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최근에 시작한 Musical Miscellany(1회 참조) 시리즈가 음악에 대해 할 말이 많이 있을 때 쓰는 글이라면, Music Box는 주로 일상기록에 곁들이는 편이다. 그러나 9월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는 경향이 있기에, 9월에 대한 재즈 스탠더드 노래들로 간만에 단순한 Music Box 포스팅을 하기로.
우선 September in the Rain(비내리는 9월)은 단연 줄리 런던이 부른 버젼으로 떠오르는데, 사실 가사는 봄에 9월에 대해서 노래하는 내용이다.
줄리 런던, September in the Rain
아래는 되풀이되는 단순한 가사를 대강 옮겨둔 내용이다.
The leaves of brown came tumbling down
Remember, in September, in the rain?
갈색 낙엽이 쏟아져 내려왔어. 기억나? 비내리는 9월에.
The sun went out just like a dying amber
That September in the rain
해도 꺼져버렸지, 죽어가는 화석처럼.
비가 내리던 그 9월에.
To every word of love i heard you whisper
The raindrops seemed to play our sweet refrain
네가 사랑을 속삭일 때마다,
빗방울들이 우리의 달콤한 노래를 연주하는 것 같았지.
Though spring is here to me it's still September
That September in the rain
봄이 왔지만 내겐 아직 9월이야,
비내리던 그 9월.
*amber: 보통 '호박색' 또는 신호등의 '노란색'을 가리키는데 쓰는 용어이나, 화석화된 침엽수 조각을 일컫기도 한다.
*refrain: 노래의 '후렴구'에 해당하는 용어로, 재즈 스탠더드 곡에서 종종 그 용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노래 역시 스탠더드답게 많은 사람들이 불렀지만, 완전히 다른 색채의 보컬로 디나 워싱턴(Dinah Washington)이 부른 노래에서 기악 부분이 마음에 든다.
디나 워싱턴, September in the Rain그러나 역시 가장 9월의 노래다운 것은 September Song일 것이다. 영어에서 9월, September는 인생의 중년을 지난 시기를 가리키기도 한다. 가령 나이차가 많이 나는 커플이나 부부를 a May-September(또는 December) couple(또는 romance)로 부른다거나...
여튼 September Song 역시 September를 '중년을 넘어선 시기'에 빗대어 가사를 쓴 곡이다. 이 노래는 컨츄리 가수 윌리 넬슨(Willie Nelson)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윌리 넬슨, September Song여기서도 가사를 간단히 옮겨둔다.
Oh, it's a long, long while from May to December
5월부터 12월까지는 아주 긴 시간이지.
But the days grow short when you reach September
하지만 9월부터는 날이 짧아져.
And the autumn weather turns the leaves to flame
그리고 가을 날씨가 잎에 불을 지르지.
And I haven't got time for the waiting game
더 이상 기다리는 게임을 할 시간이 없어.
And the days dwindle down to a precious few
결국 몇 안 되는 소중한 날들만 남게 돼.
September, November
9월...11월.
And these few precious days, I'll spend with you
그리고 이 몇 안 되는 소중한 날을 너와 보내려 해.
These precious days, I'll spend with you
이 소중한 날들을 너와 함께 보낼거야.
가사의 '기다리는 게임'은 원래 노래를 작곡할 당시에 있었던 인트로의 가사에서 나온 표현이다. 스탠더드 곡에는 인트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후대에서는 종종 생략되곤 한다. 인트로의 내용은 September Song을 가장 먼저 부른 가수 월터 휴스턴(Walter Houston)의 노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월터 휴스턴, September Song월터 휴스턴의 노래는 September Song을 주제곡으로 해서 나온 영화 September Affair에도 등장한다. 영화 레베카(Rebecca)의 조운 폰테인(Joan Fontaine)과 가스등(Gaslight)으로 익숙한 조셉 코튼이 주연인데, 어릴 때 TV에서 방영했지만 보지는 못했다.
