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스팀이란 녀석은 태생이 워낙 특이해서 바라보는 시각도 제각각입니다. 서로 다른 부분을 포용해야 함이 당연하지만 그래도 큰 목표는 하나로 가져가는게 좋다고 보며, 이런 점에서 지칠 정도로 계속되는 토론과 논쟁은 한편으론 생각을 모아갈 수 있는 기회로 보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 @yoon님의 글은 이런 토론의 시작점으로 좋아보입니다. 왜냐하면 “투자”의 이유가 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통찰력있는 설명을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이를 저도 나름대로 해석해서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스팀의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지분의 재분배입니다. 즉, 모든 사람에게 1년에 10%씩 세금을 떼고 이를 보상기준에 따라 나눠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재분배되는 비중을 보면 그 플랫폼이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요, 현재 스팀의 보상기준은 컨텐츠(포스팅과 큐레이션)에 75%, 투자자에게 10%, 네트워크 보안에 15% 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을 통해 얼마나 가치를 올릴 수 있는지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어떠하든지간에, 심지어 마이너스더라도, 전체적인 파이가 커지지 않으면 결국 남는 것이 없습니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스팀의 문제는 투자자들이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컨텐츠 보상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이해가 되는 부분은 투자자 우대가 너무 부족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행위 때문에 오히려 컨텐츠 제작자들이 떠나가고, 결국에는 스팀의 파이가 작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는 제가 누차 강조하는 투자자 수익구조 강화와 컨텐츠 보상과의 분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보유 스파에 대한 보팅 권한을 일정기간 포기하면 그 기간동안 준수한 수준의 이자를 받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글에서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스팀의 진짜 비즈니스는 시작하지도 않았고, 스팀이 갈 길은 아직 아주 많이 남았다는 것입니다. 당장에 한국 커뮤니티만 해도 천명 이하인데 이런 규모로는 진지하게 사업모델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약에 스팀 사용자가 수천만 명이고, 한국에서만 실제 이용자가 수만 명이라고 상상을 해봅시다. 쉽게 떠오르는건 스팀KR에 스팀으로 지불하는 배너광고를 달고 광고비의 일부를 소각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은 스팀파워를 모은 다음에 자사 제품 리뷰에 보팅을 할 수도 있습니다. 고민해보면 훨씬 더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 중요한 것은 스팀이 주목받게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스팀이라는 플랫폼에 물드는 순간 무료 사용자는 점차 투자자로 변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를 위해 해야 하는 것은 시스템이 미처 대처하지 못하는 부정적인 부분들을 커뮤니티의 힘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투자이익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과도한 셀프보팅이나 표절, 좋은 컨텐츠가 묻히는 것 등을 잘 대처해나가고, 당장의 욕심을 조금이나마 포기하면 진짜 쓸만한 플랫폼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겠죠.

이미 많은 분들이 노력해주고 계셔서 스팀이 그래도 이만큼 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일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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