같은 걸 얘기하는 거야. 각색해서 뭔가 다른 뜻을 가진 것처럼 꾸며서 말이야. 제이딘은 훗날 늙어서 그 이야기들이 언급되는 것을 들을 때마다, 둘이 사랑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될 정도가 돼.

뉴욕에서는 둘 사이가 좋았지만, 그 후 선의 고향이자 흑인들만 사는 아주 작은 도시 엘로로 가게 되면서 갈등이 생겨. 마치 동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가족과도 같은 전통적인 부락이니...제이딘에겐 매우 답답하게 느껴졌겠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둘이 한 집에 묵는 것도 허용되지 않아.

뉴욕으로 돌아와서, 둘은 크게 싸우게 되지. 제이딘은 자신을 이때까지 후원해준 섬의 주인 발레리안의 지원을 받아서 뭐 사업이라도 하려는 계획이 있지만, 선은 완강하게 거부해. 선이 보기에 제이딘은 버릴 수 없는 자신의 인종과 문화를 부정하는 명예 백인 정도인 반면, 제이딘이 보기에 자신은 주어진 기회를 갖고 열심히 살아왔을 뿐이야. 그녀가 보기엔 선의 고집이야말로 노예 의식인 것이지.

그리고 싸움이 극단으로 치달은 어느 날, 선은 다른 동화들을 들려줬듯이 '타르 베이비' 우화를 들려주면서 제이딘의 존재를 자신이 걸려버린 어떤 "함정"으로 표현해. 그래서 제이딘은 다시 발레리안 부부가 있는 섬으로 가버리지. 거기서 원래 남자친구가 줬던 비싼 선물을 찾아서, 프랑스로 돌아가려는 계획인 거야.

선이 '타르 베이비' 우화를 들려주는 이 장면은 둘이 싸우는 장면이지만, 감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일어난 성폭행으로 해석되기도 해. 제이딘이 바로 떠나버린 건 당연한 결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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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모리슨의 타르 베이비의 대략적인 줄거리야. 이미 거의 결말까지 얘기했지만, 다음 회차에서 답변 선택하면서 좀 더 정리를 해볼게.

여기 등장하는 타르 베이비라는 우화의 출처는 조엘 챈들러 해리스라는 사람이 실제 농장에서 일하던 흑인 노예들의 구전 동화를 모아서 1881년엔가에 출판한 책이야. 엉클 리머스라는 동화 들려주는 아저씨?할아버지?가 화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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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등장하는 토끼 캐릭터야. 브러 래빗(Brer Rabbit)이라고 하지. 물론 '브라더 래빗'을 특유의 방식으로 발음한 거야.

그리고 문제의 타르 베이비 이야기는 이렇게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 여우가 검은 타르로 만든 인형을 이용해서, 채소를 훔쳐 먹던 토끼를 잡으려고 한 내용이야. 형태는 약간씩 다를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익숙한 동화지? 지나가던 토끼는 타르 베이비에게 인사를 하는데, 당연히 타르 베이비는 말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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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토끼는 화난 끝에 타르 베이비를 때리고 차면서, 계속 그 끈끈한 타르에 들러붙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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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타르 베이비'란 [해결하려 할수록 점점 더 수렁에 빠지게 되는 복잡한 문제, 난제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어. 그 후로 미국에서는 흑인을 비하하는 용어라고도 알려지게 됐는데, 누구나 그렇게 알고 있지는 않아. 그래서 일부 정치인들은 이 용어를 사용한 것만으로도 논란이 되기도 했지. <흑인을 비하하는 용어인 줄 알면서 썼다 vs 원래 뜻으로 쓴 것이다...>

토니 모리슨의 타르 베이비에서 선이 제이딘과 싸우면서 이 동화를 들려준 이유는 짐작하겠지만, 자신은 아주 약간의 먹을 것만 훔칠 생각이었는데 마치 백인이 만든 타르 베이비 같은 제이딘에게 들러붙어 버렸다는 주장을 하려는 거지.

그러나 제이딘만이 타르 베이비로 암시되지는 않아. 삶의 변화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방식을 채택하려는 선도 과거 세대들의 분노와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고 그것이 자신이나 제이딘에게 타르 베이비로 작용하지. 그리고 발레리안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내의 균열도 마찬가지로 타르 베이비, 즉 해결책이 요원한 난제야.

이번 질문은

자신만의, 또는 자신이 보는 가장 대표적인 '타르 베이비'는?