영화 September Affair 中
아래는 September Song의 인트로 내용.
When I was a young man courting the girls
여자들에게 구애하던 젊은 시절에
I played me a waiting game
기다리는 게임을 하곤 했지.
If a maid refused me with tossing curls
만일 여자가 고수머리를 넘기면서 나를 거절한다면,
I'd let the old Earth make a couple of whirls
지구가 한두 바퀴 돌아가도록 내버려뒀어.
While I plied her with tears in lieu of pearls
그러면서 진주 대신에 눈물로 호소하곤 했지.
And as time came around she came my way
그러면 시간이 지나 내게로 왔어.
As time came around, she came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오게 됐지.
그런데 이제는 9월이 되었으니 여유롭게 여자들을 기다릴 수가 없게 되어서 정착한다는 것이 September Song의 가사 내용이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들 중에서 또 주목할 만한 사람은 제임스 딘(James Dean)의 실패한 사랑으로 알려진 피어 안젤리(Pier Angeli)의 첫 남편이자 올 초에 타계한 빅 데이먼(Vic Damone)이다. 사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라 발음상 '다모네'였을 텐데 아마도 영어 식으로 읽었겠거니 한다. 그렇다고 그를 언급하는 당대의 라디오 멘트라던가 하는 것도 아직은 들어보지 못했다.
빅 데이먼, September Song이렇듯 이름 발음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빅 데이먼은 프랑크 시나트라도 '업계 최고'라고 칭찬한 목소리의 소유자이다.
그리고 9월의 노래라면, 거의 시나트라의 전용물이라고 할 수 있는 The September of my years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프랑크 시나트라, The September of My Years #One day you turn around and it's summer
어느 날 뒤돌아서면 여름이고,
Next day you turn around and it's fall
다음날 뒤돌아서면 가을이야.
And the springs and the winters of a lifetime
인생의 봄과 겨울들,
Whatever happened to them all?
모두 다 어디 간거야?
As a man who has always had the wand'ring ways
항상 떠돌아다니길 좋아했지만
Now I'm reaching back for yesterdays
이제는 과거를 다시 잡고 있어,
'Til a long-forgotten love appears
잊은지 오래인 사랑이 드러날 때까지.
And I find that I'm sighing softly as I near
그리고 나도 모르게 속삭이게 돼,
September, the warm September of my years
9월, 내 인생의 따스한 9월에 가까워지면서.
As a man who has never paused at wishing wells
위싱 웰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았던 사람이지만,
Now I'm watching children's carousels
이제는 아이들의 회전목마도 지켜보게 돼.
And their laughter's music to my ears
그들의 웃음은 내 귀에 음악과도 같지.
And I find that I'm smiling gently as I near
그리고 나도 모르게 조용히 미소짓게 돼.
September, the warm September of my years
내 인생의 9월, 따스한 9월에 가까워지면서.
이 노래는 또한, 그 유명한 카운트 베이시(Count Basie) 오케스트라와 퀸시 존스(Quincy Jones)가 녹음에 참여한 라스베가스 실황이 좋다.
프랑크 시나트라, The September of My Years (라스베가스 샌즈 호텔에서 라이브)The September of my years는 앤디 윌리엄스(Andy Williams)도 자주 불렀지만, 그런 미성보다는 칼칼한 목소리가 잘 소화하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밥 딜런(Bob Dylan)도 콘서트에서 얼마 전에 이 노래를 부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음질이 듣기 힘들 정도라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개인적으로 여러 분야 사람들의 자서전을 써주면서 아직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인생의 9월' 이야기를 많이 접하는 편인데, 9월 관련 스탠더드 곡들의 가사에서 드러나는 정서는 그런 개개인들에게 있어서도 꽤나 보편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 가을이 끝나기 전에 가을에 대한 스탠더드 이야기를 한번 더 남길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