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에세이] 요리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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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파리에서 해 볼 6가지에 대한 글을 썼는데 @kyslmate님이 목록 중 3가지가 먹는 것이라고 댓글로 알려주셔서 놀랐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제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내심 기뻤어요.

 전 먹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혼자 살 때도 요리하는 게 싫어서 아침식사는 토마토 한 알이나 시리얼로 대충 떼우고, 점심식사는 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어릴 때를 돌이켜봐도 먹는 것과 관련해서 특별한 추억이 없습니다. 지금처럼 외식문화가 그렇게 다채롭지 않아서 졸업식에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는 게 큰 호사였지요.

 그 시절은 사는 모양이 다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에 먹었던 반찬이 점심도시락 반찬이 되어 있고, 저녁메뉴에 아침에 먹었던 국이 올라오고 한 달 내내 똑같은 밑반찬이 상에 나오곤 했지요.

 어머니를 탓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늘 새로운 걸 갈구했던 어린 날의 저는 안방 구석 한 켠에서 먼지가 뽀얗게 쌓여가는 하숙정 요리집이라는 4권짜리 책 중 세계의 요리편을 펼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습니다. 소공녀 세라처럼 혹시 내가 잠든 사이에 누군가 저렇게 맛있는 걸 만들어놓진 않을까... 하고요.

 그런 저에게 세라에게 몰래 훌륭한 만찬을 제공해주는 핫산과도 같은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아... 역시 시각화한 주문은 절대로 이루어집니다. 그 이름은 바로 @michellbarry양입니다.

 그녀는 외할머니가 한식당을 하신 전력에 그 솜씨를 그대로 물려받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답니다. 늘 맛있는 걸 먹고 자랐고, 늘 새로운 맛있는 것을 찾으러 다니는 '모험가'입니다. 우연히 가입한 영화동호회에서 그녀와 친구가 되면서 인생은 아름다워졌습니다. 그 옛날 초등학교를 다닐 때 품고 잤던 하숙정요리집의 세계요리편이 눈앞에 활짝 펼쳐진 거죠.

 벌써 이 호사가 10년을 넘어갑니다. 너무나 고마운 그녀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핫산이 되어보는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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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 대학교에 편입해서 도자기예술을 전공하고 있는 그녀는 올 봄에 4학년이 됩니다. 졸업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밥먹을 시간도 없이 바빠질 거라고 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요리를 해주기 위해서 요즘 요리를 배우고 있습니다. 어제는 감바스 알 하이요를 만들었습니다. 부엌이 좀 난장판이 되었지만, 마늘이 약간 타긴 했지만,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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