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같은 문학 9 + 8회차 답변 선택

[반말주의] 안녕! 일요일 월요일로 넘어가는 밤을 장식하는 깨알 같은 문학 갖고 왔어. 1.0 댓글 보팅 걸고 낸 지난 회차 문제 있었지? 정답(은 아니지만 내가 고른 좋은 답) 발표하기 전에 이번 이야기랑 새 퀴즈부터 가자...이야기 전체 요약 아니고 깨알 같은 포인트만 꺼내준다.

어느 굉장히 외딴 작은 섬에, 원주민 마을에서 살고 있는 한 초로의 백인 남자가 있어. 이 남자는 원주민 아내를 데리고 살고 있지. 약간 학구적인 스타일의 남자야. 피아노까지 들고 들어가서, 문명의 이기(?)를 나름대로 다 누리고 살고 있어. 참고로 외모는 볼품이 없어.

이 남자의 원주민 부인에게는 과거가 있어. 부인이 아주 젊었을 시절에 섬으로 흘러 들어온 어느 젊은 백인 선원과 함께 동거를 했었어. 그 선원도 그렇고 이 여자도 그렇고 굉장히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고 해. 첫눈에 순전히 서로 끌려서 아무런 계산 없이 같이 살았어. 그런데 그 미남자는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어. 독한 맛의 서양 담배를 못 잊었대. 그래서 그만 지나가는 배에 접근했다가, 납치되어서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된 거야.

세월이 흐르고, 그 이야기를 듣게 된 초로의 백인 남자는 흥미를 느끼고 그 여자를 데리고 살게 돼. 여자의 과거에 관심이 없다거나, 다 지난 일이라 상관이 없다거나 하는 그런 생각이 아니야. 관심이 아주 많아. 애초에 여자를 부인으로 들이게 된 이유도 바로 그 과거 이야기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이 소설 속에서 여자의 과거를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바로 현재 남편인 이 남자야. 그의 입을 통해서 우리는 그 아내의 과거를 알게 되는 것이지. 특히 여자와 과거의 그 남자가 굉장히 미모가 뛰어난 사람들이었다는 점에 열올리며 이야기해. 화났다는 뜻이 아니라, 열중하면서 진짜 몰입하면서 한다는 이야기야!

9781628737844.jpg

서머셋 몸(Somerset Maugham)의 단편 레드(Red)의 일부분이야.

초로의 백인 남자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부인이 원주민이라지만 언어도 통하고 어쨌든 자기 여자인데, 어떤 생각으로 그 여자의 과거에 관심을 가졌을까? 아니, 부인의 과거를 알게 된 것과는 다르지. 처음부터 모르는 여자인데 과거를 알고 흥미를 가지고, 결혼까지 한거야.

그냥 느껴지는대로 자유롭게 써줬으면 좋겠어.

길건 짧건 상관 없지만, 생각의 깊이가 느껴지는 댓글을 하나 고를게. 스파 임대 받은 기간 동안은 선택한 댓글에 1.0씩 보팅하기로 했지? 아직 파워 충전 중인데 아까 보니 45%쯤 찼더라. 그간 얼마나 많이 썼길래...차는대로 당첨자 댓글에 보팅할게.

지난번 회차 답변 두 개 중에서 고민하느라 12시 넘겨서 올려. 그래서 벌써 월요일이야. 따라서 다음 회차는 화요일 밤에 올려야겠다. 하루 쉬는 느낌인데?간만에 월요일에는 선비글 좀 써야겠다.

화요일 밤에 다음 회차 올리기 직전까지 올라오는 댓글들 최대한 다 보고, 거기서 좋은 답변 하나 고를게.

그럼 이젠 주홍 글씨를 다룬 지난 회차 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야.

2754385.jpg

주홍 글씨 영화의 한 장면(줄거리를 난도질 해놓았는데 그나마 재미도 없어.완전 비추).

주관식으로 질문을 내니까 나도 답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써야 하는 부담이 있네. 이거 자승자박? 객관식으로 냈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흑. 사실 쓰는 것보다는 두 사람의 답변 사이에서 매우 망설였어.

여자의 남편은 목사를 계속 피말리는 식으로 괴롭힐 자격이 있었는가?

많은 형들이 좋은 답변들 해줬고, 성의 없는 답변이 정말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애. 답변들을 종합해보면 대충 이렇게 나뉘어.