누구에게나 문제는 있지만, 그게 개인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의지로 고칠 수 있는 게 있고 아닌 게 있지. 특별히 타르 베이비처럼 생각되는 문제가 있다면 간략히 묘사해 줘. 그럼 답변 기대할게!

그럼 이제 지난 회차에 대한 이야길 해야지?

제인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의 주인공 화니는 착한 것 외에는 별로 매력이 없다는 평을 많이 듣지만,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알려져 있다고 했지. 그래서 착한 여자(사람)와 착한 여자(사람) 컴플렉스의 차이를 물어봤어.

답변들이 주로 두 갈래로 크게 나뉘더라. 절대적으로 착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이 물론 처음 떠오르게 되어 있지만, 비물질적인 그 어느 것도 그 자체로 정의하기는 어려워. 비교 또는 상반되는 개념과 상대적으로 정의되게 마련이지. 그래서 주로 착한 컴플렉스 쪽을 정의하는 쪽으로 자연스레 답변들이 향하게 돼. 그래서 두 가지로 나뉜 기준이 뭐냐면...

  1. 착한 여자(사람) 컴플렉스란 계획적, 의도적으로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
  2. 착한 여자(사람) 컴플렉스란 본인이 싫은 일도 강박관념 때문에 하는 것

거절을 잘 못한다, 작위적이다, 의식을 한다 등등의 답변은 모두 표현은 다르지만 2번의 경우이지. 거절을 못한다는 건 결국 거절을 할 의사가 있는데 "못"한다는 거잖아? 사실 컴플렉스의 본 뜻은 2번이 맞아.

1번도 의외로 많았는데, 대가가 없으면 언제든 거둘 수 있는 행동패턴이라면 그건 그냥 계획적인 행동인지라...뭔가 똑똑(?)하고 계산이 빠른 결과라고 보이네. 굳이 컴플렉스라고 할 순 없어보여.

그래서 2번의 뜻을 기본적으로 주장하고, 추가로 맨스필드 파크에 대한 소회를 조금이라도 써준 형의 답변을 골랐는데, 그게 뉴비 @onugi형의 답변이야.

@perspector형도 '자기 희생'을 근거로 둘을 나누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했는데, @onugi형이 작품에 대한 "의문점"을 하나 남겼기에 선택했어! 지난 회차 답변에 소정의 보팅을 할게.

작품에서 화니는 착한 듯 하지만 자기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어서, 이모부가 안 계신 틈을 타서 연극을 하기로 한 다른 사람들에게 반대 의사를 밝혔었지. 그래서 @onugi형은 화니가 컴플렉스가 아닌, 자기만의 신념이 있는 착한 여자라고 느꼈지만, 이모부의 꽉 막힌 생각을 답습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할지 의문을 가졌어.

간단히 말해서 당대 기준으로 "예의"에만 근거해도 연극에 반대한다는 답변을 할게. 그 집의 자식도 아닌 화니는 이모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을 해왔어. 게다가 지금도 그런 의식이 남아 있지만, 한 집의 소유주가 원치 않는 일을 그 집 안에서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은 그냥 기본 예의이니까, 그래서 반대를 한 거야. 그러려면 다른 곳에 가서 해야 하는 것이지. 이건 "연극"에 대한 화니 본인의 생각을 떠나서 가능한 생각이라고 보여져!

그리고 연극을 빌미로 뭔가 엇갈리는 호감도를 표현할 수 있게 된 이 젊은이들 중, 이모부의 첫째 딸은 이웃집 남자와 결국 연극을 기점으로 연인 사이가 돼.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도 관계가 이어지다가 결국 둘이 도망치게 되거든. 그래서 화니가 어떤 기준을 갖고 반대했던 것이 현명했다는 결론으로 가게 되는거야.

근데 사실 저자 제인 오스틴의 "착함"의 기준은 명시적으로 표현되진 않지만, 그런 화니의 확고함보다는 기독교적인 "선함"이었다고 생각이 돼.

오스틴의 아버지도 목사였고, 작품의 화니도 목사가 되려는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지. 그 남자를 '갖고 노는' 이웃집 여자는 그의 그런 종교적 신념을 가볍게 조롱하는 행태를 종종 보여. 오스틴이 이 책을 종교적인 색채로 그려내지는 않지만, 화니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어떤 옳음에 대한 기준은 상당히 기독교적인 것으로 보여져. 기독교라는 게 서양 고전문학에서는 당연한 배경이지만, 모든 실존 인물들이나 캐릭터들이 진지하게 그런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많은 경우에는 오히려 반대이지.

그럼 자신만의 '타르 베이비'애 대한 이번 회차 답변 기대해볼게. 다음 회차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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