  1. 남편은 화낼 자격이 충분하다/이해 가능하다vs 찌질하다, 심하다, 방법이 틀렸다, 그것도 또 다른 죄다
  2. 목사는 분명 잘못했다/비윤리적인 행동을 했다(공통)
  3. 목사가 자백하지 않은 것은 비겁하다 vs 오히려 여자를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소수 의견)

자신의 답변이 위의 1,2,3 중에 들어가거나 하나 이상의 혼합이라고 거의들 느낄거야.

그런데 남편이 목사가 범인인 줄 알면서도 공개하지 않고 굳이 그렇게 괴롭히는 것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추리를 한 사람의 답변을 선택하고 싶어. 사실 괴롭힐 자격이 있냐 없냐에 대해 답하면, 나오는 답변은 정해져 있어. 결국 있다 vs 없다 아니겠어?

그런데 그걸 답하려다 보면, 남편의 그런 복수 이유를 생각하게 돼. 단순 분노 때문이라는 걸 넘어서 말이야. (물론 생각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분노했다면, 그 자리에서 고발하거나, 때리거나 심지어 죽였을 수도 있지. 그런데 냉정하게 계획적으로 길게 보고 복수를 한다는 것은 대체 어떤 심리일까. 마치 잘못한 이에게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고 협박하는 것과 비슷하지.

근데 협박 당하는 사람이 견디다 못해 자수한다면? 개인적인 복수는 끝이지. 공이 사회로 넘어가니까.

그래서, 그런 복수가 가능했던 이유는 목사가 절대로 스스로 자백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근데 자백 해버리면 어떡할려고?

그래서 남편 입장에선 계속 자신만의 복수를 하려면, 자백을 하지 않을거라는 생각만으론 부족해.

그래서 그의 복수의 핵심은 이거야.

목사가 자백할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이것은 작품 속의 세계관으로 말하면 목사와 신의 관계를 끊어놓는다는 얘기야. 속으로 조용히 신에게 하는 참회만으로는 죄책감을 절대 덜어낼 수가 없고. 신과의 단절이 생기는 것을 아는 것이지.

@teagarden 형이 목사 입장에서 생각해서, "왜 자백 안했을까"에 대해 아주 훌륭한 답변을 주었어. 남편은 목사가 자백 못하는 것을 악용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지.

반면에 남편의 입장에서 "왜 그런 식으로 복수했는가"를 고민해본 답변이 있었어. @kaine 형의 답변이야. 혹시 남편은 목사가 스스로 자백하도록 압박을 하려고 한 것 아닐까 하는 추론이었어. 물론 추론 자체는 완전히 실제 소설 내용과 반대야. 위에서 이미 말했지? 자백을 못 하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실제 결말에서 목사는 결국 자백을 하게 되는데, 그때 남편의 반응은 어땠을까? 막으려고 해. 절대 안 된다고. 자백을 해서 자기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꼴을 못 보겠다는 거야. 이미 그 복수를 선택하는 시점부터 여자의 남편은 악마화가 되어 있어.

남편은 목사를 괴롭혀서 어떤 참회를 이끌어내겠다는 게 아니라, 너무 괴로운 나머지 진정한 참회와 공개 자백을 못 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어. 목사와 같은 상황에서 계속 되는 괴롭힘에 번민하다 보면, 진짜 자백을 할만한 멘탈이 생기기도 전에 미쳐버리거나, 완전히 방어적이 되어서 자백을 아예 접을 수도 있었겠지.

@kaine형의 추론과는 완전히 반대지? 그렇지만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깨알 같은 문학에서 제공한 내용만을 보았을 때, 책의 핵심 포인트에 대해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추론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좋은 답으로 골랐어. 충전되는대로 그 댓글에 1.0 보팅할게.

혹시 궁금한 이들은 찾아봐. 절대 자세하거나 길지 않은 답변이야. 대신 주어진 질문에 대해 파고든 느낌이었어. 남편은 목사를 괴롭힐 자격이 있는가? 에서 시작해서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느꼈으니까 "그럼 대체 왜 그랬을까?"로 넘어갔겠지?

@kaine형이 꼭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의식의 흐름 따라 툭 던진 답이 좋은 답이 될 수도 있는거야, 형들!

휴...다음부터는 길게 쓰지 않아도 되는 걸로 해야겠다ㅋ

그럼 이번 회차 질문도 답변들 기대할게!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4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